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레프트21>을 들고 있다. 이들은 6일 저녁 강남역 인근에서 가판을 차려놓고 신문을 판매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신문사세요” 외치다 경찰에 연행된 시민들
이명박 정부 들어 상상도 못하던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어제 저녁(6일)에도 그런 일이 서울 강남 한복판서 벌어졌군요. 강남역 인근 인도에서 진보성향의 신문을 팔던 시민 6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분들은 주간지 '레프트21'(합법 간행물입니다.)을 판매하던 시민들인데요. 수년 전부터 매주 같은 공간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신문을 팔던 분들이고 대부분 강남 촛불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날 팔던 신문에는 '안보 위기는 사기다'라는 헤드라인이 크게 적혀 있었습니다.
연행된 분들이 제게 전화를 주셔서 사정을 좀 알아보았는데요. 연행된 시민 신아무개씨와 제가 통화한 내용과 <민중의 소리> 보도를 종합해보면, 연행되기까지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이들 시민들은 평상시처럼 저녁 7시께 강남역 인근에 모여 신문 판매 가판대를 세운 뒤 신문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7시 40분께 경찰 2명이 '신문을 한번 보겠다'며 다가와 신문과 가판대에 함께 있던 소책자들을 모두 훑어본 뒤, 사진 채증을 합니다. 신문을 팔던 10여명의 시민들은 ‘신문을 그만 팔겠다’고 말한 뒤 짐을 꾸려 집으로 갈 채비를 합니다. 그런데 경찰 책임자가 다가와 신문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귀가할 수 없다며 제지합니다. 경찰은 “사상이 검증되지 않은 신문은 못팔게 돼 있다. 경찰이 이 신문의 사상을 검증해봐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길에서 2시간 가량 경찰에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장시간 억류된 상태에 있던 시민들은 인도 위에 주저 앉았습니다. 그 뒤 경찰은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시민 6명의 사지를 들어 서초경찰서로 연행했습니다. 팔던 신문과 소책자 등은 모두 경찰이 압수했습니다. 이들은 새벽까지 경찰에 조사를 받은 뒤 전원 유치장에 입감되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신문을 팔았던 것과 귀가하지 않은 채 연좌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이 신문 홍보용 팻말을 압수해가고 있다.
“선거 앞두고 경찰이 진보 여론 통제하려 무리수”
여러분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보기엔 경찰이 이번에도 지나친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신문을 파는 행위가 어떻게 집회로 연결될 수 있습니까. 이 신문은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합법적인 신문입니다. 내용은 좀 진보적이긴 하지만 엄연히 합법적인 간행물인데 이걸 거리에서 팔았다고 집시법 위반으로 잡아갈 수 있는 건가요. 경찰의 혐의 적용이 너무나 황당합니다.
게다가 경찰은 스스로 신문 판매를 접고 집으로 귀가하려 하는 시민들을 거리에서 붙잡은 채 2시간이나 억류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계속 서 있지 않고 인도 위에 앉아있었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연행했습니다. 이건 경찰의 자승자박입니다. 귀가를 못하게 막은 것이 경찰인데 시민들이 해산하지 않았다고 연행한 것은 논리적 모순입니다.
또 경찰이 ‘신문 내용 검증’을 운운한 것도 부적절합니다. 연행된 분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경찰이 신문의 내용을 지적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거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지 등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사를 위해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한 것은 공권력 남용이고 신문의 내용을 지적한 것은 언론탄압입니다. 또 수사가 필요하다면 경찰이 직접 신문을 구입해서 보거나 신문사를 상대로 적절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었어야지 왜 신문을 팔고 있던 독자들을 연행해갑니까.(제가 알고 있기론 레프트21은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판매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한겨레·경향을 무료로 배포하는 독자모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강남 촛불 시민들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자리에서 매주 신문을 팔아왔습니다. 경찰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신문 판매를 문제 삼아 시민들을 연행해 간 걸까요.
연행된 한 분은 “선거에 개입까지 한 경찰이 진보 여론을 통제하려고 무리수를 두었다”고 제게 전했습니다. 경찰은 얼마 전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신씨는 “선거를 앞두고 국보법 위반 사건을 하나 만들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질식당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레프트 21 의 판매에 제동을 걸고, 나중에는 발간을 금지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경찰의 표적이 될 다음 신문은 무엇일까요.
#아래 사진은 @seppkim님께서 현장에서 찍어 보내주신 것들입니다.
경찰이 귀가를 시켜주지 않자 인도에 앉아 버린 시민들.
경찰은 연좌행위가 집시법 위반이라며 전원 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