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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한 사건
나는 지난 10월, 12년 동안 살던 서울 염창동에서 인천시 귤현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단풍의 계절 가을에 이사를 와서 낯선 주변의 환경을 익히기 위해 집근처에 있는 아라뱃길의 유람선을 타보았고, 계양산의 계곡과 능선을 따라 오묘절묘한 등산도 해보았으며 팔각정 옆에있는 도깨비 바위에 올라가 김포 평야쪽을 향해 야호를 외쳐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야생화며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핀, 향기 그윽한 들판 길을 자전거로 쌩쌩 달리기도 하였고 항구도시의 특별한 경험, 소금목욕탕에서의 기절초풍할 정도의 뜨거운 사우나 등.... 그리고 이곳의 특징인 귤현천, 굴포천 ,아라뱃길의 뚝방길을 땀 뻘뻘 흘리며 걷기운동도 하고 집에서 가까운 넓고넓은 김포평야의 농로를 따라 자전거 하이킹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는 사이 어느덧 재미있었던 가을은 지나가고 첫추위가 찾아온 12월의 어느날 저녁, 나는 몇몇 친구와 함께 한강 야경이 보이는 염창동의 어느 목로주점에서 한잔 거나하게 걸친 후 집에 가기 위하여 인천공항행 막차를 타고 계양역에 도착하여 역사를 나와 보니 안개가 자욱이 깔린 밤거리는 희미한 가로등만이 한가로이 졸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밤 12시40분쯤, 택시는 먼저내린 사람들이 다 타고 가버렸는지 한대도 없었습니다.
주위는 스산하고 움침 했습니다. 약간의 공포심마져 느끼며 삐그덕 삐그덕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늙은 자전거에 의지한 채 인적이 고요한 사방 1Km정도의 논밭을지나 실개천에 힘겹게 걸쳐저 있는 허름한 콘크리트 다리에 막 들어서려할 그때...
아앗! 희미한 어둠속.... 저쪽 다리끝에...... 10m정도앞 다리끝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한사람의 검은 실루엣을 발견하였습니다. 정말이지 모골이 송연하고 등골이 오싹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예감도 좋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추운 날씨에 뭘 할려고 새벽 한시가 가까운 깊은 밤 아무도 다니지 않는 허허벌판 실개천 콘크리트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있단 말입니까?
어헝...? 아니 그렇다면 저사람 혹시 강도...?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기분좋게 취했던 취기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정신은 초롱초롱, 눈은 말똥말똥 해지면서 동시에 공포가 엄습하며 몸은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렸습니다.
그렇치만 나는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수있다." 라는 속담을 상기시키면서 놀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조용히 그를 응시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생각을 바꿔 아니야 아니야 그냥 취객일 거야 라고 생각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면서 모른척 하고 그냥 그 옆을 지나쳐 가려 할 때 이 사람이 한마디 했습니다.
“이봐요 형씨! 커피나 한잔 하고 가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또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 같으면 집에 가기도 바뿐 야심한 이 시간에 생뚱맞게 커피는 무슨놈의 커피냐 이 말씀입니다.
그리고 또 이상한 것은 그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시멘트 바닥을 대비로 쓸어내리는 듯 한 샤악샤악하는 아주 심한 허스키 보이스였습니다.
해수병 말기 120살 먹은 노인 목소리 였던 것입니다. 나도 고희 가까이 살아 왔지만 저렇게 심하게 쉰 목소리는 처음 이었습니다. 그래서 안 보고 못 들은 척 그냥 그의 옆을 지나쳐 갈려고 했더니 그자가 벌떡 일어서 내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이... “좋게 할려고 했더니 이거 안되겠군” 하는 것이엇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일어선 이자의 키가 어림잡아 2m30cm도 훨신넘는 장승처럼 큰 키로 집채만 한 덩치에 얼굴은 붉그며 눈자위는 청회색이고 눈동자는 빨겠으며, 휘날리는 눈썹과 뒤로 빗어 넘긴 기~인 꽁지머리는 노오란 색이었습니다.
그리고 옷은 새까만 태권도복에 붉은색 허리띠를 매고 있었습니다. 아주~아주 말 그대로 떨리고 쪼그라드는 무섭고 기괴한 모습이었습니다.
빨강, 검정, 노오란색의 괴이하고 무시무시한 형상에서 뿜어저 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내 심장은 터질듯 쿵쾅쿵쾅 뛰어댓고 이빨이 딱딱 마주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온몸의 힘이 빠지며 다리가 후덜덜 거렸습니다.
부리부리한 붉은눈의 그자는 나를 내려다보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이거봐 형씨 주머니에 있는 거 전부 내놔” 하며 고압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러면 그렇치 저놈이 이제야 강도의 본색을 드러내는군 하고 생각하며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주머니에 있는 지갑과 볼펜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그자에게 넘겨줬습니다.
그랬더니 이자는 지갑을 열어 속에 있는 돈을 꺼내 미국식으로 옆으로 세어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더니 히히 하고 히죽거리며 그중 한 장을 흔들어 보이며 “어? 이 돈은 지지난 대선때 허모 대통령 후보가 유세중 점심 식사비로 쓴 돈인데 여기 까지 흘러왔네”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허!~ 나참! 아니 정말 이자의 정체가 도대체 무었입니까. 무당입니까.. 강도입니까.. 정신병자입니까.. 도깨비입니까.. 귀신입니까.. 아니면 동내 불량배입니까.?
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지만 뭐라고 생각도 안나고, 또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할수도 없어서 그저 그자를 물끄러미 쳐다만 봤습니다.
그자는 참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갑과 볼펜을 도로 던저주며 하는 말이 “난 이런 냄새나는 돈은 취미없어” 하면서 ”우리집에는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받은 지갑과 볼펜을 주머니에 넣으려고 할 때, 그자가 들고있던 내 휴대폰이 심하게 요동을 쳐 댔습니다. 교양모드로 해 놓은 것은 낮에 모 방송국의 교양강좌를 들을려고 진동으로 해 놨었는데 나도 모르고 하루종일 그 상태로 가지고 다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이자의 반응이 그 와중에도 재미 있었습니다. 휴대폰이 드르륵 드르륵 하고 몸부림을 쳐대자 그자는 화들짝 놀라며 이건 도대체 뭐하는 물건인데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거야 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폰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이자는 마치 무서운 물건이라도 대하듯 거기서 영상으로 나오는 내 와이프를 쳐다보고는 아무말도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마침 전화기속에서 일갈이 터저 나왔습니다. 와이프 왈 ”아니 전화는 받아놓고 왜 아무말도 안하는 거예요“ 라고 한마디 하고 나서
”당신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얼굴은 그렇게 빨간거예요” 하고서는 "참! 세상 좋다 70다된 노인네가 꽁지머리에 노오랗게 염색까지하고 쯧쯧..."하고 혀를 찬뒤, 혼자 중얼거리듯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하더니만 이번에는 소프라노의 고음으로 “새벽 한시가 다됐는데 동내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들어와요” 하며 자기 말만 하고 전화를 "탁"하고 끊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정신병자 같은 그 친구는 크게 다행이다 싶은듯 후다닥 휴대폰을 던지다시피 나에게 주고나선 하는 말이 “아휴 그 아주머니 성깔 한번 까칠하시네"...하고 말하고선 "당신, 엄처시하에서 엄청 구박만 받고 사는구만..“하는 것이었습니다.
심하게 모욕적인 말에 기분마저 팍 상한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돈을 줘도 싫다고 하고 이젠 더이상 줄것도 없으니 일은 끝난 것 아니냐" 라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궁시렁 거리며 그를 흘긋 한번 쳐다보고 자전거에 올라타 갈려고 했더니...
그자는 순간적으로 긴 양팔을 쭉 뻗어 막으며 “아니 아직도 나를 몰라본다. 이거야 원 " 하고 말하고선 한참 뜸을 들인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이 개천을 지키는 동리군자(洞里君子) 도깨비어르신이야 이 뻥신아“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깨비란 소리에 깜짝놀라 더욱 조그맣게 쪼그라든 나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만..... 멀리서 개짖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인적 하나 없는 적요한 허허 벌판에서 섬뜩한 도깨비와 맞닦뜨렸으니 뭘 어떻게해서 이곤경을 뚥고 나아가야할지 도무지 묘안이 서질 않았습니다.
유두무책인 나는 그저 어벙한 자세로 멀뚱멀뚱 그를 올려다보고 있자하니 그가 먼저 제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이곳 개천에서 살기를 몇 십년, 야심한 밤에 술한잔 걸치고 지나가는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을 상대로 씨름을 해서 나를 이기면 보내주고 진사람은 저 개굴창에 처박아 버려 이도깨비님의 위엄을 보여줬지만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를 이긴놈은 지금껏 한놈도 없었단 말이야 알겠어! 요 뻥신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서 ”요얼마전 전국 씨름장사 대회에서 금강장사까지 했던 이곳출신 정팔개도 나와 삼세번이나 붙었는데 연전연패로 저 개굴창에 쳐 박히고는 무서워서 벌벌 떨며 엉금엉금 기어갔지
그러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여기 귤현천을 비롯, 근처 크고 작은 개천에 이 도깨비님이 산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이동내 저동내에서 힘이 펄펄 넘치는 젊은 놈들이 나에게 도전하였으나 모두 저 개굴창에 처박히고는 아이고 나죽네! 오금아 나살려라! 하고 똥줄이 빠지게 줄행랑을 쳤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속해서 그자는 나에게 ”너 뻥신!" 하고 고막이 터질듯 큰소리로 부르더니 "이 동내에 이사온지 얼마 않됐나 보군 그래서 뭘 모르는 것 같은데" 하고선, 뭔가를 생각 하는 듯 한참이 지난뒤 목소리를 착깔고 하는 말이,
"그래, 몰라도 유분수지 팔자가 얼마나 늘어졌으면 쟤 세상 만난 듯 허구헌날 밤늦게까지 술 퍼 마시고 동네 시끄럽게 야단법석 떨며 이곳을 통과하려고 하느냐 이 말씀이야 그래서 나는 오늘 네놈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기로 작정 했어 자! 이리와 한 판 붙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정말 큰일 났습니다.
나는 솔직히 말해 씨름에 "씨"자도 모르는 사람으로 설날이나 추석날에 TV에서 방영되는 씨름프로도 재미없다고 안보는 나인데 씨름한판으로 결판을 내자니 참으로 막막답답 했습니다.
어쩔줄 몰라 엉거주춤 서있는 나를 그자는 재 놈의 바지를 둘둘 말아 걷어 올리며 나에게도 바지를 걷어 올리라고 성화를 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새벽닭이 울면 가야되니 빠~빨리 씨름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신 것을 크게 후회하며 할수 없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두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고 삭삭 비벼 마찰력을 크게 한 뒤 그자의 왼쪽 바지 가랑이를 내 오른손으로 힘차게 거머쥐고 또 왼쪽 손으로는 그자의 허리띠를 꽉 움켜잡았습니다. 그러자 그 도깨비역시 나와는 정반대 방법으로 내 바지 가랑이와 허리띠를 힘 있게 감아쥐었습니다.
근데 근데 말입니다. 아니 이게 무었입니까?
이자의 팔. 다리. 손. 발이 이상했습니다. 집채만한 몸집 전부가 박달나무같은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거였습니다.
뭐라고 표현할수없는 괴기한 모습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예 전의를 상실케하는 보이지 않는 그 어떤 마력같은 것이 느껴졌 습니다만 어쩝니까 여기까지 온마당에.... 하여간 나는 生則死(생즉사) 死則生(사즉생)의 각오를 되새기며 그에게 말했습니다. "난 말이야 왼쪽 씨름방식으로 하겠어 그래도 돼" 하고 물으니 그자는 “뭘 어떻게 하든 니놈 맘대로 하세요” 하고 비아냥 대며 껄껄 웃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도깨비하고의 씨름법은 생전에 아버님께서 사셨던 보령군 대천면 동대리의 앞개울에서 동내 한 어르신이 도깨비를 만났는데 그때 왼쪽 씨름과 왼발치기로 그놈을 쓰러트려 이기셨다는 옛날 옛적 일곱살 인가 여덟살 때 들은 기억이 언뜻 떠올라 그방법을 써먹기로 작정하고,
나는 슬슬 택견도 고단자처럼 리듬을 타고 왼발 오른발을 얼쑥들쑥 하면서 그놈의 어느쪽이 허약한지를 슬쩍 찔러도 보고 걸어도 보았으나 어랍쇼 이작자의 몸은 몇백톤짜리 크레인 이라도 되는듯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방법을 바꿔 내오른쪽 다리로 그자의 오른쪽다리를 순간적으로 걷어차며 으랐짜짜 하는 하늘이 무너지고 지축이 갈라질듯한 기압과 동시 온 전신에 힘을 쏟아 부어 그놈을 단번에 땅바닥에 꽂아박을려고 했으나?....
아뿔사! 이놈은 넘어가기는 커녕 되레 나를 갖고 노는듯 흐흐흐 기분 나쁘게 웃으며 “잘좀해봐 뻥신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하는 말이 더욱 가관 이었습니다. "아휴 이러다 밤새겠다~ 밤새, 아까 보니 형수님 성깔도 대단하시던데 늦게 들어가서 외박했다고 의심받으면 밥이나 얻어 먹겠어 밥은 고사하고 집에서 쫓겨나기 십상이지"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허~허 나참! 더러워서 이놈 말 하는것좀 보십시요.
이놈이 언제부터 나를 형님으로 모셨고 지놈이 인간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엄처시하에서 구박만 받고 산다는둥... 이러쿵 저러쿵, 어쩌고 저쩌고 말을 함부로 하느냐 이 말씀 입니다.
원참! 살다살다 보니까 시건방지기 짝이없는 도깨비 동생 까지 두고....세상 참!...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습니다만. 어쩝니까 칼자루는 저놈이 쥐고 있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나는 어쨌든 우선 씨름부터 이기고 봐야 저놈의 주둥아리를 재잘대지 못하도록 꼭꼭 묶어둘수 있다는 생각에 그놈의 왼쪽다리를 잡고있던 손에 힘을 주어 땡기니 어랍쇼!? 이건 도깨비가 끌려 오는게 아니라 반대로 내몸이 그놈의 몸으로 바짝 달라 붙는게 아니겠 습니까.
두사람(?)의 몸이11자 형식 즉, 짝맞지않은 젓가락이 곧추 서 있는것 처럼 중심이 무너지기 쉬운 챤스는 이때다 싶어 나는 왼쪽 다리로 그놈의 왼쪽 뒷다리를 힘차게 걷어차며 젖 먹던힘을 다해 밀어 부쳤습니다.
그랬더니 우~와! 조용한 백주, 대낮에 아니지 적막강산에 날벼락 치는 소리로 으아악 ! 하는 斷末魔(단말마)같은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태산이라도 무너지듯 우르릉 쿵쾅 하고 요란스럽게 쓰러졌습니다.
아~♬아 드디어 해낸 것입니다. 이 통쾌! 이 감격! 누가 알겠습니까. 나는 승리감에 취해 외마디 소리를 크게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승리를 만끽 했습니다.
한참 그러고 난 후 흥건히 흐른 땀을 닦고 정신을 차려 생각해 보니 씨름은 씨름이고 도깨비는 도깨비인데 도대체 내가 인적도 없는 이 허허 벌판에서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에 있는 고무줄 끈으로 쓰러저 있는 도깨비를 한 발짝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 난간에 꽁꽁 묶어둔 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에서 2km정도 떨어져 있는 파출소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달려 가면서도 내 뒷통수를 누군가가 끌어 땡기는 듯한 심한 공포감을 느꼈지만 앞만 쳐다보고 정신없이 페달을 밟아 드디어 파출소에 도착 했습니다 .
나는 가라 안지않은 흥분 때문에 파출소 문을 확 열었다 꽝하고 닫으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경찰 두명이 근무중 이었는데 한명은 cctv로 관내를 열심히 훌터 보는듯 했고 또한명은 한팔로 턱을 고이고 끄덕 끄덕 졸고 있다가 꽝하는 문소리에 깜짝 놀라서 약30cm정도는 뛰어 올랐다가 내려앉는 모습을 보았습니다만 나는 그점에 대해서는 조금치도 신경을 쓰지 않고 피로. 허기 그리고 무었보다도 공포심 때문에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그 경찰을 물꾸러미 쳐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역시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정신이 들었는지 “ 아 아저씨 지 지금 저어쪽 도 도깨비 다리쪽에서 오셨습니까? 그곳은 괴굉장히 무서운 곳으로 우리도 가가길 꺼려하는 곳인데” 하며 갑자기 당황 해서 그러는지 말을 심하게 더듬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자 그는 믿기지 않는 다는 투로, 저저 정말입니까 저저 정말입니까 하고 거듭 묻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렇다고 거듭 대답하고 뜨거운 물 한잔을 달라고하여 단숨에 마시고 긴숨을 몇 번 쉬어 가슴을 진정 시킨뒤 집에 가야겠다고 하니 그 경찰은 마치 내 말을 못들은양 아니 지금부터가 진짜 무서운 곳을 통과해서 가야하는데 정말 가시겠냐고 반신반의 하며 묻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도깨비와 씨름을 해서도 이긴 사람인데 뭐가 무서워 집에 못 가겠냐고 큰소리치면서 자전거에 올라 탓습니다.
그러자 그는 않됩니다 않됩니다 하며 나를 집에 가지 못하도록 큰소리치며 말렸지만 내가 굳이 가야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정 그렇다면 순찰차로 모셔다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나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고 또 정신적으로도 의지하고 싶지 않아 그 경찰의 손을 뿌리치며 그대로 뛰쳐나왔습니다.
사실 지금부터가 문제였습니다.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800~900m정도의 긴 거리인데 넓이는 약 8m, 왕복2차선 도로로써 우측에는 인천지하철 차량기지의 높은 철망울타리가 길게 쳐져있고 좌측은 공항철도가 다니는 제방으로 높이 5~6m의 긴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 있어서 노선버스는 아예 다니지도 않고 택시조차 보기힘든 대낮에도 조금은 음산스러운 길이었습니다.
즉 지붕 없는 터널 같았습니다만, 나는 죽을 힘을 다해 페달을 밟으며 그 길의 2/3정도쯤 왔을때 뒤통수가 심하게 땡기는것 같아 옆을 봣더니 조금전 파출소에서 보았던 그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내옆을 지나 바로앞에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고개를 돌려 싱끗 웃으며 쳐다보는데 으아악! 나는 또 한번 자지러지게 놀라서 하마터면 길 바닥에 곤두박질 칠뻔 했습니다.
경찰복장에 빨간얼굴, 청회색 눈자위 ,빨간 동공, 노란눈섭 그리고 모자 밑에서 휘날리는 긴 노오란 꽁지머리, 아~아 그놈의 도깨비가 아니고 무었이겠습니까.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저놈의 도깨비는 또 어떤놈의 도깨비야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선 저놈을 끝장내 버려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내 앞에서 쌩쌩 달려가는 그놈의 자전거 뒷바퀴를 내자전거 앞바퀴로 갑자기 확 밀쳐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놈은 어~어~어 하면서 비틀 비틀 갈지자를 몇 번 그리더니 아스팔트 맨 바닥에 꽈당 하고 처박혀 버렸습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자전거를 몰아가면서 내가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쪽을 보니 후렛시 불빛 서너개가 이곳 저곳을 비추다 나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뛰어 오는 것이었습니다.
아! 와이프가 이렇게 고마운 사람 인줄은 결혼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경비아저씨와 덩치가 황소만한 헬스클럽 사장도 나를 반겨 주었는데 경비 아저씨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 “저 무시무시한 도깨비 다리를 정말 아무일도 없이 건너 왔단 말입니까" 하면서 "여기 황소덩치 헬스클럽 사장도 몇 년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깊은 밤이나, 밤안개 자욱히 피는 야심한 밤이면 도깨비가 나타나 주민을 괴롭힌다는 얘기를 듣고 동내에서 힘이 제일 쎄며 특수부대 출신의 젊은 조기축구회장과 둘이 물안개 뽀얗게 피어오르는 새벽 한시 반경 도깨비 다리에 가보니 아닌게 아니라 소문에서 듣던 바로 그 도깨비가 아라뱃길쪽을 향해서 고래고래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음정·박자 모두다 어디론가 출장 보내고 완전 자유·민주주의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두사람은 씨름이고 나발이고 앞뒤 잴 것 없이 다짜고짜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번쩍 들어 개굴창에다 처박아 버릴려고 했으나,
웬걸 백 톤, 아니야 무게조차 알 수 없는 계양산도깨비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되레 두 사람이 개굴창에 쳐 밖히는 곤욕을 여러번 당한 뒤에 그놈이 담배를 피우며 땀을 닦을려고 한눈을 팔 때 다리야 나살려라 하고 가랑이 찢어지게 뛰어 겨우 도망쳐 나왔다는 거예요
”하며 뒤에 서있는 헬스클럽 사장의 체면은 생각지도 않고 손짓발짓을 해가며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못한 채 아파트로 와서,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루고 잠깐 옆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며 식은땀을 닦으려는 순간...
아니 이게 웬일 입니까 나하고 와이프뒤에 경비복을 입은 붉은 그 도깨비가 빙긋히 웃고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으아악! 또 한번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도깨비도 하아악! 자지러지게 놀라면서 뭔가를 던지고 후다닥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그 날 오후 늦게까지 자고 일어난 나는 경비복을 입은 도깨비가 던저준 물건이 도대체 무었인지 알고 싶어 식탁밑에 아무렇게나 쳐박혀 있는 그 물건을 꺼내 보았습니다.
아하 그것은 내가 며칠전에 인터넷 쇼핑몰로 구입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경비아저씨를 잘못보고 도깨비로 보았던 것 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새벽 귀가길에 내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를 인도하던 도깨비도 진짜 도깨비가 아니라 진짜 경찰 아저씨 였단 말입니까.???
해서 묶어논 도깨비의 정체도 알고 싶기도하고 그 경찰 아저씨에게 사과도 할 겸 도깨비 다리에 가봤더니 어? 이~이게 무었입니까.....
인천이란 대도시에 아직도 이런것이 있었단 말입니까? 그것은 바로 바로 보리를 타작하는 도리깨였습니다.
아니 근데 왜 이 도리깨가 나는 분명히 다리 난간에 묶어 놓았었는데 그자리가 아니고 다리 바로밑 뚝방 중간쯤에 끈이 약간 풀어진 상태로 누어 있는 것 이었습니다.
탈출을 시도할려다 관 둔 걸까요?.
그래서 나는 여기저기 꺽이고 갈라진 도리깨를 주어모아 불태우며 이승에서 인간을 위해 많이 고생을 했으니 이젠 저승에 가서 편안히 잘 살라고 기원한뒤 그 재를 개천에 뿌려 흘려 보냈습니다.
그런뒤 파출소에 가서, 오늘 새벽에 벌어진 사연을 얘기하고 그 경찰을 찾으니 파출소장은, "아~뇨 오늘 새벽에 그런일도 없었고요 아저씨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인데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참!...? 이런 미스터리가?... 어떻게 이 상황을 정리해야할지 몰라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며 아파트 경비실 앞을 지나쳐 오는데 경비아저씨가 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경비아저씨는 1분도 않된 조금전에 외부에서 전화가 왔는데 “저승에 보내 주셔서 고맙다 라고하면” 안다고 하면서 나에게 비가 부슬부슬 내리거나 물안개 뽀얗게 핀 밤 새벽 한시 반쯤에 도깨비 다리로 오시면 저승에 보내준 은혜를 다소나마 갚겠다고 하며 황금 금괴 10kg짜리 여덟개를 드리겠다고 하며, 이 내용을 꼭 전해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답니다.(끝)
- 가야 합니까?..가지 말아야 합니까?. 가면 엄청 큰 부자가 될텐데, 나하고 같이 가실분은 댓글을 달아 주십시오.
- 만일 도깨비다리에 갔다가 잘못된 경우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이 기담소설(奇談小說)은 픽션(fiction)입니다.)
2012년 12 월 28일 계사년을 맞으며
천년바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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