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감사와 나눔의 축제
[말씀]
■ 제1독서(민수 6,22-27)
구약시대에 축복은 하나의 주문처럼 기도를 통하여 전달되었으며, 어떤 사람이나 백성에게 내려진 축복의 내용들은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시 말해서 후손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축복을 통하여 자신을 낳아 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 능력을 선사 받게 되며, 이 능력은 축복을 통하여 자손대대로 계승되었다. 그런데 이 축복의 출처가 하느님이시니, 그 효과에 대하여 이제는 의심을 품을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 제2독서(야고 4,13-15)
야고보서 하면 ‘실천하는 신앙’이 우선 떠오른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오늘 독서의 내용은 말씀을 실천함에서 어떠한 생각과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지 일러준다. 길지 않은 인생 여정 속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먼저 그것이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는지 살피고, 살피고 확인한 다음 주저함이 없이 실천에 옮기는 자세가 신앙인의 참모습임을 밝힌다. 이 모습으로 비로소 우리는 영원한 여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복음(루카 12,35-40)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온전히 열려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세상의 모든 재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초대된 사람들이다.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종들처럼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삶을 통해서만이 인간을 사랑하시고 인간을 위해 봉사하기를 즐기시는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새김]
■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한 역사적 사건 가운데 핵심적인 사건은 이집트 탈출 사건, 곧 해방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의식과 모습을 갖추게 한 대표적 사건이었기에, 구약성경은 어느 작품이건 이 사건을 중심으로 한다. 이 사건을 회상하며 이스라엘 백성은 무엇보다 먼저 구원의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고, 이웃 형제들과 함께 찬미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러기에 이 사건은 역사를 통하여 되풀이되고 종교적 삶 속에 언제나 녹아 있어야 하는 사건이었으며, 특히 파스카 축제 등 여러 축제의 때가 이러한 의식과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 이렇듯 이스라엘의 모든 축제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와 긴밀한 관련 속에서 탄생했으며,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은 축제를 지내며 늘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상기하고 감사하고 현실화해 나갔다. 설 명절은 한가위 명절과 함께 우리 한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이 명절을 쇠는 우리는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먼저 하느님께, 그리고 조상님들과 이웃 형제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며, 이 마음을 나눔과 베풂으로 드러내야 할 것이다. 이 땅에 발을 내디디고 살면서도 하늘나라를 지향하는 삶,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기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사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명절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 감사와 나눔 실천으로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