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앤 뷰티풀
원제 : The Bad and th Beautiful
1952년 미국영화
다른제목 : '악인과 미녀' 배드 앤 뷰티'
DVD 출시제 : 미녀와 건달
감독 : 빈센트 미넬리
음악 : 데이빗 라스킨
출연 : 커크 더글러스, 라나 터너, 월터 피전
딕 파웰, 배리 설리반, 글로리아 그레이엄
길버트 롤랜드, 폴 스튜어트, 일레인 스튜어트
레오 G 캐롤, 바네사 브라운
아카데미 5개부문 수상
커크 더글러스(1916~2020), 이민자의 아들로서 어릴적 매우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할리우드 배우로서 전설중의 전설로 남은 인물, 오늘은 그가 출연한 영화중에서 매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그의 출연작품 중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높은 수준의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1952년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작품 '배드 앤 뷰티풀' 입니다. 일단 이 영화도 제목이 통일되지 않고 여러가지인 작품인데 국내 미개봉작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악인과 미녀'라는 제목이 쓰였고, 2005년에 출시된 DVD에는 '미녀와 건달'이라는 제목이 쓰였습니다. 둘 다 사실 오역제목이고 특히 '미녀와 건달'은 아주 황당한 제목입니다. 건달 자체가 등장하지 않고 여기서 쓰인 'Bad'가 건달이나 한량을 의미하는 건 더더욱 아니지요. 가장 적당한 우리말 제목을 굳이 만든다면 '사악함과 아름다움' 뭐 그래야 할까요? 네이버 영화에서 '배드 앤 뷰티'라는 제목으로 나온 건 아마도 위에 거론한 제목들, 즉 나쁜 남자와 미인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때문인데 그럼 원제대로 '배드 앤 뷰티풀'이 아니고 '배드 앤 뷰티'는 또 뭔가요? 저는 그냥 '배드 앤 뷰티풀' 원제를 쓰겠습니다. 커크 더글러스 출연작 중 개봉도 안하고 방영도 안했으니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고 제목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쉴즈 영화사에 호출당한 영화계의 거물 3인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는 조나단 쉴즈(커크 더글러스)
할리우드를 무대로 펼치는 영화제작 관련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일반 관객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인데 주로 커크 더글러스 하면 전사 같은 역할이 연상되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바이킹' '스팔타카스' '율리시즈'의 고대 전사, 'O.K 목장의 결투' '건힐의 결투' '유성과 같은 사나이'의 서부 건맨, '해저 2만리'의 선원, '탐정야화'의 형사, '5월의 7일간' '거대한 전장'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공과 해'의 군인 등 그는 주로 강인한 남자 역을 많이 연기했습니다. 이런 유형의 배우들의 내면연기를 보려면 주로 뜨기 전의 초기작들을 보면 됩니다. 커크 더글러스도 초기작은 내면연기가 필요한 드라마 장르가 많았지요. 데뷔작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은 필름 느와르, 로맨스 장르이고, 1949년 작품 '챔피언'은 스포츠 드라마, 같은 해 발표된 '세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로맨스 심리 드라마, 1950년 '유리 동물원'은 테네시 윌리암스 원작의 휴먼드라마, 같은해 '정열의 광상곡'은 음악드라마 입니다. 아직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사 주인공 역할을 맡기 전의 작품들이지요.
'배드 앤 뷰티풀'도 그가 총질, 주먹질이나 전투적인 역할이 아닌 영화제작자로 출연한 작품입니다. 그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직진형 인간인 영화제작자 조나단 쉴즈로 열연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계의 3대 거물들이 조나단 쉴즈(커크 더글러스)로 부터 전화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 사람은 모두 냉담하게 전화를 피합니다. 최고의 인기 여배우로 발돋움한 조지아(라나 터너), 역시 일급 감독으로 명성을 떨친 프레드 아미엘(배리 설리만), 풀리처상 수상작가이자 가장 몸값 비싼 시나리오 작가 제임스 리 바틀로우(딕 파웰), 그들은 쉴즈 영화사의 운영자인 해리(월터 피전)의 초대로 한 자리에 모입니다. 해리는 조나단이 2년만에 영화제작을 할 생각이니 3명이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조지아, 프레드, 제임스 셋은 조나단 쉴즈와의 인연과 악연에 대해서 차례로 회상을 합니다.
배리 설리반(왼쪽)과 커크 더글러스
미녀 배우 라나 터너가 여주인공
독특하게 회상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입니다. 영화계의 거물이 되었지만 무명시절이 있었던 세 사람이 차례로 조나단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과연 그들은 과거 조나단과 어떤 인연이 있었고, 어떤 악연이 있었을까요?
18년전 조나단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그를 처음 만난 무명의 감독 지망생 프레드의 이야기부터, 역시 무명의 단역 여배우였던 조지아와 조나단과의 만남, 수다쟁이 아내 로즈마리(글로리아 그레이엄) 때문에 제대로 작품집필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조나단을 만나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게 되는 제임스의 이야기 등이 차례 차례 펼쳐집니다. 각 인물과 조나단의 이야기속에 세 인물이 겹쳐서 출연하기도 합니다. 같은 할리우드 라는 영화시장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니까요.
조나단은 아버지의 장례식에 돈을 주고 참석자를 동원해야 할만큼 실패한 말년을 보낸 아버지에 의해서 무일푼으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지만 뛰어난 기획능력과 그를 믿고 후원해 준 해리로 인하여 성공하게 됩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가 프레드였고, 가망이 없는 무명 여배우였음에도 조나단의 고집스러움 때문에 발굴된 인물이 조지아였고,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의 길을 제임스에게 열어준 인물도 조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속에는 조나단과의 인간적인 악연이 있었고, 그 악연은 서로 의절까지 해야할 정도의 상처가 되는 사건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조나단이라는 유능한 제작지를 중심으로 주변인물들과의 벌어지는 사건을 차례차례 전개하는 내용이지요.
인물과 사건을 모두 비중있게 잘 나열하고 있고, 영화제작 관련 이야기라는 소재가 아주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스튜디오 시대의 할리우드 전성기를 다루고 있고, 짧게 짧게 보여지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커크 더그러스의 명연기가 돋보이지요.
라나 터너의 아름다운 자태
일생의 연기생활 중 몇 손가락에 꼽힐
열연을 펼친 커크 더그러스
영화 초중반에 다소 상태가 안좋은 듯 보였지만
아름다운 자태의 모습도 선보인 라나 터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글로리아 그레이엄과
남편 역의 딕 파웰
1952년 당시는 라나 터너는 이미 데뷔 15년의 톱 여배우였고, 커크 더글러스는 30세의 늦은 나이로 데뷔한 아직 성장세의 배우라서 라나 터너의 이름이 먼저 타이틀에 등장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단연 커크 더글러스 입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해서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도를 구성하는 내용이니까요. 라너 터너도 물론 비중이 있지만 세 파트의 이야기의 한 꼭지이고, 다른 꼭지에서 조금씩 등장하고는 있습니다. 딕 파웰, 월터 피전, 레오 G 캐롤 등 경험많은 중견 배우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월터 피전은 15년뒤에 출연한 '화니 걸'에서의 모습과 아주 유사합니다. 딕 파웰의 수다스런 아내 역으로 나름 유명 배우인 글로리아 그레이엄이 한 파트에서 비중있게 등장하지요.
커크 더글러스는 이 영화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하이눈'의 게리 쿠퍼에게 밀려 수상을 못합니다.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난 것이지요. 더욱 불운했던 것은 '배드 앤 뷰티풀'이 총 6개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는데 커크 더글러스의 남우주연상 부문만 쏙 빼고 나머지 5개는 다 수상을 합니다. 커크 더글러스 입장에서는 꽤 원통할 일이었지요. 당연히 연기도 무척 좋았지요. 1949년에 출연한 '챔피언'으로 첫 후보에 오른 뒤 두 번째 지명이었지만 게리 쿠퍼라는 거물에 밀려 아깝게 수상을 못한 것이죠. 그는 빈센트 미넬리와 다시 작업을 한 '빈센트 반 고흐'라는 영화에서도 열연을 하여 다시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왕과 나'의 율 브리너에 밀려서 수상을 못합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상을 수상 못한 거물배우로 남았고,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한 번 수상하는데 그쳤지요. 유명 배우중 굉장히 상복이 없는 배우였고, 특히 주로 서부극, 전쟁물, 시대극 등 오락물에서 강인한 남자로 많이 출연하다 보니 아카데미표 영화에 등장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 '배드 앤 뷰티불'이 전형적인 그런 작품이었지만 아깝게 그 기회를 놓친 것이지요.
글로리아 그레이엄이 수다스러운 작가의 아내로 등장하여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그외에 각색상, 흑백부문의 촬영, 미술, 의상상을 받았습니다. 라나 터너는 이 영화 출연할 당시 상태가 좀 안좋았는지 아니면 역할에 맞추느라 그랬는지 초반부는 좀 뚱뚱해 보이고 얼굴상태도 안좋았는데 후반부와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본인의 스타일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창때인 40년대 영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파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보다는 한 풀 꺾인 모습이긴 합니다.
관능적인 포즈를 한 라나 터너
영화제작이 소재인 영화라는 것이 흥미로움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험난한 일이든 해내는 집념의 제작자 조나단 쉴즈, 그는 그로 인하여 명성도 얻고 성공적인 제작자가 되었지만 대신 인간관계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커크 더글러스의 집착적이고 강한 집념을 보이는 연기가 아주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제작자, 배우, 감독, 시나리오, 편집 등 다양한 역할분담으로 완성되는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내용이고,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매끄러운 연출과 전개가 좋았습니다. 꽤 수준높은 드라마 장르이지요. 이런 소재를 이렇게 흡입력있게 만든 건 일류 감독과 좋은 스탭들의 종합 결과물인데 가장 많은 역할을 한 커크 더글러스만 상을 놓친 것은 그에게 참 아까운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커크 더글러스의 적역과 명연기가 돋보인 영화로 '챔피언' '탐정야화' '빈센트 반 고흐' 'O.K 목장의 결투' '스팔타카스' '비정의 도시' 등과 함께 그의 영화중 손꼽히는 명연기를 보여준 수작입니다. 유명 스타인 그의 '덜 알려진 수작'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글로리아 그레이엄은 그해 자신이 출연한 두 작품 중 '배드 앤 뷰티풀'은 직접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고, 또 한 편인 '지상 최대의 쇼'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으니 꽤 잘 나간 한 해 였습니다.
ps2 : 이 영화의 단점을 굳이 지적하자면 과거나 현재나 별로 배우들의 얼굴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18년전 아버지 장례식에서의 조나단고 프레드의 외모는 더욱 그렇죠.
ps3 : 제작자인 커크 더글러스가 감독과 심하게 언쟁을 벌이며 이견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8년뒤인 1960년 '스팔타카스'를 제작할 때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그랬습니다. 둘 다 한고집 하는 영화인이었고, 둘을 그로 인하여 완전히 결별을 했죠. 그럼에도 '스팔타카스'는 불후의 명작이 되었으니. 물론 스탠리 큐브릭은 자기 영화로 인정을 안했지만. 아무튼 마치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장면이 되고 말았네요.
ps4 : 36세에 출연한 작품인데 어느 장면들을 보면 아들 마이클 더글러스와 얼굴이 똑같아 보입니다.
[출처] 배드 앤 뷰티풀(The Bad and the Beautiful, 52년) 커크 더글러스를 기리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