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빚갚기 극약처방'약효 미지수'
인천'자산매각'독인가 약인가-자산매각 현주소… 팔아도 빚 못갚는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는 자산매각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했다.
재산을 팔아 빚을 갚는다는 발상이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수입에 빚을 갚기는커녕 현상황을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매각 과정마다 번번이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인천시의 자산매각 방침은 지난해 7월 처음 외부로 흘러 나왔다.
당시 시는 감사원의 시 재정 감사에 따라 분식결산 사실을 내부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빚이 많아 어려운데도 분식결산을 통해 미뤄놓은 8495억원을 더 채워넣어야 했고,
결국 알토란 재산을 팔기로 결정한다.
시는 지난 5월 재정난 극복 대책을 발표하며
오는 2014년까지 1조9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송도 6·8공구와 인천종합터미널, 북항배후부지 등을 매각해 2조원을 벌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부족 재원이 점점 늘어나는 탓이다.
당시 시는 올해 3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재 예상 세수 부족분은 5548억원으로, 올해에만 2500억원의 부족 재원이 추가로 생겼다.
앞으로의 지방세 수입 전망도 어둡다.
2013년 2조1495억원, 2014년 2조3158억원, 2015년 2조4330억원, 2016년 2조5571억원이다.
지난해 예측치에 비해 매년 5000억~7000억원씩 줄었다.
시는 이에 대비해 내년 예산을 최대한 빡빡하게 짰지만 줄어드는 세금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각 과정마다 튀어나오는 잡음도 지역을 뒤흔들고 있다.
송도 6·8공구는 3년 뒤 '빚 폭탄'으로 돌아올 우려가 있다.
㈜교보증권 컨소시엄은 8520억원을 주고 땅을 샀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협의를 거쳐 시에 되팔 수 있다.
시는 이 돈을 연간 4.4%의 이자를 물어가며 갚아야 한다.
인천종합터미널 매각은 세입자 신세계 백화점과의 법정 공방으로 뜨겁다.
구월농산물 도매시장 개발권을 미리 줬다는 특혜 의혹과 함께 매각 성사 여부가 법원의 손에 달린 상황이다.
도시공사의 자산 매각도 마찬가지다.
E4호텔 매각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토지용도변경을 약속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송도파크호텔 매각은 사들인 기업의 적절성 문제에 휘말렸다.
시와 도시공사의 미래는 어둡다. 오는 2020년까지는 벌여둔 사업을 수습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시는 2016년까지 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부분의 가용재원을 써야하고,
이후에는 빚 갚기에 바쁠 것으로 보인다.
도시공사도 신규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7조7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해결할 방도가 묘연하다.
특히 남아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인 검단신도시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도시공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시 재정 상황은 외줄타기라고 볼 수 있다"며
"당장은 물론이고 한동안 신규사업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