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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결투
원제 : My darling Clementine
1946년 미국영화
감독 : 존 포드
촬영 : 조셉 맥도날드
출연 : 헨리 폰다, 빅터 마츄어, 린다 다넬
캐시 다운스, 워드 본드, 월터 브레난
팀 홀트, 존 아일랜드, 제인 다웰
그랜트 윈터스, 러셀 심슨
세계 영화사를 보면 유명 감독의 초중기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과대평가 된 작품들이 꽤 많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오늘 소개할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입니다.
존 포드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상징적인 감독입니다. 30-60년대에 활동했던 감독 중에서는 알프레드 히치콕, 윌리암 와일러와 함께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히고 있고, 실제로 그들보다 넓은 활동영역을 보였던 인물입니다. 1930년대에도 이미 손꼽힐만한 걸작들이 있고, 60년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같은 걸작을 만들 정도로 오랜기간 꾸준히 좋은 작품을 양산했습니다. 물론 다작연출이다 보니 다소 평범한 영화들도 많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본은 하고 있고, 우리나라로 비교한다면 '신상옥' '임권택' 급 이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 존 포드 감독은 1946년 제법 서정적인 서부극 '황야의 결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메리칸 고전 웨스턴을 꼽을 때 걸작으로 목록에 많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들여다 봐야 할까요?
이 작품은 서부극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 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유명해진 최초의 영화일 것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와이어트 어프나 닥 할러데이의 캐릭터가 등장한 영화가 있고, O.K목장의 결투를 소재로한 작품 중 1939년 랜돌프 스코트 버전도 있지만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에서 비로소 이 캐릭터의 활용이 얼마나 서부극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보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면 구도는 아름다웠던 영화
악역 티가 너무 나는 클랜턴 일가
와이어트 어프 역의 헨리 폰다
우리나라 제목이 '황야의 결투' 지만 원제는 '내 사랑 클레멘타인(My Darling Clementine)'으로 총격전이 벌어지는 서부영화 답지 않게 클레멘타인 이라는 여주인공(?)과 보안관 와이어트와의 로맨스 코드도 삽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됩니다.
이 영화의 결정적 문제는 한참 왜곡된 스토리야 그냥 그렇다고 하더라도(뭐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 였으니) 완전한 미스 캐스팅(혹은 미스 캐릭터)이 주요 배역 중 두 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닥 할러데이 역의 빅터 마츄어와 무려 타이틀 롤인 클레멘타인 카터 역의 캐시 다운스 입니다.
빅터 마츄어 이야기부터 하죠. 이 배우는 무려 '삼손'으로 출연했을 정도로 기골이 장대한 배우고 나이 들어서도 한니발 장군 같은 역을 소화했습니다. 체격도 좋고 외모 자체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인물이지요. 암만 봐도 이 배우는 폐병으로 죽어가는 닥 할러데이 역할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기침하다 죽는 장면의 연기도 어색하고. 폐병은 커녕 건강미가 넘쳐나고 있고 '삼손과 데릴라' 출연보다 더 젊은 시절이라 신수가 아주 훤합니다. 이 캐릭터에 대한 문제점은 이후에 좀 더 이야기하기로 하고.
빅터 마츄어 보다 더 최악의 캐스팅, 캐릭터는 바로 캐시 다운스인데 타이틀 롤 여주인공이 이렇게 존재감 없는 영화는 가히 역대급입니다. 아마도 대체 이 영화에서 클레멘타인이라는 캐릭터가 있기나 했나 라고 갸우뚱 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황야의 결투 라는 제목만 생각하고 보면 딱 그럴만 합니다.) 타이틀 롤이긴 한데 여주인공인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건 이 배우의 존재감없는 부분도 문제겠지만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매력없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엔딩씬에서 와이어트 어프와 작별하는 씬 자체가 굉장히 애틋하고 서정적이어야 하는데 그냥 밋밋할 뿐입니다. 존재감 없는 여주인공이다 보니.. 실제로 존 포드 라는 어마어마한 감독의 영화에 비중있게 20살의 나이로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오늘날 캐시 다운스 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고전 영화 팬 자체가 없지요.
툼스톤 마을의 보안관이 되는 와이어트 어프
클랜턴 일가는 너무 '우린 악당이요'라는게
모습에 써 있다.
18세의 나이에 억울하게 죽은 막내의
무덤에서 생각에 잠기는 와이어트 어프
싼티나는 여자를 연기한 린다 다넬
하지만 타이틀 롤인 클레만타인역의 캐시 다운스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주요 캐릭터 중 이렇게 두 명의 캐릭터가 배우의 문제도 있지만 연출상 캐릭터 활용에 실패하다 보니 영화 자체가 겉돌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헨리 폰다의 무난한 호연과 타이틀 롤인 클레만타인을 대신하여 호연해준 린다 다넬 덕분에 영화가 그럭저럭 돌아갔습니다. 린다 다넬 급 배우를 제대로 활용 못하고 싸구려 처럼 다루고 있음에도 린다 다넬은 나름 역할에 혼신을 다하면서 캐시 다운스의 무존재감을 어느 정도 대체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클레멘타인 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비중있게 살려서 완전한 서정적 서부극올 끌고 가던가 아니면 그냥 빼버리고 유명한 O.K 목장의 결투에 집중하던가 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듯합니다. 1957년 존 스터지스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진 'O.K 목장의 결투' 를 보면 마치 그가 '황야의 결투'를 보고 열받아서 '내가 제대로 다시 만들어줄께' 라는 생각으로 만든 느낌입니다. 'O.K 목장의 결투'는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의 캐릭터도 확실히 살았고, '황야의 결투'에서 제대로 활용조차 못한 닥 할러데이의 여자(O.K 목장의 결투 에서는 케이트 라는 이름으로 등장)를 조 반 플리트가 열연하여 인상깊게 심어준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곁들여 출연한 와이어트의 여인 로라 역의 론다 플레밍의 존재감도 '황야의 결투'의 캐시 다운스를 훨씬 능가하고 있지요. 그리고 '황야의 결투'에서 버려지다시피 활용되었던 배우 존 아일랜드는 'O.K목장의 결투'에서 다소 유사한 역할로 등장하면서 훨씬 높은 존재감과 비중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뭐 가장 큰 비교우위는 아무래도 닥 힐러데이 캐릭터인데 이후의 많은 영화들에서 닥 할러데이의 캐릭터는 'O.K목장의 결투'에서의 커크 더글러스가 보여준 연기를 토대로 유사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의 레전드가 된 셈입니다. (제이슨 로바츠, 발 킬머 그 역할을 이후에 한 배우들의 특징을 떠올려 보면 다들 커크 더글러스 처럼 병약한 분위기의 연기를 하고 있지요) 병약한듯 하면서도 매서운 닥 할러데이의 캐릭터는 커크 더글러스 이후에 유사했고, 두 번 다시 빅터 마츄어 같은 캐스팅은 없었습니다.
영화는 꽤 서정적으로 시작하긴 합니다. 광활한 서부에 소떼를 목고가는 어프 형제들, 여기서 와이어트 어프(헨리 폰다)와 클랜턴(월터 브레난)이 처음 마주치고 클랜턴은 소를 사겠다고 제안하지만 와이어트는 멕시코에 가면 더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며 거절합니다. 어프가와 클랜턴 가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후 툼스톤 마을에 어프 형제가 들른 사이 소떼를 지키던 막내 제임스가 살해되고 소떼는 사라집니다. 클랜턴의 소행으로 의심되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 와이어트는 툼스톤 마을의 보안관 제의를 받아들이고 새 보안관으로 부임하면서 동생을 죽이고 소를 훔쳐간 범인을 잡을때까지 마을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을 장악하다시피 한 명총잡이 닥 할러데이와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이 만난 순간 일순간의 긴장이 흐르지만 둘은 이내 친구가 됩니다.
병약해야 할 닥 할러데이 역으로
너무 건강미 넘치는 배우 빅터 마츄어가
등장한 것은 확실한 미스캐스팅
김두한과 시라소니의 대면을 연상케 한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의 대면
역대급으로 건강해보이는
닥 할러데이를 연기한 빅터 마츄어
영화의 초중반부는 그래도 썩 재미있습니다. 와이어트가 마을에 머물게 된 사연이 벌어지고, 마을에 들어온 순간 와이어트의 용맹성이 술취한 인디언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재미있게 보여지고(이 부분 역시 씁쓰레한 장면입니다. 인디언 학살을 재미삼아 서부영화에서 보여준 존 포드 감독이 또 한 번 인디언 비하를 한 장면이지요) 닥 할러데이가 등장하는 장면과 와이어트와 마주하는 장면이 썩 재미있게 다루어지고 있으니까요. 둘의 대면은 마치 야인시대의 김두한과 시라소니의 만남을 방불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총싸움에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을 멋드러진 대면 장면을 통해서 캐릭터 소개에 성공했다면 이후에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닥 할러데이의 역할은 오로지 '실패의 연속'입니다. 폐병환자 느낌도 'O.K목장의 결투'에서의 커크 더글러스에 압도당했다면 캐릭터 활용에서도 빵점에 가깝습니다. 우선 마을 사람들 전체가 벌벌 떨다시피 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닥 할러데이인데 영화속에서 그가 제대로 무슨 활약을 한 것 자체가 없습니다. 와이어트와 투톱으로 균형을 맞추며 활용되기는 커녕 술 취해서 주정 부리고, 먼 길을 찾아온 옛 애인 클레멘타인에게는 쌀쌀맞기만 하고 더구나 어떤 이유로 와이어트와 총을 뽑게 되는데 그냥 싱겁게 패배합니다. 와이어트가 총솜씨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싱겁게 딱 묘사되어 버리지요. 이렇게 캐릭터 신비감을 확 없애버리니 그렇잖아도 미스캐스팅인데 확 죽어버리는 캐릭터가 되어 버리지요. 잘하는 건 술잔 던져서 깨는것 하나라고 할까요? (이 장면이 짜증스럽게 몇 번 나옵니다.) 설상가상으로 의사흉내를 내며 수술한 것 조차도 참담한 실패로 끝납니다. 이 실패로 린다 다넬이라는 그나마도 캐릭터 역할을 잘 소화한 배우조차 퇴장해 버리고. 물론 이 설정은 아무 관련도 없는 닥 할러데이가 와이어트와 클랜턴 일가의 싸움에 참여하는 동기로 활용되기는 하죠. 마치 억지로 급조한 내용처럼 말이죠. 즉 닥 할러데이는 등장은 굉장히 거창하게 했지만 영화 내내 실패만 거듭하는 인물이 되어버리지요. 심지어 그는 치과의사인데 왠 외과의사로....
영화의 어느 시점에 타이틀 롤인 클레멘타인이 등장하는데 오히려 재미있던 이야기가 이 역할의 등장 이후로 확 재미없어 집니다. 동생의 원수를 찾으러 마을에 머무르고 거기서 뭔가 신비로운 듯한 캐릭터인(처음에만) 닥 할러데이와 인연을 맺으면서 전개되는 서부활극 다운 분위기가 클레멘타인의 등장으로 어정쩡한 로맨스 영화가 되고 어설픈 삼각관계 형성이 됩니다. 그것도 오락가락 하는 느낌인데 닥 할러데이를 사이에 두고 클레멘타인과 치화화(린다 다넬)의 경합처럼 흘러가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클레멘타인을 사이에 두고 닥 할러데이와 와이어트의 삼각구도처럼 되는 듯 하는데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클레멘타인은 안나오느니만 못한 캐릭터가 됩니다. (그냥 린다 다넬 캐릭터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스토리를 엮을 수 있었지요. 클랜턴가와 닥 할러데이와의 악연까지 포함해서)
클레멘타인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별로 임팩트가 없다.
역대 가장 존재감 없는 타이틀 롤이 된
클레멘타인 역의 캐시 다운스
(아무도 기억못하는 이름이 되었다)
클레멘타인의 캐시 다운스를 대신하여
실질적인 여주인공 역할을 하는 린다 다넬
등장은 멋드러졌지만 영화내내 아무런
활약을 못하는 닥 할러데이
잘하는 건 오로지 술잔 집어던져 깨는 것
좀 더 사소한 부분까지 따지면 존 아일랜드 라는 배우의 활용인데, 클랜턴의 막내 아들이고 나름 어프와의 악연에서 중요한 역할이 주어지기는 하는데 대사 한마디라도 있었는가 싶은 적은 비중입니다. 역할의 중요성은 있었지만 배우의 존재감은 없었죠. 하지만 이후에 다른 감독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조연배우로 활용됩니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붉은 강'에서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라이벌처럼 함께 경쟁하는 젊은 총잡이로 활용했고, 'O.K 목장의 결투'에서 존 스터지스 감독은 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닥 할러데이와 악연을 갖는 링고라는 역할로 라이벌구도 처럼 비중있게 잘 활용합니다.(황야의 결투 에서도 닥의 여자때문에 악연이 되는데 이걸 비슷하게 활용했지만 캐릭터에 힘을 훨씬 불어넣어 준 것이죠) 스탠리 큐브릭은 '스팔타카스'에서 이 배우를 다시 커크 더글러스와 공연시키며 동료 검투사역으로 활용합니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북경의 55일'에서 주인공 찰톤 헤스톤의 오른팔 같은 참모로 활용하지요. '황야의 결투'에서 제대로 대사조차 받지 못한 젊은 배우가 이후 여러 거장 감독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잘 활용된 것입니다.
'황야의 결투'는 단점투성이의 영화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점도 많지요. 아무래도 감독이 존 포드니까요. 영화적 재미도 상당하고 헨리 폰다는 와이어트 어프의 여러 캐릭터 중에서 제법 존재감이 있었고, 유약한 듯 하면서도 강인한 역할이라서 좀 더 흥미로웠습니다. 만약 존 웨인 같은 배우였다면 그런 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서부영화 치고 서정적인 재미도 있었고(물론 '셰인'의 서정적 분위기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높은 나무 기둥의 맨 위에서부터 차례로 아래로 내려가면서 오프닝 타이틀을 보여주는 장면과 주제곡을 조화시킨 시작화면은 참 좋았고, 결투 장면도 너무 과하지 않고 간결하게 처리했고, 복잡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군더더기 빼고 아주 단순화 시켰습니다.
와이어트 어프의 형제들
밋밋했던 와이어트와 클레멘타인의 데이트
동생을 죽인 범인이 드러나고...
장점을 쓰다보니 또 단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네요. 이야기를 단순화 시킨 것은 장점도 될 수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왜곡투성이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물론 왜곡은 'O.K, 목장의 결투'에서도 많았지만 그 작품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이 되었는데 '황야의 결투'는 그냥 다소 무의미한 왜곡처럼 느껴집니다. 최소한 'O.K 목장의 결투'에서는 와이어트 선, 클랜턴 악으로 다루어지긴 했지만 집안과 집안과의 깊은 감정의 골에 의해서 벌어진 싸움이라는 틀은 유지했지요. 그런데 '황야의 결투'는 그냥 와이어트는 절대 선이자 남자 중의 남자이고 클랜턴은 그냥 몹쓸 최악의 악당입니다. 집안 대 집안의 이권싸움이 아니라 소도둑이자 살인마를 정의의 보안관이 처단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O.K목장의 대결에서 엄연히 생존한 닥 할러데이를 그냥 죽여버립니다. 수많은 와이어트 어프 영화에서 이런 설정은 정말 드뭅니다. 와이어트의 형제도 4형제중 2명이 클랜턴에 의해서 미리 죽고 두 형제만 남는 것으로 하고 있고, 클랜턴 일가는 아예 몰살로 다루고 있습니다. (클랜턴 일가 몰살은 'O.K 목장의 결투' 에서도 왜곡해서 다루었으니 뭐 세임세임 입니다.) 무엇보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클레멘타인 이라는 캐릭터를 무리하게 집어 넣은 시도는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왕 넣었으면, 그리고 무려 '타이틀'로 활용했으면 존재감이나 비중이라도 주었어야지 죽은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중 거의 최악급입니다. 없는 이야기 만들고 존재하지 않은 여자 만들어서 어설프게 닥 할러데이를 무슨 삼각관게로 다루는 무리한 설정도 그렇고, 죽지도 않은 닥 할러데이 바보 캐릭터처럼 끌고가다가 죽이고, 차라리 왜곡을 하려면 'O.K목장의 결투' 처럼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활용을 제대로 하던가.
도대체 왜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존 포드에 대한 전관예우 때문 정도. 배우도 캐릭터도 제대로 활용못하고 (심지어 존 포드 영화들에서 꽤 감초처럼 잘 활용되던 워드 본드도 이 영화에서는 뭘 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마지막에 노인네 쏴 죽이는 역할 하나 준 것 정도) 사실을 잔뜩 왜곡하고, 로맨스는 밋밋하고, 인디언은 비하하고 린다 다넬 같은 배우는 값싼 캐릭터로 몰락시키고 닥 할러데이는 바보 만들고... 그냥 헨리 폰다와 와이어트 어프 띄우기를 위한 영화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세트조차 너무 무성의했는데 '큰 마을'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마을 앞에서 끝까지의 길이가 한 300미터 정도밖에 안되어 보입니다. 마을 세트를 작게 만들었다면 불필요한 롱 샷으로 잡지나 말아야지 그렇게 작은 마을 구도를 수시로 보여주지요. 그럼 그 몇개 건물만 있는 마을에 바글거리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요? 이렇게 마을 구도를 작은 세트로 만든 경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스트렌져'외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O.K 목장의 결투를 위해서 떠나는
어프 형제와 닥 할러데이
헨리 폰다 만이 빛났던 영화
전혀 애틋하지 않았던 엔딩의 작별장면
부연이야기로 다른 와이어트 어프 영화와 좀 다른 점들은 'O.K목장의 결투'는 와이어트의 마을로 닥 할러데이가 오지만 여기서는 닥 할러데이의 마을로 와이어트가 오는 설정이고, 최종 결투에 등장한 어프 형제는 딱 2명뿐이데, 이 실제 와이어트 어프의 이야기를 비교적 고증을 잘한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와이어트 어프'와 존 스터지스 감독의 '대 O.K목장의 결투(O.K목장의 결투가 오락적 왜곡이 많았다면 그 후속편 느낌의 이 작품은 좀 더 사실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당구치다가 어프 형제가 피습을 당하는 장면은 케빈 코스트너의 '와이어프 어프'와 동일하고) 두 영화가 나름 가장 사실에 입각한 영화일 것입니다. 그리고 와이어트가 닷지시티 보안관을 하다가 툼스톤에 와서 다시 보안관을 하고 클랜턴 일가를 몰살시키고 아버지가 있는 고향으로 떠난다는 설정인데 실제로는 클랜턴 일가와는 이후에도 긴 악연을 이어갑니다. (즉 아버지 클랜턴은 O.K목장의 결투에서 죽지 않았지요. 이 부분이 '와이어트 어프'와 '대,O.K 목장의 결투' 두 영화에서 상세히 다루어집니다.)
장점을 고르자면 5-6가지 정도, 단점을 지적하자면 30가지는 되는 영화가 '황야의 결투'입니다. 물론 가장 큰 단점이 배우와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 못한 부분이지요. 그런 면에서는 존재감조차 없었던 클레멘타인을 타이틀로 한 원제보다 '황야의 결투'라는 그냥 단순 솔직한 우리나라 제목이 더 나아 보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헨리 폰다에게는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다소 유약한 느낌을 주는 그가 존 웨인을 대신해서 남자다운 매력적 주인공을 연기했고 더구나 3년만의 복귀작이었으니.
ps2 : '혈과 사' '쾌걸 조로'로 알려진 린다 다넬이 값싸 보이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존재감에서 캐시 다운스를 훨씬 압도합니다.
ps3 : 이 영화를 제목에 걸맞게 좀 살리려면 와이어트와 클레멘타인의 관계를 좀 더 깊이있게 잘 연출했어야 하지요. 이건 등장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허점입니다. 가령 '형사'라는 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영화에서 재클릿 비셋은 절반이 지나가서야 등장하지만 몇 장면 안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프랭크 시나트라와 이별하는 끝 장면에서 뭔가 확 아쉬운 여운이 남으니까요.
ps4 : 존 아일랜드는 '황야의 결투'와 'O.K목장의 결투'에 모두 등장한 배우가 되었는데 두 편 모두 클랜턴 쪽 사람입니다. '황야의 결투'에서는 클랜턴의 막내아들이고, 'O.K목장의 결투'는 링고라는 이름의 총잡이로 클랜턴과 혈연은 아니고 닥 할러데이와의 악연 때문에 클랜턴에 합류하는 인물이지요. 두 영화에서 모두 닥 할러데이의 여자에게 접근하다가 악연이 생깁니다.
ps5 : '수술은 잘 됐어' 라고 말하고 축하주까지 마셨는데 갑자기 '죽었어'라는 설정도 그냥 웃깁니다. 어떻게든 닥 할러데이가 'O.K목장의 결투'에 참여할 명분을 만들다보니... 그를 굳이 죽인 것도 하나도 애틋하지도 않는 와이어트와 클레멘타인의 이별장면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니 애꿎은 희생(?)을 한 셈이죠. 존 포드 라는 이름 앞에는 서사구도가 엉망인 영화라도 그냥 걸작이 되나 봐요. 영화가 걸작이니 아니니 하는 것은 영화를 보고 결정해야지 그냥 감독이 유명하면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걸작이 되면 안되죠. 이 영화가 수많은 와이어프 어프와 닥 할러데이 소재 영화중 유별나게 독특한 영화라는 것은 맞습니다. 가장 건강미 넘치는 닥 할러데이를 등장시킨. 그리고 대체 왜 만들어냈는지 모를 클레멘타인 캐릭터도 그렇고.
ps6 : 그럼에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전반적으로 화면 구도가 꽤 예쁜 영화라는 점입니다.
ps7 : 지속적으로 '황야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쓰인 영화지만 오래전에 EBS에서 방영할 때 '내사랑 클레멘타인'이라는 제목이 쓰인 적이 있습니다.
[출처] 황야의 결투(My Darling Clementine, 46년) 미스 캐스팅, 미스 캐릭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