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춘산에 불이 나니
김덕령
춘산(春山)에 불이 나니 못 다 핀 곶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물이나 잇거니와
이 몸의 내 없는 불 나니 끌 물 없어 하노라
♣어구풀이
-춘산(春山) : 봄산
-곶 : 꽃
-붙는다 : 불이 불는다.
-저 뫼 : 저 산
-잇거니와 : 있거니와
-내 없는 : 연기가 없는
♣해설
-초장 : 봄철의 산에 불이 나니 피지도 못한 꽃들이 다 불이 붙어 타는구나
-중장 : 저 산의 저 불은 끌 수 있는 물이 있지마는
-종장 : 내 몸에는 연기도 없는 불이 일어나니 이 불은 끌 물조차 없는 것을
한탄하노라.
♣감상
이 시조는 억울한 옥중 생활의 심경을 한탄한 노래이다. 작가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키어 왜적과 대항하여 혁혁한 공을 세운 무인으로, 적장과 내통한
다는 이몽학(李夢鶴)이 모함으로 투옥되어 죽기 직전에 이 노래를 불렀다 한
다. 초장의 ‘춘산(春山)의 불’은 임진왜란을, ‘못 다 핀 곶’은 ‘불 속에 타버린
젊은 청춘들’을 비유하는 것으로 자기의 몸(마음) 속에 타오르는 억울한 불을
끌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소개
김덕령(金德齡, 1567~1596) : 자는 경수(景樹). 광주(光州) 석저촌(石底村)
출신으로 성혼(成渾)의 문인. 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하고 1593년 담양에서
의병을 일으켜 호익장군의 사호(賜號)를 받음. 이몽학(李夢鶴)의 난 때 반란
음모를 꾸몄다 하여 투옥되어 고문에 지쳐 나이 30세에 옥사했으며, 곧 그
억울함이 풀려 영조 때 병조판사에 추증됨. 시호는 충장(忠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