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의 고집 / 김현태
겨울이 다 지나도록 여태 저 놈, 허공을 붙들고 있다
이제 그만 내려와도 되련만,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내려와, 아랫묵에 등 지져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는데 무슨 생고집인지 나뭇가지의 목덜미 놓아주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닥칠 때면 홍시는 손아귀 힘을 더욱 준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홍시는 끝끝내 버티려 한다 봄이 올 때까지만
홍시는 아는 것이다 자신마저 훌훌 털고 쪼르룩 내려온다면 홀로 긴 겨울을 버터야 하는 나뭇가지의 아픔을 홍시, 조금은 아는 것이다
- 시집 『마음도둑 사랑도둑』 (책만드는집, 2001) ................................................................... 감은 대표적인 동양의 온대성 과수로 우리나라의 경우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재배가 곤란하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만들어지는 초등학교 국어 책에는 늘 남쪽에 계신 외할머니가 따준 홍시가 나오나 보다. 남녘의 감 주산지로는 영동, 상주에서부터 쭉 내려오면 청도, 함안, 하동, 김해 등이 있다. 그 가운데서 청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 없는 반시로 유명하다. 얼마 전 이곳의 감 마을을 지나간 적이 있는데, 겨울에도 감나무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홍시를 드문드문 볼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이 다 외면하고 떠나버린 후에도 나목을 부여잡고 마지막 안간힘에 지쳐있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나뭇가지와의 별리가 저토록 안타까울까. ‘허공을 붙들고’ 나뭇가지의 손을 꼭 쥔 홍시의 모습은 다른 상념이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예쁘게 보았을 수도 있다. 눈 속에서도 발간 얼굴을 수줍게 내민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러나 ‘이제 그만 내려와도 되련만, 이 악물고 버,티,고,’있는 모습은 마치 자신이 내려오면 나무가 절단이나 나는 양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봄이 오면 다른 누군가에게 나무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조바심하며 ‘무슨 생고집인지 나뭇가지의 목덜미 놓아주지 않는다’ ‘바람이 들어닥칠 때면 홍시는 손아귀 힘을 더욱 준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진’다. 이만저만한 밉상이 아니다. 단감이 아니라 유감 만만이다. 박근혜 권한 없는 대통령의 사촌형부인 김종필 씨가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죽어도 하야는 안한다.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녀의 무지와 옹고집이 대한민국을 더 깊은 수렁에 빠트리고 국민의 분통을 ?까지 터트리게 한다. 하야는커녕 조용히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정도를 넘어 이제는 육박전이라도 치룰 기세이다. 아무리 용을 써 봐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용인하지 않으면 허사란 걸 왜 모를까. 당신은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려는 안간 힘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잘 못하면 나라가 절단 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저 ‘홍시의 고집’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또 국민들은 그것을 바라보아야만 하는가, 촛불은 얼마나 더 태워야 하나. 정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언지를 모르는 걸까. ‘봄이 올 때까지’ 끝끝내 버티려 하지 마시고 ‘나뭇가지의 아픔’을 생각해서라도 ‘훌훌 털고 쪼르룩 ’ 내려오시길 권한다. 그래도 '뭐라 할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 권순진 Be As You Were When We Met - S.E.N.S |
출처: 詩하늘 통신 원문보기 글쓴이: 제4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