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정권과 재벌의 어릿광대로 전락한 KBS, 참으로 눈물겹다
-KBS의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 대한 문화연대의 입장
KBS의 몰락은 어디까지일까? 오는 4월 4일 방송예정인 KBS ‘열린 음악회’가 삼성 전 창업주 이병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큰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4월 6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을 ‘기념’하기 위해 음악회를 열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로서 ‘열린 음악회’는 국민과 함께 하는 공익적 프로그램이 아닌, 정권과 특정재벌을 예찬하기 위해 존재하는 선전프로그램임에 불과함을 만천하에 들키고 말았다.
이렇게 최소한의 부끄러움조차 망각한 채 정권과 재벌의 어릿광대를 자처하는 KBS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실제 방송에서는 호암관련 내용은 일절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공영방송을 포기한 대가로 대기업의 돈을 받아 ‘호암 탄생 100주년’의 기념 음악회를 제작하고 이를 ‘부산 시민을 위한 열린 음악회’라는 교묘한 포장을 덧씌우고 있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1월말, 오로지 이명박 정권의 원전수출을 찬양할 목적으로 한국전력으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에 대해 쏟아진 각계의 비판을 KBS는 잊었는가.
따지고 보면 이번 KBS 열린 음악회의 삼성홍보사태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드라마를 통해 ‘부자의 탄생’을 찬양하고 ‘거상 김만덕’을 통해 부자의 아름다움을 미화하고자 하는 시도 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노골적 재벌기업 찬양’이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KBS는 이명박 정권의 총애를 받기 위해 법무부로부터 10억 원의 협찬을 받아 제작한 ‘미녀들의 수다 2’,미국산 쇠고기를 홍보한 ‘과학까페’, 강압적인 공권력을 정당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비하한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동원하며 관제방송으로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런 KBS가 이젠 이명박 정권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으론 부족한 모양이다. 재벌의 사랑마저 차지하여 특정기업의 사내방송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KBS가 정권과 재벌의 어릿광대로 전락한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재벌을 위한 어릿광대 놀음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KBS의 꼴사나운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이제, 그만하시라!
3월 31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