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제설기로 해외 업체서 러브콜
스노우테크 : 김주식 대표
9월 초, 인도 업체 담당자 두 명이 충북 충주에 있는 스노우테크를 방문했다. 3년 전 ‘윈터 하우스’ 조성을 위해 제설기 세 대를 구매했던 이 업체는 추가 구매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아온 길이었다. 무역협회 통역 서비스를 활용한 김주식 대표(48세)는 “전문위원이 저희 회사까지 와서 일반적인 대화법은 물론 수출에 대해 궁금한 내용까지 자문해주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눈(雪)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아름다운 낭만이다.’ 충북 충주에 있는 스노우테크 사무실에 걸려 있는 글귀다. 앞마당에는 제작 중인 스키장용 제설기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눈을 만드는 제설기 전문기업인 스노우테크는 일찌감치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이 워낙 좁아 해외시장을 겨냥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수출 경험이 없었던 만큼 무역협회는 물론 중소기업진흥공단, EC21 등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수출 실적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다.
스키장 팀장으로 지내다 제설기 개발
김 대표는 제대 후 건설 업체를 거쳐 스키장 자재 구매팀장으로 일했다. 겨울에는 주로 스키장 관리를 하고, 여름에는 스키장 자재를 주문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스키장 근무가 힘들었지만 차츰 재미를 붙였다. 당시 스키장 자재는 대부분 외국에서 사와야 했다. 인공 눈을 제조하는 제설기 역시 100% 외국산에 의존하던 장비였다.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데다 수리나 제품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원하는 시간과 날짜에 맞춰 부품을 들여오기도 수월치 않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수입 제품을 모델 삼아 제설기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대학 시절 소방설비학을 전공했던 터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만든 제설기가 각종 테스트를 통과하며 수입품 못지않은 성능이라는 것이 증명됐지만 의외로 회사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충북 충주대 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사무실을 얻어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설기 제작에만 나서기에는 자금 부담이 너무 컸다. 동계 시즌에는 스키장 슬로프 관리를 하고, 비시즌에는 기계 제작에 몰두했다. 인공 눈 제조에 필수적인 열과 온도 등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을 이해하기 쉬웠고, 스키장 근무 경험까지 더해진 터라 국산 상용화 인공 눈 제설기 제1호 개발은 빠르게 진행됐다. 4년의 연구개발 끝에 팬 타입 제설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판로를 개척하기는 쉽지 않았다. 샘플 장비를 만들어서 각 스키장에서 시범을 보였지만 실제로 판매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국내 시장은 이미 유명 제설기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통·번역 서비스로 큰 도움 받아
내수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그는 아예 수출 길을 모색하기로 하고 무역협회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문을 두드렸다. 수출 초기 기업인 만큼 궁금한 것도 모르는 것도 많았다.
무역협회 회원가입 후에는 통·번역 서비스를 활용해 실무에 큰 도움을 받았다. 고객 업체 또는 바이어 방한 때 통역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대화법뿐 아니라 수출 트러블이 생기거나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상황 판단이 잘 안 될 때도 조언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메일 번역 업무나 영문 카탈로그 제작에도 통·번역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검색엔진 마케팅 지원 사업’을 통해 구글, 야후 등 포털 사이트에 회사 홈페이지를 등록했다. 해외 바이어가 ‘Snow machine’ 이란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스노우테크 홈페이지가 검색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김 대표는 “실제로 검색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관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수출 길을 열어나가는 한편 신제품도 속속 개발했다. 스키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팬 타입 제설기 외에도 조설기(造雪機)와 사계절 제설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스키장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 팬 타입 제설기는 겨울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스키장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제설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설기와 사계절 제설기를 개발했습니다.”
조설기는 얼음을 넣어 상온에서도 눈을 만들 수 있는 기계이다. 상시적으로 적설(강설) 테스트가 필요한 연구기관, 스노보드 대회 슬로프 조성, 설경 구현, 각종 축제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
일본, 중국, 인도, 유럽 등에 수출
사계절 제설기는 주로 실내에 설치하며, 0도에서 영상 25도까지의 온도에서 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눈이 내리지 않는 일본 남부나 동남아 지역에 수출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이다. 일본에만 이미 100여 대 넘게 팔려나갔다.
“처음에는 일본 건축법이나 설치 시스템이 한국과 맞지 않아서 설치비가 오히려 기계값보다 더 많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죠. 다행히 일본 니가타에 있는 전문 업체와 협약을 맺고 2006년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실내 스키장을 겨냥해 개발한 사계절 제설기는 최근에는 스키장 이외의 장소에서 수요가 더 많다. 김 대표는 “카페나 맥줏집, 사우나 등에서 이벤트용으로 제설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져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방한한 인도 업체의 경우 3년 전 ‘윈터 하우스’를 오픈하기 위해 제설기를 수입했다가 이번에 추가 오픈을 하면서 재구매를 위해 스노우테크를 찾았다.
김 대표는 “일본과 중국, 인도, 유럽 등에 올 한 해에만 50만 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올렸다”면서 “앞으로도 기관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해외 전시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우리 기계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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