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DC “델타변이, 5000만명 사망 스페인독감보다 센 전파력”
[코로나 4차 유행]델타변이 확산에 전세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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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과학자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연구 결과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기도 전에 서둘러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시 권고하는 쪽으로 지침을 바꿨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CDC가 불과 두 달 만에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전했다. 앞서 5월 CDC는 백신 접종에 힘입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보이자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를 지난달 27일에 철회한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독립했다”며 5월 마스크를 벗고 백악관에서 행사도 열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하루 뒤인 28일부터 다시 마스크를 썼다.
WP가 전한 CDC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1918년 유럽에서 발생해 2년간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돼 있다. 스페인독감은 환자 한 명이 평균 2명을 감염시켰는데, 델타 변이는 5∼10명가량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변이가 일어나기 전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확진자 한 명이 평균 2∼4명을 감염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고서에 나타난 델타 변이의 위험성에 대해 “이전의 법칙이나 통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고, CBS필라델피아는 “델타 변이가 들불처럼 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델타 변이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면 더 강력한 변이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드루 페코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공중보건대 교수는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할 수 있는 곳에서 변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러스 복제를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변이 출현 확률은 높아진다”고 했다.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 교수는 “현존하는 백신이 통하지 않는 변이가 나타나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 다시 모든 사람에게 접종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은 14.6%다.
델타 변이가 계절성 독감처럼 매년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리즈대 스티븐 그리핀 바이러스학 교수는 “우리는 코로나19를 오랫동안 보게 될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매년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씩 진정돼 가는 듯했던 각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도쿄 올림픽이 진행 중인 일본은 지난달 31일 신규 확진자가 1만2341명까지 늘어 코로나19 발생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1만7786명), 태국(1만8912명)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가장 많았다. 태국 정부는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 수도 방콕은 8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서는 5월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감염자가 지난달 30일 누적 247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20일 조사에서 신규 환자 중 94.8%가 델타 변이 감염자라는 결과가 나왔고, 5월 한때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던 ‘방역 모범국’ 호주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31일 221명으로 늘었다. 호주 정부는 시드니,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고 이를 감시하기 위해 2일부터 군 병력까지 투입한다.
★전문가 “전국민 접종해도 델타변이 막기 어려워, 유일한 대안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델타변이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인 수두만큼 전염성이 강하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델타변이의 전파 능력은 사실상 전국민이 접종한다고 하더라도 유행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7월 30일 오후 코로나19 서울시 동작구 예방접종센터가 마련된 동작구민체육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CDC 보고서에 대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재생산지수가 3~4정도로 평가됐는데 델타변이가 그것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렇게 되면 감염재생산지수가 5~6, 높게는 8정도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접종률이 70%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바이러스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수치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감염재생산지수가) 5정도 되면 전체 인구의 80%가 면역이 있어야 된다. 6이면 6분의5, 7이면 7분의 6 이상이 면역이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환자 1명이 평균 8~9명을 감염시킨다’는 CDC 보고서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전체 인구 90%는 면역이 있어야 한다.
정 교수는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되는 건,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가 100%는 아니다. 그래서 감염재생산지수가 5가 넘는다는 건 사실상 전체 인구를 접종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기존에 기대하던 집단면역의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백신 접종을 한 사람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기는 ‘돌파 감염’에 대해선 “접종률이 높아지고 백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델타변이 바이러스 경우에는 백신 2회 접종 중 1회만 했을 경우 절반 정도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2회 접종을 한다고 하더라도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들은 90%대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0%대 예방 효과가 있었는데 이 수치들이 10%정도 낮다. 그렇기 때문에 체감하기로는 돌파감염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델타변이의 전파 능력은 사실상 전국민이 접종한다고 하더라도 유행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확진자 숫자도 지금 정도가 유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종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코로나를 더 이상 치명적이고 전파력이 높지 않은 바이러스로 만들어서 관리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며 “즉,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완료해 사망자나 중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수준까지 간다면, 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종을 해 거리두기를 거의 하지 않아도 확산이 심각하지 않은 정도가 종식에 사실상 가까운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