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모르고 있었구나
서해뱃길
새벽 대청도에서
인천 연안부두 오는 바닷길
잔잔한 파도 위에
해돋이 햇살이
따라잡는다
태초에
파도는
바다의 파란 비늘무늬 옷이었나보다
그 무늬 위로
훼리호가
긴 바지 다리미로 다리듯
배밀이하며
새벽 물살 가른다
잔잔한 파도를 베고 길게 누운
커다란 불꽃 그림자
햇살이
비늘무늬 물살 제겨 딛고
내게로 빠르게 따라온다
파도에 반사된 빨간빛 꽃길
반짝이들
나를 살포시 포옹하며 붙잡고 있다
가슴 벅찬 감동 포만감
원초적 홀라당 벗은 알몸으로
나에게 빛을 토해내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알몸 되어
해후의 포옹을 하고 있다
우리 태양의 후예이면서
언제 이렇게
만난 적이 있었는가
빛으로 만든 다리
바다의 오작교에서
눈빛 서로 부딪히니
파도는
눈물 젖은 옷깃 훔치며 말을 걸어 온다
‘햇살 그리고 너
우리 늦으나마
인연으로
하나의 뿌리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래
나를 빚어준
바다 그리고 햇살
근접하게 살아왔으면서
서로 모르고 있었구나
눈에는
서해 맑은 빛 가득 싣고
가슴으로
파도를 담금질하며
인천 연안부두에
이르렀다
우리 서로
몰라서 송구스럽고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미안했다
<2023.04.02>
현법 / 유 재흥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 서로 모르고 있었구나
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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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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