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희망
원제 : One Desire
1955년 미국영화
감독 : 제리 호퍼
출연: 앤 백스터, 록 허드슨, 줄리 아담스
나탈리 우드, 칼 벤튼 라이드, 윌리암 호퍼
베티 가드, 배리 커티스
'하나의 희망'은 세기의 미남배우 록 허드슨 주연의 전형적인 50년대 통속 멜러물입니다. 록 허드슨 이란 배우가 1950년대 전성기 시절 어떻게 활용되었나를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애수의 이별' 같은 영화와 같은 맥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록 허드슨이 이런 부류의 영화에만 계속 출연했다면 그는 '존 개빈'이나 '트로이 도나휴' 급을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자이언트' 같은 걸작과 도리스 데이와 공연한 수작 코미디 등 나름 좁은 연기폭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잘 활용된 배우이기 때문에 톱 배우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의 뻣뻣한 미남배우 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은 '애수의 이별' '마음의 등불' '하나의 희망' 부류의 통속 멜러물 입니다. 1960년대 한국 통속 영화들에서 신성일을 활용한 것과 비슷한 유형이지요.
1940-50년대 인기 남자 배우들이 최소한 10살 이하 아래의 절세미녀 같은 여배우들과 많이 공연을 했지만 록 허드슨은 전성기 시절 도리스 데이, 도나 리드, 앤 백스터, 로렌 바콜, 제인 와이먼, 도로시 말론 등 나이가 비슷하거나 약간 연상이면서 탑A 클래스는 아닌 여배우들과 많이 공연했습니다.(도리스 데이는 탑 흥햄여배우였지만 1살 연상이고 미모로 승부하는 여배우는 아니었죠) '자이언트'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공연한 것이 매우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지요. 동시대 활동한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렌, 마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 진 시몬즈 등의 여배우와는 공연하지 못했는데 너무 잘난 외모의 록 허드슨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아할 절정의 미모와 인기를 가진 여배우들이 기피할만한 대상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냥 늙수그레한 중년 배우들과 공연하는게 20대 전성기 여배우들이 돋보이는데는 더 유리하지요.
성인 도박장에 난데없이 찾아온 남루한 소년
앤 백스터와 록 허드슨 주연
새로운 희망과 함께 과감히 직장을 때려치고
미지의 미래를 위하여 출발하는 세 사람
아무튼 이 영화에서 공동 주연한 여주인공 앤 백스터는 연기는 좋았지만 록 허드슨이라는 190cm 가 넘는 절정의 미남 배우의 상대로는 너무 늙어 보였고(2살밖에 차이가 안나지만) 상대적으로 좀 동네 아줌마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앤 백스터의 연기와 록 허드슨의 외모를 활용한 통속물이었고 애틋한 내용이지만 둘의 그런 언밸런스한 느낌 때문에 영화가 좀 실감이 덜 났다고 할까요. 이들 커플 사이에서 악역처럼 등장하는 들러리 여배우로는 '검은 산호초의 괴물'에서 제법 관능적 미모로 등장한 줄리 아담스 라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당시 17세의 나탈리 우드도 등장합니다.
19세기 미국이 배경입니다. 호화스런 도박장에 왠 남루한 소년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기 시작됩니다. 그 소년은 너겟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도박장에서 딜러로 일하는 형 클린트(록 허드슨)를 만나러 온 것입니다. 부모없이 자란 클린트는 소년 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겨우 도박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위탁보호자의 학대를 견디다 못한 동생이 도망쳐 온 것입니다.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해서 동생을 떠앉을 상황이 못되어 난감해 하는 클린트,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면서 클린트와 애인처럼 지내는 왕언니격인 테이시(앤 백스터)라는 여성도 그 생활을 청산하고 새출발 하기 위해서 클린트와 함께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테이시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그곳 사장인 맥(윌리암 호퍼)이 애지중지한 반면 지각을 잘하는 클린트는 이미 쫒겨나기 직전이었습니다 테이시는 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나기로 하는데 아직 무일푼인 클린트에게는 이런 테이시의 존재가 구세주 같습니다.
당시 30세 절정 미남인 록 허드슨에 비해서
앤 백스터는 너무 평범한 아줌마 같은 느낌이
이 영화의 핸디캡이다.
아직 물오른 성숙함 이전의
17세의 나탈리 우드가 출연
도박장 딜러의 솜씨를 살려
은행에서 인정받는 클린트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슬픔에 잠긴 실리를
위로하러 달려온 테이시
도박장을 배경으로 한 초반부의 내용이 끝나고 클린트, 테이시, 너겟 세 명은 콜로라도의 랜드스버그라는 마을에 와서 정착하는데 이곳 상원의원의 딸 주디스(줄리 아담스)가 클린트에게 반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복잡해집니다. 주디스의 아버지는 은행까지 운영하는 부자로 클린트는 도박장 딜러의 경험을 살려 은행에서 일하게 되고 테이시는 주디스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테이시의 이웃에는 실리(나탈리 우드)라는 이름을 가진 거지꼴을 하고 지내는 소녀가 있었는데 어느날 실리의 아버지가 광산에서 사고로 죽게 되고 고아가 된 실리를 테이시가 떠맡습니다. 그렇게 해서 테이시는 네 가족이 됩니다.
더 큰 꿈을 찾아서 과감히 기존 직장을 정리하고 낯선 마을에 오게 된 사람들이 나름 행복하게 정착하게 되는 과정이 차근차근 진행되지만 문제는 잘난 남자가 어려울때 착한 여자에게 헌신적 도움을 받지만 그걸 발판으로 성공해 나갈때 주변에 다른 잘난 여자가 어슬렁거리게 되고, 그리 자랑할만한 과거를 갖지 못한 헌신했던 여성대신 다른 잘난 여자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되는 것....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 통속물에서도 참 흔히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통속물의 전형이 보통 그렇게해서 출세한 남자가 어려울때 도와주었던 여자를 배신하는 속물로 많이 다루어지는데 다행히도 이 영화에서 클린트는 그런 유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도박장에서 손님을 상대하던 과거를 가진 여자는 은행장이자 상원의원의 딸과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클린트에게 눈독을 들이던 주디스는 어릴때부터 갖고 싶은 건 뭐든지 소유하던 성격을 살려 탐정을 시켜 테이시의 과거를 뒷조사하고 법원에 손을 써서 테이시가 실리와 너겟을 돌보기에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받게 합니다. 남자를 빼앗기 위해서 먼저 그들의 어린 가족들 빼앗는 방법을 쓴 거죠. 억울하지만 상황파악이 된 테이시는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고 결국 쓸쓸히 떠납니다. 그녀가 다시 돌아갈 곳은 과거의 그 도박장밖에 없었고, 도박장 사장 맥은 기꺼이 테이시를 반기고 테이시로 인하여 다시 번창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주디스는 클린트를 더욱 끌어당겨서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죠. 물론 너겟과 실리까지 떠맡는 조건으로.
성공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클린트
테이시와의 사랑은 여전하지만....
클린트와 테이시 사이에 방해물로 등장한
상원의원의 딸 주디스, 하지만 주디스는
클린트의 성공을 보장하는 미래다.
주디스의 공작으로 너겟, 실리와 강제로 헤어지게 된 테이시
소녀의 모습에 이어서 어느정도 성숙한
숙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나탈리 우드
자, 영화 중간쯤에 나름 막가는 내용으로 이렇게 전개가 되었는데 과연 어떻게 슬기로운 결말을 낼까요? 수준급의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통속물의 묘미는 바로 중간과정에서 벌어진 파탄을 과연 후반부에 어떻게 수습을 할까 라는 궁금증입니다. 걸작과 평작은 후반부의 처리방법 여부에서 결정이 되지요. 클린트가 이혼하고 테이시에게 돌아가자니 아무리 남자를 빼앗었다고 해도 주디스가 불쌍하게 되고 클린트를 성공시켜준 주디스의 아버지는 뭐가 될까요? 그렇다고 그냥 주디스와 클린트가 살게하자니 테이시가 너무 불쌍하고. 어찌어찌해서 테이시를 다시 클린트에게 돌려보내면 테이시를 다시 받아준 도박장 사장이 안되었고...
나름 영화는 그럭저럭 적절한 타협적 결말을 내고 있기는 한데 너무 후반부에 가서 어처구니 없게 허겁지겁 영화를 끝내는 느낌입니다. 이런 허겁지겁 결말이 바로 걸작과 평작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이 영화가 통속 멜러의 수작이 되지 못함은 바로 이런 한계 때문입니다. 나름 관객이 바라는대로 정리가 되긴 했지만 뭔가 개운치는 않은.... 나름 영화는 노력을 하긴 합니다. 주디스를 악역으로 만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고(배경이 별로인 잘생기기만 한 남자와 고귀한 가문의 딸이 결혼까지 해주고 그가 돌보는 두 아이까지 거두어주었는데 이게 현실이라면 악역이 절대 아니죠.) 도박장의 맥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있고, 주디스는 꽤 불쌍하게 계속 설정하고 있고, 너겟과 실리는 주디스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마치 예정된 결말을 위해서 관객을 계속 세뇌시키는 입장이라고 할까요.
실리의 철부지 같은 생각을 타이르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테이시
과연 클린트와 테이시는 다시 맺어질 것인가?
조금은 서둘러 끝낸듯한 찜찜한 결말
록 허드슨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무난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통속 멜러물 입니다. 앤 백스터는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록 허드슨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너무 아줌마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네요. 나탈리 우드는 이 영화에서 소녀와 숙녀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20대에 접어드는 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에 비해서는 아직 덜 여문 미모입니다. 줄리 아담스는 그냥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어차피 두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 캐릭터고, 가난한 남자 사랑하고 성공시키는 역할이지만 악역 포지션이고.
진정한 행복은 부유함을 누리는 물질적 행복이 아니라 결국 가진 것을 잃어도 소중한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것이다.... 뭐 이런 주제라고 볼 수 있을만 한데 그럼에도 허겁지겁 끝맺는 부분은 20% 부족합니다. 특히 분홍색 궁전에 대한 처리는 좀 황당.... 그럼에도 50년대 칼라 영화로서 록 허드슨표 애틋한 통속물로서의 재미는 충분한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도박장 사장 맥으로 등장한 윌리암 호퍼 라는 배우는 '이유없는 반항'에서 나탈리 우드의 권위적인 아버지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나탈리 우드와 공연한 셈이네요. 저는 왠지 이 맥이라는 캐릭터가 많이 불쌍했습니다.
ps2 : 나탈리 우드가 처음 등장할때 모습은 1966년 출연한 '우수'라는 영화의 초반 장면의 거지꼴 소녀(영화에서 나탈리 우드의 동생으로 등장한 역할)이 연상되더군요.
ps3 : 이 영화의 절반까지의 내용은 정말 우리나라 통속 드라마, 영화에서 너무 많이 등장하는 내용이지요. 헌신적인 여자가 어렵게 남자를 뒷바자리 했더니 돈 많은 집 여자 만나서 배신하는...
[출처] 하나의 희망(One Desire, 55년) 록 허드슨 표 통속 멜러물|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