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342 --- 칭기즈칸의 마동상에서
허허벌판 초원에 칭기즈칸의 동상은 기마상으로 말을 타고 있는 늠름한 모습의 40m 높이 조각상이다. 몽골의 동상은 대개 말과 함께 등장한다. 말꼬리를 따라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말 머리까지 갈 수 있다. 칭기즈칸의 금빛 채찍을 발견한 곳이라 하여 이곳에 설치했다. 그런데 동상을 설립한 독지가는 훗날 대통령에 당선되어 큰 화젯거리가 되었고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얼핏 아주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주변 시설물의 자재나 조경과 관리상태는 관광명소로 뒷받침하기에 좀 엉성하고 조잡한 느낌이다. 계단은 여기저기 깨어지고 허물어져 산만하며 지저분하고 무관심하지 싶다. 광활한 구릉지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가히 목가적이다. 사방팔방으로 거칠 것 없이 확 터진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따가운 햇볕을 무력화하며 시원하다. 삼삼오오 말이나 소가 느릿느릿 풀을 뜯는 풍경이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움에 나를 방목하며 자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몽골뿐 아니라 세계를 주름잡았던 칭기즈칸이 아니던가? 이름만 들어도 부들부들 떨었던 칭기즈칸이다. 그러나 아무리 칭기즈칸이라도 이미 흘러간 역사의 인물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하듯 옛이야기로 들리지 싶다. 말은 눈빛에 위엄을 잃고 자신감이 어색해 보이는 구경거리 삶의 조각처럼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하필 동상 입구다. 아무리 하늘을 주름잡던 독수리라도 사람 손아귀에서는 별수 없다. 붙잡힌 독수리는 더는 마음대로 창공을 날 수 없다. 독수리의 위용은 추락하고 더는 새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아니다. 명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지금 저 몰골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패장의 뒷모습은 우스갯거리가 되고 있지 싶다. 독수리가 인간의 손에 길들어져 팔뚝과 어깨에 얹혀 광대놀이로 전락하였다. 날카로운 개성을 상실했다. 하늘을 주름잡던 맹금류의 날개가 축 처져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부리도 발톱도 눈도 그대로이지만 늠름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주인의 손짓에 피동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