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잠이 오지 않는 밤, 동생이 언니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으로 시작한다. 언니는 ‘니가 거인을 일곱 데리고 오면 들려줄게’ 라며 그 요청을 슬그머니 동생에게 넘긴다. 동생의 청을 단칼에 거절하지 않으면서 살짝 빠져나가는 언니의 모습에 귀여운 자매의 밤풍경이 그려진다.
이 시에서 재밌는 지점은 언니와 동생이 찾은 거인들의 정체다. 결코 거대하고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 신발장 속 꼬릿한 냄새, 침대 밑 먼지, 냉장고 속 시들한 오이, 쭈그러진 냄비까지… 집안 곳곳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존재들이다. 집안 구석구석 손때 묻은 일상의 물건에도 실은 거인처럼 어마어마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동생이 언니가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기 바쁜 와중에 언니는 먼저 잠들어 버린다. 동생은 언니를 깨우는 게 아니라 ‘언니의 잠 속’에서 마지막 거인을 찾아낸다. 현실의 사물에서 꿈속이라는 공간으로 거인의 무대가 옮겨가는 순간, 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상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다 찾았어, 거인 일곱”을 외치는 동생에게 언니는 “그럼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 봐”라며 새로운 미션을 주고 거인들 옆에서 잠이 들어 버린다.
끈적끈적한 습도와 더위로 잠들기 힘든 여름밤, 동생의 머리맡에서 다정하게 속삭이는 듯한 이 동시를 읽다보니 한 방에 온 가족이 다 같이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속닥속닥 나누다 살풋 잠이 들었던 옛기억이 떠올라 추억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첫댓글 사고의 틀을 깨부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어요.
뒤집어 보고, 비틀어 보고, 거꾸로 보는 상상력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