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1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책임 있는 자세를 바란다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쓴 한 해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겪는 글로벌한 질병의 공격에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모든 것을 멈춘 ‘록 다운’은 자동차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쳐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특히 유럽 27개 나라는 2019년 대비 무려 23.7%가 줄어 990만 대로 떨어졌다. 각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량도 예외가 아니었다. 톱3 그룹사인 폭스바겐, 토요타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판매량이 모두 10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합쳐 2019년 약 177만 대가 팔렸는데, 2020년에는 188만 대를 넘기며 6% 이상 성장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방역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하며 록 다운을 비롯한 경제 봉쇄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중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2020년 12월까지 누적 판매 기준 아우디가 2만5513대, BMW가 5만8393대, 메르세데스-벤츠가 7만6879대였는데, 올해 들어 9월까지 팔린 숫자만 봐도 아우디가 1만5921대, BMW 5만2441대, 메르세데스-벤츠가 6만2232대다. 이런 추세라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작년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는 판매대수 증가와 함께 판매 모델 구성까지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부터 주력하고 있는 고성능 브랜드 AMG와 마이바흐 모델들은 2020년 누적 판매가 4803대였는데, 올해 9월까지 6363대가 팔려 이미 작년 1년치 판매량을 한참 넘겼다. 대체로 이런 고성능 혹은 프리미엄 모델은 가격이 높고 수익성이 좋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는 S580 4매틱 모델이 3182대 팔렸는데, 마이바흐 S580 4매틱은 393대가 팔려 10%를 넘은 것이 좋은 예다. 차값의 20%인 4000만 원을 더 부담하더라도 일반 S-클래스와는 다른, 차별화를 원하는 프리미엄 고객들에게 어필한 결과다. 특히 디젤 모델인 G400d보다 7배 넘게 많이 팔린 AMG G63이나 1300대 넘게 판 AMG 전용 모델 GT 43도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차들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기업으로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얼마나 어른다운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작년 국내에서도 제기된 디젤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한 형사 기소와 과징금 부과 등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는지 묻고 싶다. 작년 5월 조사가 시작되자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 사장은 독일 출장을 떠나 그대로 퇴임했고, 새로 부임한 토마스 클라인 사장의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는 어떤 신차를 출시해 어떻게 팔겠다는 이야기만 있었으며, 5월 S-클래스 출시 때와 얼마 전 한성자동차가 AMG 전용 전시장을 오픈했을 때 잠깐 인사말을 했을 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조차 없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현재 기준, 소송의 진행 상태는 이렇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에서 환경부 조치에 불복해 4개 해당 차종에 대해 작년 10월 과징금 일부에 대한 부과 취소 소송을 냈고, 얼마 전에야 법원에서 1차 변론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리콜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팩트다. 이상한 점은 취소 요청 금액이다. 최초 부과된 과징금은 776억 원인데, 이 소송에서 제기된 금액은 10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일부 차종에 대해 먼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이기면 이를 근거로 삼아 나머지에 대해서도 취소 소송을 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독일 등에서 같은 부분에 대한 문제가 증명되어 리콜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자세 문제다. 이미 환경부에서 과징금 부과 판단을 할 때 확실한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인데, 길고 지루한 소송으로 이를 조금이라도 피해보겠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른 것도 아닌 환경과 관련한 문제에 이렇게 대응하는 건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수입차업계 판매 1위이자 수익성 1위라는 위상에 맞는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