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는 법
가고 싶은 길과 가야 하는 길
사람의 목숨은 하나고, 삶을 두 번 살 수는 없기에 누구든 인생은 처음 가보는 길이다. 그 위에는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결정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좁은 길과 넓은 길, 아는 길과 모르는 길 등. 세상에는 수많은 두 가지 길이 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가고 싶은 길’과 ‘가야 하는 길.’ 그 길은 언뜻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안개에 파묻혀 있을 수도 있고, 아직 길이라고 하기에는 덤불에 가려져 있을 수도 있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나를 돌아보며 곰곰이 생각하면 ‘가고 싶은 길’이 보이고, 하나님께 묻고 기도하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고 나는 믿는다. 이렇게 믿게 된 데는 계기가 있다.
나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교회에 제대로 다니질 않았다. 하나님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처럼, 중학교 이 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를 따라간 교회가 소망교회였다. 스스로 선택해 나가기 시작한 교회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찬양 소리도 듣기 좋고, 선생님도 친절했다. 여자 중학교에서는 마주칠 일이 없던 남학생과 편하게 지내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매주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하나님의 존재를 처음 느꼈다. 기도와 찬양, 예배와 교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웠다. 일 년 뒤에는 교회 중등부 부회장이 되어 임원 수련회에도 참석했다.
나는 어디서든 잘 나서지 못하는 소극적인 아이였다. 그런 내가 부회장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앞에 나서야 할 일이 많았다. 예배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찬양과 율동, 기도 인도를 해야 했고, ‘문학의 밤’ 준비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친구들 몇 명과 중창단을 만들어 문학의 밤 시즌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특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건 하나님이 너무 좋아서 생긴 열정이었다. 그동안 하나님은 어디에 꼭꼭 숨어 계셨는지, 나는 왜 여태 그분을 몰랐는지.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더 열심히 찬양하고 예배하리라 마음먹고, 중고등부 시절에 교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때는 하나님을 내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램프의 지니, 때 되면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 위기 상황에 ‘짠’하고 나타나 도와주는 슈퍼맨, 수호천사 정도로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이 시기에 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감춰졌던 성향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큰 무리 앞에 나서는 것도 편한 나를 발견했다. 아니, 오히려 그 순간을 즐겼다. 대중 앞에 서는 연기자가 될 끼와 재능을 교회 활동을 통해 처음 발견했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학교 복도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어느 서클이야?”
“나? 연극반.”
“와~ 초등학교 때 다른 애들은 장래 희망으로 대통령이나 의사를 말하는데, 너만 혼자 탤런트 되겠다고 해서 다들 웃었는데.”
“정말? 내가 그랬어?” “그래~ 네가 탤런트 되고 싶다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었어. 너 진짜 탤런트 되겠다!”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것은 정확한 예언이었다.
엄마는 처녀 때는 피디로, 결혼 후에는 학교 선생님, 대학교 시간강사 외에도 라디오 방송 작가 겸,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다. 그것이 엄마에게는 일거리였고, 우리에게는 먹을거리였다. 우리 집에 일거리와 먹을거리를 가져다주는 방송국이 내겐 낯설지 않고 친근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로망도 키워갔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다. 아나운서는 좋지만, 붙을 자신이 없고 연기가 하고 싶으니 그래, 탤런트가 돼야겠다!’ 당시는 연극 영화학과가 많지 않았고, 중앙대학교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울 때였다. 고등학교 삼 학년이 된 나는 바로 전 해에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에 입학한 오빠를 따라 같은 학교 연극학과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입학 학력고사에서 그나마 자신이 있었던 수학을 완전히 망치고, 암기 과목도 예상보다 훨씬 못 본 터라 합격할 희망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도했다.
‘하나님, 진짜 너무 창피해요. 교회 친구들은 다 합격해서 대학생이 될 텐데, 저만 떨어지면 친구들을 어떻게 봐요. 게다가 우리 집은 돈도 없고, 저도 공부가 싫으니, 재수는 할 수 없어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저, 대학에 꼭 들어가고 싶어요. 진짜 착하게 살게요. 살려주세요.’
실기시험 당일, 대기실에는 TV에서 봤던 청춘 배우부터 아이스크림 광고에 나온 모델까지 유명 인사들이 가득했다. 이들이 경쟁자라니, 분위기에 위축된 나는 조용히 구석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보나 마나 떨어지겠다. 어떡하지? 할 수 없지, 떨어지더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보자!’
대기 시간 내내 기도인지 주문인지 모르게 ‘하나님’을 수백 번 불렀다. 기도 응답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조르니 불쌍해서 ‘옜다’ 하신 걸까? 뭐든 상관없다. 어쨌든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쟁쟁한 미모의 배우와 유명인도 떨어지는 어려운 시험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내가 합격하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후에 듣기로는 학력고사 점수는 좋지 않았지만, 실기에서 일 등을 차지해 합격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합격 소식에 나는 감사기도를 드렸다.
‘와~ 이건 정말 하나님이 해주신 거지요. 나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하나님! 나의 산타클로스, 나의 수호천사!’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 또한 하나님의 목적하심으로 가기 위한 섭리의 디딤돌 중 하나였다는 것을. 왜 그랬는지, 무엇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봉사활동이었다. ‘하나님이 대학도 붙여주셨으니 착하게 살겠다고 했던 말 지켜야지’라는 단순하고 기복적인 신앙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대학 새내기 시절, 단짝 친구와 경기도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방문했다. 때는 3월 초, 아직 추울 때라 방문들이 꼭 닫혀있었다. 나는 떨림 반, 설렘 반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간 아찔했다. 냄새에 왜 ‘찌른다’라는 표현을 쓰는지 그때 깨달았다. 환기를 시키지 않은 채 보일러를 틀어 후끈한 방안에서는 역한 냄새가 풍겼다. 음식 냄새와 배변 냄새, 침 냄새 등이 한데 어우러져 나의 코를 지나 폐까지 찌르는 듯했다.
평소에도 비위가 약했던 나는 순간적으로 ‘욱~’ 하고 구역질이 났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방안을 둘러본 나는 기겁했다. 시설에 왜 아이들만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방안에는 나보다 덩치가 큰 남자 어른도 바닥에 누워있거나, 침을 흘리며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그다음 주에는 빨아놓은 옷과 기저귀를 한데 모아 옥상 빨랫줄에 너는 일을 했다. ‘밖으로 나가면 냄새는 안 나겠지.’
내심 안도하며 빨래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널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탁탁 털어서 널려고 하는데 무언가 ‘투두둑’ 떨어졌다. 기저귀에 남아있던 미처 씻겨 내려가지 않은 변 덩어리였다. 속에서 또 ‘욱~’ 하고 올라왔다. 하지만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너는 것보다 나를 더 괴롭히는 게 있었다. 내 머릿속을 맴돌며 떠나지 않는 생각.
‘네 주제에 무슨 봉사를 해. 냄새 하나 못 참으면서!’ 봉사하는 내내 역한 냄새 하나 못 참아 구역질을 한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다.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구나. 교회에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수도 없이 듣고 배웠지만, 사랑은커녕 그들의 아픔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네.’
내 머리 한쪽에서 비난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괴로웠던 봉사는 이후 몇 번을 더 가고 멈추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봉사에 대한 기록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만지심, 섭리가 없었다면 풀이 죽어 장애인 복지원을 떠나던 대학 신입생 애라의 뒷모습이 마지막 봉사 스케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신애라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규장신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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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여러 날 머물러 있더니 아가보라 하는 한 선지자가 유대로부터 내려와 우리에게 와서 바울의 띠를 가져다가 자기 수족을 잡아매고 말하기를 성령이 말씀하시되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이 이같이 이 띠 임자를 결박하여 이방인의 손에 넘겨 주리라 하거늘
우리가 그 말을 듣고 그곳 사람들과 더불어 바울에게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지 말라 권하니 바울이 대답하되 여러분이 어찌하여 울어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느냐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 당할 뿐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 하니 - 사도행전 21:10~13
† 기도 선택의 순간에서 나의 기준은 주님이어야 하는데 때로 나의 욕심, 생각, 계획이 앞설 때가 많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다시금 나의 기준을 주님께 두어 가고 싶은 길과 가야 하는 길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고민하지 않기를 원합니다.
† 적용과 결단 오늘 내게 주어진 선택의 기로에서 내 뜻대로 행하기 이전에 주님께 묻고 또 묻는 시간 갖기 원하며 그 시간 가운데 주님 역사하셔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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