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자 수요가 몰렸던 재건축과 재개발시장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보유세 충격이 크다. 재건축이 늦어지면서 조합원부담금이 늘고 있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유세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집값이 약세인 지방 재건축ㆍ재개발사업장은 새 아파트 대신 현금을 요구하는 조합원들로 골치다. 주택시장이 침체돼 아파트값이 오를 가능성이 작자 집 대신 현금을 챙기려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은 제자리걸음인데
강남권에서 재건축사업이 몇 년째 중단된 단지는 3만6000여가구에 이른다. 강남구 개포지구 1만3000가구는 주민과 자치단체 간 단지별 재건축 용적률 줄다리기에 잡혀 있다. 2003년 추진위를 결성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예비안전진단 문턱도 넘지 못했다.
강남ㆍ서초구 일대 중대형 평형이 많고 10층 이상인 중층 단지들은 중소형 평형을 일정 비율 이상 들여야하는 중소형평형의무비율 등의 규제로 4년째 손을 놓고 있다. 반포동 주공1단지와 서초구지역 일부 단지들은 조합원간 갈등 등 단지 내부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이들 단지에 얽힌 문제들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재건축은 앞으로 상당 기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세를 타고 이들 단지의 공시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대부분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는 6억원을 넘겼다. 개포지구 저층단지들의 종부세 대상은 지난해 17평형이 넘는 평형이었으나 올해는 15평형 이상으로 확대됐다. 주공1단지 15평형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5600만원에서 6억6800만원으로 47% 뛰었다.
반포 주공1단지 22평형도 지난해엔 공시가격이 5억4400만원이어서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았으나 올해는 7억7600만원이어서 종부세를 내야 한다.
중층단지의 종부세 대상 평형도 40평대 이상에서 30평대로 작아졌다. 대치동 청실 31평형, 은마 31평형 등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5억원대에서 올해는 8억원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5억원대인 서초구 30평대도 6억∼7억원대가 됐다.
이에 따라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3만6000여가구 중 일부 평형을 제외한 대부분이 올해 종부세를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포지구에선 10평대 초반 평형과 반포동 주공1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에선 20평대 정도만 종부세를 내지 않을 것 같다.
투자수익 갈수록 떨어지고
종부세 대상이 되면서 이들 단지의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개포주공4단지 15평형의 올해 보유세는 426만원으로 지난해 178만원의 2.4배다. 공시가격이 올해 6억원을 넘기면서 재산세 외에 지난해 내지 않던 종부세도 부담하게 돼 보유세가 크게 늘었다.
한신1차 등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서초구 일부 단지들은 사업이 순항했다면 올해 내지 않아도 될 보유세를 고스란히 내야할 판이다. 이들 단지와 비슷하게 신청해 인가를 받은 다른 단지들은 올해 6월 1일 이전 착공을 위해 멸실되면 토지분 재산세만 내면 된다. 토지분 재산세는 수십만원 정도다.
내년엔 보유세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종부세ㆍ재산세 적용비율이 올해(80%, 50%)보다 각각 10%포인트, 5%포인트 오르면서 보유세가 10% 넘게 늘어난다. 은마 34평형은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9억8400만원)와 같더라도 올해보다 70여만원 늘어난 705만원의 보유세를 내야한다. 마철현 세무사는 “내년 공시가격이 10% 올라가면 보유세는 이보다 훨씬 높은 40% 가량 많아진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상승 없는 보유세 증가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된다. 종부세 적용비율은 2009년까지 매년 10%포인트씩 올라 100%가 되고 재산세 적용비율은 내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5%포인트씩 높아지기 때문이다.
J&K 백준 사장은 “재건축 사업이 길어지면 사업기간 동안 집값 상승분이 많아져 그 일부를 현금으로 국가에 내는 재건축부담금이 늘어나는 데다 보유세도 계속 내야해 투자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재건축 사업 전망은 불투명하고 보유세 부담은 커지고 있어 최근 매도를 고민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상당수가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한 경우여서 양도세가 억대에 달해 매도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강철수공인 강철수 공인중개사는 “자금여력이 되면 재건축이나 보유세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버틸 것으로 보여 매물이 급증하거나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합설립 인가가 난 단지를 조합원 명의변경이 금지된 2004년 이후 구입한 투자자들은 팔고 싶어도 2009년까지는 팔지 못한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내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못한 단지의 경우 구입한 지 5년 뒤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방 조합원 현금청산 골머리
부산ㆍ대구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 새 아파트 대신 현금으로 보상받으려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최근 부산 부산진구 내 한 재개발 단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분양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300명 정도의 조합원 중 60% 가량이 현금청산을 요구했다. 지난해 사상구에선 조합원 400여명 중 3분의 1 정도만 분양신청을 했다.
재개발이 초기단계인 대구에선 재건축 단지들에 현금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지난해 말 대구 달서구 내 재건축단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분양한 결과 전체 2720명 중 10%가 넘는 286명이 입주권을 포기했고 50여명의 조합원은 아직까지 계약을 미루고 있다.
이 단지는 조합원 계약이 끝나지 않은 데다 일반분양분이 늘면서 분양전망이 불투명해 당초 이달 예정이던 분양시기를 늦추고 있다.
21일부터 조합원 분양계약을 하는 달서구 내 다른 재건축조합에는 조합원들의 현금청산 문의가 잇따라 조합과 시공사측이 긴장하고 있다.
달서구 상인동 서한공인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침체돼 아파트값이 오르길 기대하기 힘들자 집 대신 현금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청산이 크게 늘면 일반분양분이 많아져 분양수입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시장이 가라앉은 지방에선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미분양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분양물량이 많으면 분양에 더 애를 먹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이경희 부장은 “현금 청산 조합원이 많아지면서 늘어나는 일반분양분은 지방 분양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이는 또다시 현금청산 조합원을 늘리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가격 규제로 일반분양분 수입마저 줄어들어 지방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는 구역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