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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정관 마리우스, 처음으로 독수리를 로마 상징으로 도입
독수리 깃발+사자 가죽을 쓴 기수…수호신·전승 상징으로
군기는 숭배·보호의 대상…금 화관으로 상징·신성함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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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잘부르크(Saalburg)에 재현된 로마 군단의 깃발. |
그리스·로마가 고대 사회를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중세 문장의
모태가 된 ‘전문장(前紋章)’의 탄생과 확산에 크게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지금부터는 도시 국가나 거대 제국을 수호하는 방패나 깃발 위에 새겨졌던
수많은 상징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대표적인 문양을 살펴보겠다.
로마 상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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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를 상징하는 독수리기와 방패, 헤라클레스를 닮은 기수단이 인상적이다. |
독수리가 로마의 상징이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먼저 늑대 젖을 먹고 자란
마르스의 아들 로물루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건국 신화에 독수리가 등장한다. 설화에 따르면 로물루스는 형제인 레무스와 누가 도시 건설을 맡을지를
놓고 새(鳥) 점을 보기로 했다. 각자 선택한 지역 가운데 더 많은 독수리가 발견되는 곳에 로마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이때 로물루스는
팔라티노(Palatino)를, 레무스는 아벤티노(Aventino)를 선택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팔라티노에서는 12마리, 아벤티노에서는
6마리의 독수리가 날아올랐다. 규칙에 따라 로마는 팔라티노 언덕에 세워졌고 독수리는 로마 건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새가
됐다.
그러나 독수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 집정관 마리우스(Marius)에 의해서다. 그는 소년
시절 절벽 둥지에서 독수리 새끼 7마리를 발견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훗날 집정관을 7번이나 지냈다. 독수리 새끼 7마리가 그의 운명을
예언한 셈이다. 그 때문일까? 집정관에 오른 마리우스는 처음으로 독수리를 로마의 상징으로 도입했다.
독수리는 우리가 잘 아는
‘로마 원로원과 시민(Senatus Populusque Romanus)’을 의미하는 ‘SPQR’과 함께 문장·기념물·주화·문헌 등에 수없이
등장한다. 심지어 도로나 하수구 뚜껑에서도 발견된다.
마리우스는 기원전 104년부터 시작한 군제개혁에 힘써 ‘모든 군단에 독수리기를
수여하는 것’으로 혁신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도 로마를 제국으로 확장시킨 동력을 ‘로마 군단’에 집중했고, 그 상징을 제국과
동격인 ‘독수리’로 정해 ‘로마 군단=로마 제국’이란 효과를 유도했고 결국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역사에는 이를
벤치마킹한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기회에 조금 더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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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상징인 독수리와 SPQR이 새겨진 문장. |
독수리·사자가 이끄는 군단
독수리는 하늘, 사자는 땅의 왕이다. 로마 군단은 하늘과
지상의 왕이 수호하는 부대다. 로마의 모든 군단은 사자 가죽을 쓴 기수가 들고 있는 독수리 깃발이 이끄는 대로 진군했고, 군단병들은 독수리
날개와 번개가 새겨진 방패의 보호를 받았다.
군단기와 황제의 초상도 독수리보다는 서열이 낮아서 그다음에 서야 했다.
주피터(독수리)를 받들고, 헤라클레스(사자)가 선도하는 로마 군단은 천하무적이었다. 로마 군단은 주피터와 헤라클레스가 이끄는 대로 나아가 적을
무찌르고 유럽을 석권,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독수리+사자’는 수호신 또는 전승의 상징으로서 단연코 으뜸이었다. 따라서
독수리 깃발과 기수는 전장에서 ‘진격할 때는 가장 선두에서 군단을 이끌고, 불가피하게 적에게 등을 돌려야 할 때는 모든 전사들의 가장 뒤에서
안전을 지켰다(First to Advance, Last to Retreat)’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그렇게 믿으라”고 강제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오랜 불패를 이끈 전통이 됐다. 둘의 조합은 군기나 부대마크 같은 군 상징의 전형이다.
모름지기
군에서 상징은 부대원 그리고 적, 또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이 마음속에 각각 떠올리는 많은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로마군의 상징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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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 등장하는 군단기. 군악을 연주하고 집정관·군단장이 임석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
숭배·보호의 대상
부대의 모든 것인 군기(軍旗)는
군에서 숭배와 보호의 대상이 돼 왔다. 그렇다 보니 군에서 깃발은 숭배하는 마음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로마 군단은 이런 전통의 시발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누차 강조했지만 군단의 깃발(아퀼라·이마고·벡실럼 등)은 전투경험이 풍부한 장교만이 들 수
있었다.
특히 독수리 깃발은 동물의 제왕인 사자의 가죽을 쓴 기수가 들어야 했고 여러 장식들로 꾸며졌다. 압권은 금으로 만든 화관을
씌워 그 상징성·신성함을 극대화한 것이다. 후기에 이르러서는 독수리까지 금으로 만들었다.
그 때문에 아무 곳에나 보관하지 않았다.
임시로 주둔하는 곳이라도 평소 ‘아에데스(Aedes)’라는 신전에 보관했다가 전시가 되면 다른 깃발과 함께 출전했다. 야전이라면 군단장과 가장
근접한 곳에 별도의 텐트를 치고 경계병을 배치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동시에 출정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제단 바로 옆에 위치해 그 효과를
더했다. 이 정도면 거의 종교적 수준이다.사진=필자 제공
<윤동일 육사 총동문회 북극성 안보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