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통일의 길
서울공대지 2018 Winter No. 111
최진녕 법무법인(유한)이경 대표 변호사
대한민국의 역사는 2018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시작으로, 4·27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6ㆍ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9·18 평양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일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과연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은 이루어지는 것일까? 지금의 방향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통일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가? 대한민국의 기본법인 헌법적 시각으로 현재를 평가하고, 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보자.
대한민국이 정하고 있는 통일은 어떤 모습일까? 헌법에 답이 있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통일조항이다. 통일의 기본원칙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그 방법적 원칙은 평화적 수단임을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한반도 운전자론을 기치로 막혔던 남북 관계의 물꼬를 텄다. 그 결과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헌법 제66조 제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노고를 평화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 이행이라고 평가하여 많은 국민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국민들은 지금의 평화가 진실한 평화인지, 교류와 협력의 지향점이 헌법의 관점에 일치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과연 현 정부의 통일정책의 나침반이 현행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가리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대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상 통일관련 규정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 헌법에서 지향하는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바탕을 둔 통일인 것이다.”라고 선언했다(헌법재판소 1990. 4. 2. 89헌가113). 헌법재판소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만이 헌법상 인정되는 통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추구하는 통일의 수단이 “평화통일”이라는 측면에서는 문대통령의 노력에 많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올해 제안한 개헌안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단어가 사라지고, 역사 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져버리며, 북한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기본적 인권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제대로 없는 모습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대통령은 지난 10월 23일 국무회의에서 ‘9·19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를 비준했다. 군사합의서에 따라 DMZ 중심 10~40㎞의 비행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11월 1일부터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했다. 서해상에서는 북방한계선인 NLL을 기준으로 북측 50㎞, 남측 85㎞의 완충수역을 설정하여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이 금지된다.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에 국회 동의를 받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는 논란을 차치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군에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정찰·감시능력만 크게 약화시킨다는 비판적 목소리에 호응하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 능력은 그대로인데 이를 감시할 우리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헌법 제66조 제2항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이는 헌법 제66조 제3항이 정한 대통령의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에 앞서는 규정이다. 문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한다는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헌법 제69조).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의 첫 번째 사명은 튼튼한 국가의 보전과 방위다. 이를 기초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이루어 나가도록 규정한 것이 헌법적 결단이다.
문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정책적 우선순위와 그 책무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되, 그 목표가 헌법이 명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향하는 통일의 길로 가야 한다.
최진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최고산업전략과정(AIP) 54기 동문이다. 최 동문은 현재 법무법인 (유한) 이경의 대표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 법무, 민·형사 소송 등 각종 법률 분야에서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호사 활동 외에도 최 동문은 KBS, MBC, SBS, YTN, MBN 등 각종 방송에서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는 방송 패널이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신문사의 칼럼니스트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심사위원
•소비자단체협의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