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70년대에는 기차역 앞에는 꼭 역전다방이 있었고, 섬에는 섬마다 섬다방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60년대 중,고등 시절이 빵집 문화 였다면 70년대 대학 이후는 다방 문화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모든 만남과
약속은 다방에서 이루어졌고 미팅 주선도 다방에서 였고 시간 때리고 죽치는 곳도 다방이었으니 말이다.
고향 거제 고현의 섬다방은 군청 올라가는 삼거리 다리 옆 2층이었는데 방학 때에는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향 친구들과 저녁에는 다방에서 만나 시간을 때리는게 일과였는데 커피 한잔값 50원도 부담스럽던
시절이라 자리값 한잔 하고 나면 연신 옆차에 설탕 타서 마시고 떠들며 목을 추기곤 했었지.....
그래도 여학생이나 여자 친구를 다방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여학생 친구랑 길가다 마주쳐도 눈인사 정도고,
어디서 둘이서 이야기라도 했다 하면
"누구랑 누구랑 연애하는 갑더라."
소문이 돌게 되고, 사사로운 남녀 만남이 금기시 되던 시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동네 어른을 만나 인사를 해도 안경을 벗는 시늉이라도 하며 인사하던 시절이었고 젊은 부부가 대로를
걸어도 나란히 가지 못하고 길 건너편에서 떨어져서 가야 했고 손 잡는 일이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홍차에 도라지 위스키를 탄 위티를 유지 어른들은 마시기도 했고 여름엔 얼음
넣은 냉커피와 냉사이다를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었다, 물론 얼음 냉동 냉장고가 아직 없을 때니 얼음 집에서 사 온
얼음을 아이스픽으로 잘게 부수어 넣어 주었으니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동네 유지 어른 한 분이 공부하느라 욕 본다하시며
'여기 애들에게 칼피스 한잔씩 주거라."
해서 칼피스라는 냉음료를 마실 수 있었는데 무슨 이런 천상의 맛이 있나 싶어 탄복을 했는데, 지금 보니 그것이
유산음료 밀키스 였던 걸 알고 지금도 밀키스 사다 얼음 넣어 마시곤 하면서 그 때를 추억하곤 한다.
오전에 다방에 들리면 모닝커피라 해서 커피에 달걀 노른자를 띄어 주는 곳도 있었지만 섬다방에서는 달걀 반숙을
반숙 그릇에 담아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많던 다방이 슬슬 사라져 보기도 힘들더니 이젠 한집 건너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다 인제 가격 경쟁에
브랜드 경쟁이 한창이다, 친구들과 죽치며 시간 때리던 다방이 이젠 젊은이들이 커피숍에서 독서는 물론이고 아예
노트북을 펼쳐 두고 뭔가 몰두하고 있는걸 흔히 보고 있다.
혼자서 하는 일이사 집에서 혼자 하지 싶은데 그렇게 되는게 아닌가 보다.
5월말 연철이가 찾아와 영그는 감나무 그늘 아래서 석류 꽃을 바라 보며 나무향과 마시는 아메리카노 참 맛 있다.
첫댓글 남포동에는 향촌,태백 등등 POP SONG 음악 다방들이 많이 있었고, DJ들이 신청 음악을 틀어주곤 하였는데, 남포동 입구에 오아시스라는 클래식 음악 다방도 있었고, 사업상 어른 들이 이용하는 다방에는 멋진 마담들이 있었는데, 나름 기품이 있어 보였고, 세월이 많이 많이 흘렀네요,
진해에도 흑백다방이란 클래식 다방이 있었지요, 아가씨 혼자서 차도 나르고 신청하는 음악도 틀어주고...
외로운 군대 생활 중 저녁에 들리면 신청하지 않아도 Sibelius의 Finlandia 꼭 틀어주곤 했지요, 지금은 어디서
늙어 가고 있는지...몇년전 들렸더니 흑백다방이 아직 있던군요, Since 1950라는 간판과 함께....
오아시스 클래식 음악다방은 5살 위의 내 누님이 음대를 다녔는데 방학때 서울서 내려와서 집에 있을때면, 매일 이 다방에 가서 음악을 듣곤 해서 내가 중학생 일 때 나를 데리고 가서 몇번 들었는데 너무 길어서 듣는데 피곤하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클래식이라서 그런지 싫지만 끝까지 들은 적도 있네요, 흑백다방이 아직도 있다면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