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화원
원제 : Little Women
다른 제목 : 작은 아씨들
1949년 미국 MGM 작품
원작 : 루이자 메이 올콧
감독 : 머빈 르로이
출연 : 준 앨리슨, 피터 로포드, 마가렛 오브라이언
엘리자베스 테일러, 자넷 리, 메리 애스터
로사노 브라지, C ,오브리 스미스, 루실 왓슨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애수' '쿼바디스'로 우리에게 알려진 머빈 르로이 감독의 1949년 작품 '푸른 화원'은 루이자 메이 올콧 원작의 '작은 아씨들'의 우리나라 개봉제목입니다. 1933년 조지 큐커 버전으로 흑백영화로 만들어졌던 것을 16년만에 칼라로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준 앨리슨이 연기한 조 가 당연히 압도적인 주인공인데 그 조 를 보조하는 조연진들의 이름이 놀라울 정도의 호화 캐스팅입니다. (물론 현재 기준으로 그런 것이죠.)
20세기 최고의 미녀배우라는 찬사를 받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비롯해서, 토니 커티스와 부부배우로 이름을 떨쳤던 '바이킹' '사이코' '스카라무슈'의 자넷 리, 셜리 템플에 이어서 1940년대 간판 아역배우로 활약했던 MGM의 보물 마가렛 오브라이언, 그리고 '공작부인' '말타의 매' '허리케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중견배우 메리 애스터 등이 등장합니다. 이런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고전 팬들에게 조차 약간 낯설을 수 있는 준 앨리슨이 원톱 주인공이라는 것이 좀 의아할 수 있지만 당시를 보면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준 앨리슨은 이미 30세가 넘은 중견배우였고, 40년대 주인공으로 출연한 작품들도 많았습니다. 아직 성장세의 배우인 10대 나이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20대 초반의 자넷 리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두 배우가 이후에 유명해졌을 뿐이지요. 그래서 아무튼 이 영화는 지금 기준에서 굉장히 우리가 알고 있는 33년, 49년, 94년, 2019년의 '작은 아씨들' 영화중에서 가장 호화캐스트가 된 것입니다.
네 자매가 사는 단란한 집
엘리자베스 테일러,
역대 출연작 중 이 영화에서 가장 미모가 별로임.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훨씬 압도하는 미모를 과시한
20대 초반의 자넷 리
로리 역의 피터 로포드
이 영화의 특징은 별 특징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냥 모범적이고 반듯한 영화이지 어떤 일탈을 부리지 않습니다. 원작의 스토리에 그냥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예쁜게 만들어진 세트안에서 칼라영상으로 배우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감동적이고, 가족적이고 매우 착한 영화입니다. 나쁘게 보면 심심할 수 있고, 좋게 보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감동적이고 훈훈한 원작에 좋은 배우들 가져다 놓고 안전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적당히 재미있고, 훈훈하며 5분 정도 간격으로 터지는 웃음, 10분 정도 간격으로 느끼는 감동이 2시간 내내 지속됩니다. 특히 고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네 자매에게 1달러씩 선물로 주자 선물가게로 쪼르르 달려가서 각자 사고 싶은 것을 샀다가 나중에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서 다시 샀던 선물을 반납하고 엄마선물로 바꿔오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쟁쟁한 배우들에 관심이 끌려서 보시는 관객분들도 그들의 존재감보다 준 앨리슨이 연기한 조에게 집중이 될 것입니다. 준 앨리슨은 여러 모로 부담감이 있었을텐데 별로 개의치 않고 연기하는 듯 합니다. 33년 캐서린 헵번이라는 대배우가 연기한 조의 역할이 워낙 출중했고, 더구나 30대의 나이에 나이보다 10여살 어린 역으로 출연하는 것은 부담스러울텐데, 그래도 꿋꿋이 연기하며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기존 다른 조 에 비해서 유독 더 괄괄하고 터프하고 남성적입니다. 2019년 버전의 시얼사 로넌의 조가 온건 페미니스트 같았다면 49년의 준 앨리슨의 조는 그냥 선머슴아 같은 왈가닥입니다. 잘 뛰어놀고 잘 달리고.
19세기 미국의 어느 가난한 집안의 네 자매와 어머니의 꿋꿋하고 훈훈한 이야기인데 그래서 무대는 거의 그들이 살고 있는 아담한 집입니다. 네 자매는 가끔 투닥거리지만 너무 재미있고 훈훈하게 살고 있지요. 그런 와중에 부유한 옆집 할아버지와 손자인 로리의 존재는 그 집안의 수호천사 같은 역할도 하고요. 다들 착한사람 투성이입니다. 그런 와중에 더 가난한 옆집 다둥이 엄마네도 도와주고.
아빠에게서 온 편지를 읽는 가족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네 자매
엄마의 해진 양말을 보고 숙연해지는 네 자매들
고모가 준 돈으로 산 선물을 모두 반납하고
엄마의 선물르 바꾼 딸들에게 감동먹은 엄마
조와 로리
1954년과 1963년 두 차례 수입개봉되었을 때 당시 한국인들 눈에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보였을까요? 영화속에서 '가난하다'라는 표현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조의 집은 무려 2층집이고, 거기에 다락방까지 있는 미니 3층이지요. 2층에는 방이 최소 3개나 됩니다. 서양사회니 모두 침대생활을 하고요. 6.25 전쟁 이후에 단칸방에서 한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살던 우리나라 당시 정서로 보면 부자집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차이라고 보기도 그런게 이게 19세기 배경이잖아요. 단칸 방조차 없는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들의 모습과 비교해도 차이가 많지요. 그리고 이들은 뭐 그리 가난하지도 않습니다. 일단 홀로사는 독신녀인 대고모 라는 부자 친척분이 있고, 그분이 돌아가시면 그 재산을 물려받게 되고, 괴팍한 척 하는 그 고모님은 간간이 들러서 용돈도 주고 물심양면 도와주시거든요. 거기다 바로 옆집에 언제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부자 할아버지가 계시고. 그리고 백인 하녀를 부리고 있습니다. 즉 살만한 형편입니다.
뭐 그래서인지 영화가 그리 궁상스럽거나 불행하거나 하지 않고 경쾌하고 발랄하고 훈훈합니다. 굴곡이 거의 없는 장면입니다. 그냥 흐뭇하게 보면 되는 전형적인 가족영화입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서 에이미(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그리 못되지도 않았고, 옆집 총각 로리(피터 로포드)도 2019년 영화에 비해서 훨씬 철이 들었고, 착한 순둥이입니다. 이런 착한 사람들 틈에서 조는 종횡무진 활달하게 움직이며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갑니다. 착한 베스의 죽음을 제외하면 그리 위기의 내용도 없고 그나마 슬픈 내용인 베스의 죽음은 매우 간결하게 표현했습니다.
자 그럼 이쯤에서 준 앨리슨을 보조한 나머지 배우 이야기를 좀 해보면, 일단 이 영화에서 저는 가장 놀라운 배우를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꼽는데, 이런게 처음이 아닙니다. '제인에어' '지난 여름 갑자기' 등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는 돋보였지만 외모는 그냥 여느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특별히 다를게 없다고 느껴진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닌데 이 영화도 유독 그렇습니다. 어느 분이 두 편의 유사한 소재 영화인 '네이키드 정글'과 '거상의 길'에서 여배우의 비교는 '네이키드 정글'의 엘레노어 파거가 '거상의 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완전 압도했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고 '푸른 화원'에서도 맏언니 메그를 연기한 자넷 리의 미모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예뻣지만 그냥 당시 할리우드 10대 후반 ~ 20대 배우들은 누구라도 보편적으로 그 정도 미모는 가졌고, 자넷 리의 미모가 월등히 돋보였거든요. 자넷 리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좀 더 젋은 20대 초반 시절이었으니 상대적으로 훨씬 돋보였지만 10대 후반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냥 평범했지요. 모두들 세계 최고의 미녀 어쩌구 라고 늘상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미모에 대한 격찬만 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그런 "계급장'을 떼고 냉정히 보면 이 영화에서는 미모는 자넷 리에게 완전히 밀렸고 존재감은 네 자매중 최하입니다. 여배우면 10대때는 다 눈부시다 라는 말이 무색하게 '돌아온 래시' '제인 에어' '푸른 화원' '녹원의 천사' 등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너무 평범했지요. 오히려 저는 연기가 매우 좋은 배우로 평가하고 싶네요. 아직 빅스타에 오르기 전이라서 이 영화에서 크레딧 순위도 4번째 입니다.
두 아역배우 출신의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마가렛 오브라이언
자넷 리는 확실히 50년대 영화보다는 월등히 예쁜 미모인데 역할 자체도 의젓하고 착한 맏언니 역으로 이 영화에서의 역할도 남자와 연애하는 내용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네 자매 중에서 압도적으로 미모는 탑이고 착하게 예쁜 모습으로 등장하며 아름다운 사랑도 이루고 있습니다.
베스 역의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원작과 달리 세째가 아니라 막내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도 매우 어렸죠. 굳이 이 영화에서 베스의 서열까지 바꾸며 마가렛 오브라이언을 캐스팅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꽤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1942년 불과 5세의 나이로 출연한 '마가렛의 여행'이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길잃은 천사' '퀴리 부인' '백만인의 음악' '꽃피는 전원'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등 10세도 안된 아역 주연배우로 맹활약하며 MGM의 보배역할을 했던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30년대의 셜리 템플의 뒤를 잇는 천재 아역배우였습니다. '푸른 화원'의 촬영이 시작되었을 때 불과 11살밖에 안되었는데 다른 영화에서는 20살 넘은 배우들이 연기한 베스를 10살 이상 더 어린 배우로서 연기한 것이고 영화 후반에 안타깝게 죽는 역할인데 죽기 전에 조와 나누는 대사에서 의젓하고 의미있는 대사를 하는데 '난 원래 오래살 생각이 없었나봐' 이런 대사를 차분하게 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 영화가 사실상 아역배우 마가렛 오브라이언을 기억하는 마지막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대사는 베스의 죽음도 의미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역배우로서의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고별사 같은 느낌입니다. 12세에 뭘 벌써 아역배우 고별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청소년기에 아역으로 활약한 '주디 갈랜드' '디아너 더빈' '헤일리 밀스' 같은 경우와 달리 아동, 유년기에 활약한 셜리 템플이나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벌써 청소년기만 되어도 본인의 고정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1949년 MGM은 마가렛 오브라이언이 출연한 두 편의 영화 '푸른 화원'과 '비밀의 정원'을 내놓았고, 이후 그녀는 콜럼비아 영화사로 외도하여 51년 한 편을 찍었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이후 TV에서 활동하다가 56년 '영광' 이라는 영화에서 성인역할에 도전했지만 역시 별다른 주목을 못 받았습니다. '푸른 화원 '이후에 인간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계속 존재하여 지금까지도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천재 꼬마소녀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푸른 화원'이 사실상 고별이 된 셈이지요. 7세때 출연한 '백만인의 음악'에서 혼자서 기차역 플랫홈에서 걸어나와서 복잡한 기차역내를 두리번거리며 깜찍한 연기를 하던 천재 아역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아역 배우로서의 짦은 운명을 예감하듯이 병약하지만 착한 베스로서의 독백같은 대사를 매우 의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독 그 장면이 아련하게 느껴지지요.
맏언니 메그의 결혼식
좋아하지만 결혼할 수 없는 두 사람
마치 아역배우로서의 은퇴선언을 하는 듯한
숙연함이 느껴지는 베스의 유언
11세 배우가 어떻게 이런 내면의 연기를 할까
50년대 영화보다 확실히 미모가 돋보이는 자넷 리
말괄량이 조에게도 결국 사랑이 찾아온 걸까?
준 앨리슨의 생생한 연기, 자넷 리의 눈부신 미모,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착하고 의연한 연기, 상대적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냥 아무 배우나 써도 될 듯이 별로 존재감도 미모도 돋보이지 않았고, 착한 영화로 만들다 보니 이기적인 에이미 역이 상대적으로 미약해서 손해본 부분도 있습니다.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작품으로 칼라 화면속에 수놓아진 아담하고 예쁜 세트촬영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흑백영화가 훨씬 많던 시대에 만들어진 칼라 영화로 세트촬영의 미학을 최대한 살린 작품이며 그래서인지 국개 개봉제는 유명 원작의 제목이 존재했음에도 '푸른 화원'으로 바꾸어서 개봉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준 앨리슨을 기억하는 분들은 가장 먼저 이 영화를 떠올릴 것 같고, 아마도 네 편의 '작은 아씨들' 영화중에서 가장 보기 편하고 가장 가족 친화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평단의 평가는 좀 뒤떨어지긴 했지만.
ps1 : 비중이나 역할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게는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은 영화일것 같습니다. 워낙 독보적 탑에 오른 배우라서.
ps2 : 이 영화에서는 엄연히 베스가 막내인데 간혹 원작에서 에이미가 막내이다 보니 우리나라 번역도 에이미가 베스를 언니라고 표현하는 오역들이 있습니다. 척 봐도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아직 어린 소녀인데
ps3 : 준 앨리슨은 연기는 괜찮았지만 키가 너무 작은게 흠이네요. 공연하는 모든 남자 배우를 장신으로 만듭니다.
ps4 : 이 원작은 뮤지컬 버전으로 만들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극장용 영화로 뮤지컬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뮤지컬 버전 영화화가 되었다면 당연히 조 역은 도리스 데이 였을 것이고 베스 역은 주디 갈랜드가 맡으면 딱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1958년 TV영화로 뮤지컬 버전이 만들어졌고, 21세가 된 마가렛 오브라이언이 그대로 베스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는 확인할 수 없었고, 정보만 습득한 상황입니다.
ps5 : 자넷 리의 이 영화에서의 모습과 2019년 엠마 왓슨의 이미지가 상당히 겹치게 느껴지는데 엠마 왓슨이 이 영화를 좀 참고했는지는 모르겠네요. 둘 다 네 자매중 독보적 미모를 보여주었지요.
ps6 : 로리 할아버지 역의 C 오브리 스미스의 유작입니다. 그는 영화출연 당시 85세 였는데 개봉하는 것을 못 본채 사망했습니다.
ps7 : 로사노 브라지의 캐스팅이 마음에 안드는데 독일어 교수인데 왠 이탈리아 배우가 등장합니까?
[출처] 푸른 화원(Little Women, 49년) 가장 대중적인 작은 아씨들|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