준중형 SUV 모범생이 또 한 번 진화했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막강한 효율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두 개의 SCR을 달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이전 대비 80% 가량 절감했다. 결과적으로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유로7 배출 가스 기준을 만족한다. 공인연비 리터당 15.6km에 달하는 높은 연료 효율도 매력이다. 조금씩 바꾼 외모도 성공적이다. 이전 모델 대비 저렴해진 가격도 빼먹을 수 없는 포인트. 신형 티구안은 살만한 가치가 충분한 매력 덩어리일까? 검증해봤다.
티구안은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SUV다. 2007년 첫 모델이 출시된 이후 전세계에 6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기본기가 탄탄한 독일산 SUV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2020년 한 해 동안 무려 1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다. 높은 인기 덕에 티구안은 교과서, 모범생 등의 별명이 붙었다. 다른 모델들과 비교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변화에 소극적인 폭스바겐이지만 디자인 포인트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전면부다. 그릴의 크기가 커졌다. 단순한 직선 위주에서 약간의 위트를 더했다. 그릴 하단 양 끝단을 들어 올려 ‘U’자형 디자인을 완성했다. 헤드램프 역시 마스카라를 늘어트린 듯 길게 뽑아 역동성을 강화했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트와 다이내믹 턴 시그널의 적용으로 최신차 느낌을 한껏 뽐낸다.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존 디자인을 개선했다. 측면 변화는 부분변경이라 찾기 어렵다. 차체가 낮고 길어 보이는 듯 해 제원표를 찾아보니 실제로 이전 모델 대비 전고는 30mm, 낮아지고, 전장은 25mm 길어졌다. 보다 다이내믹한 모습이다. 프레스티지 트림에 적용된 19인치 휠은 이전에 티구안 올스페이스에 사용한 것과 동일하다. 후면부 역시 테일램프 디테일이 변화했다. 전체적인 형상은 동일하지만 내부 그래픽이 바뀌었다. 소소한 변화이지만 이전 모델과 확실한 차별점이다.
실내는 폭스바겐 특유의 정갈한 아니 단순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필요한 자리에 버튼이 위치한다. 군더더기가 없다. 비워 놓을 만한 공간은 그냥 텅 하니 비워놨다. 계기반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대신 센터 디스플레이가 기존 8인치에서 9.2인치로 키웠다. 폭스바겐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를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제스처도 인식한다. 무선 충전 패드까지 마련해 사용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휠은 세련된 멋을 더한다. 2D 디자인의 신규 로고와도 찰떡이다. 스티어링휠 열선을 비롯해 1,2열 모두 열선 시트를 지원한다. 공조기 조작부는 터치 방식이다. 얼핏 터치를 적용해 사용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조작감이 상당하다.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보다 직관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30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를 이용해 분위기를 잡을 수도 있다.
2열 공간감은 평범하다. 성인이 앉았을 때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나 2열 승객을 위해 USB 충전 포트는 물론 별도의 온도조절 장치까지 마련했다. 넓은 범위로 개방되는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마련해 개방성까지 챙겼다. 장거리 주행에서 유용한 리클라이닝 기능도 칭찬할 요소다.
트렁크 공간은 무난한 수준, 기본 615L에 2열 시트를 폴딩하면 1655L까지 확장된다. 차박을 하기에는 다소 길이가 짧게 느껴진다. 별도의 장비를 사용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본격적인 차박에는 트렁크의 길이를 늘려 3열을 마련한 올스페이스 모델이 좀 더 적합하겠다.
티구안에는 이전과 동일한 2.0L 디젤 엔진과 7단 DSG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36.7kg.m다. 기존보다 최대토크가 2kg.m 높아졌다. 패밀리카로 많이 선택되는 만큼 출력의 아쉬움은 크지 않다. 주목할 점은 연료효율이다. 복합연비가 기존 14.5km/L에서 15.6km/L로 높아졌다. 리터당 1km 남짓 오른게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기존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약 80% 절감하기 위해 SCR을 두 개 달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이 기술의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유로7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다. 디젤 엔진 퇴출 바람이 부는 이 때에 티구안이 당당히 출시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 주행에서도 연비가 잘 나오는지 체크해봤다. 첫번째 구간에서는 약 50km를 연비 주행으로 진행했다. 50여 km를 달려 계기반에 찍힌 연비는 리터당 27.6km,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못지 않은 수치다. 앞에서는 갤갤하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들려오는데 연비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넘어선다. 2구간에서는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스포츠 모드와 수동 변속을 적절히 활용해 주행했다. 130여 km를 주행하고 나온 최종 연비는 리터당 17km를 상회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공회전을 돌린 시간이 꽤 됐음을 고려해 보면 놀라운 수치다. 막히는 도심에서도 13km/L 내외를 기록한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적극적인 ISG 개입이 한 몫 한 것으로 예상된다. 시속 10km 이하에서 적극적으로 시동이 꺼진다.
최고출력은 낮지만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시점이 1600rpm이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인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속도계의 앞자리 숫자가 꾸준히 바뀐다. 고속 영역에서는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티구안이 속한 장르를 생각해보면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트의 단단함이 전해진다. 장거리 주행에서 허리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단단한 시트가 좋다. 승차감 역시 탄탄하다. 직선에서 안정감이 드는 이유다. 다만,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약간의 롤링이 느껴진다. 독일 세단의 칼 같은 코너링을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불안함이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도심형 SUV라는 장르에 걸맞는 세팅이다.
최신 모델답게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도 챙겼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차선유지 레인 어시스트 기능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된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연하게 조절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차선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하지는 않지만 차량의 차선 이탈을 방지해 장거리 주행에서 운전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티구안 부분변경은 폭스바겐코리아의 ‘수입차 시장 대중화’ 비전아래 출시된 첫 모델이다. 이전 모델 대비 편의안전장비를 강화했지만 프리미엄 트림은 기존 4300만원에서 4060만원으로 오히려 240만원 저렴해졌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프레스티지 트림은 기존 4600만원에서 4440만원으로 160만원 싸게 해 접근성을 높였다. 대략 3.5~5%의 추가 할인을 받으면 프리미엄 트림 기준 38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더불어 유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5년/15만km까지 보증을 연장했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보험수리 시 최초 1년 동안 주행거리 제한없이 총 5회까지 자기부담금 최대 50만원만 내는 지원을 받을 수도 있는 점도 특징이다.
티구안은 수입차를 처음 구매하거나 패밀리 SUV를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의 선택지다. 저렴해진 가격과 넉넉한 보증 그리고 폭스바겐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과 짜임새 있는 구성 모두 만족스럽다. 4천만원 전후에 수입 SUV를 찾는다면 티구안을 꼭 시승해 보길 바란다.
한 줄 평
장점 : 이제는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가격…이 정도 연비면 디젤도 용서된다
단점 : 제타에도 있는 통풍시트는 왜 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