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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김상식과 이동국(사진)은 지난 주말 성남전에 투입돼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김상식은 전 소속팀 성남에 대한 소회를 거리낌 없이 밝혔다. <사진 전북현대> |
'새내기 사령탑' 신태용 성남 감독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성남은 지난 주말(4월4일) 전북 원정에서 1-4로 크게 패하며 정규리그 3경기 연속 무승을 이었다. 2무1패로 12위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매 시즌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성남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꽤나 불안한 출발이다.
올 시즌을 앞둔 성남의 전망은 엇갈렸다. 성남의 레전드인 신태용 감독의 부임과 큰 폭의 선수단 재구축은 새로운 틀과 동력으로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K리그 최연소이기도 한 신태용 감독의 경험 부족과 주축 선수의 절반 이상 교체에 따른 전력 불안은 적잖은 우려를 던졌다. 선수단 개혁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으로 존중해야 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에 대한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신태용 감독은 팀 전력 안착의 '내우'와 외부의 비판적 시련의 '외환'에 맞닥뜨려 있다. <사진 성남일화>
신태용 감독, 시작된 부메랑 효과?
현재까지는 우려가 현실을 지배하는 흐름이다. 정규리그 무승의 결과도 그렇지만 경기 내용과 전력 균형 측면에서도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동원과 장학영, 홍진섭의 부상, 사샤와 이호의 컨디션 난조 등이 끼친 부정적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성남다운' 저력과는 거리가 있는 성남의 시즌 초반 흐름이다.
신태용 감독과 성남의 평가를 단정하기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선발 선수 면면을 전면적으로 일신한 점을 고려했을 때 신태용 감독의 성남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라돈치치와 장학영이 부상에서 돌아온 가운데 시간과의 싸움은 신태용 감독과 성남의 시즌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마냥 신태용 감독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시간은 신태용 감독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잣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고 또 활로를 찾는 것은 온전히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자 지도력이다. 특히 위기대처 능력은 신태용 감독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을용은 전 소속팀 서울을 상대로는 결코 패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뜻을 내비쳤다. <사진 강원FC>
감독 승격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신태용 감독의 이력을 둘러싼 논쟁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시즌 성남의 지휘봉을 잡기 이전 감독직을 경험하지 못했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감독 경험은 이번 시즌이 출발선이다. 선수와 감독은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선수 개인에서 팀 조직으로, 포지션에서 공간으로 중심 이동을 거듭하는 현대축구에 있어 감독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고려한다면 감독 고유의 역할과 경험적 자산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시선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력 자체만으로 감독의 능력을 마름질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력과 경험이 아닌 지도력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감독을 평가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절대적인 잣대이지는 않다. 감독 경험이 일천했지만 1990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프란츠 베켄바워, 2006월드컵에서 독일의 4강을 견인한 위르겐 클린스만, 2006월드컵과 유로2008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한 마르코 반 바스텐 감독 등의 사례에서도 지켜본 일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수 시절 명성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마땅히 평가하는 인식과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한 한국축구이기도 하다. 내셔널리그와 대학 팀 등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이 K리그 사령탑으로 ‘승격’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축구다.
경험이 아닌 지도력이듯 이름값이 아닌 능력이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밀려난 에투는 '레알 킬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상식과 이을용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겪는 '외환'은 내쳐진 이적생들의 설움이다. 신태용 감독의 부임과 함께 여러 선수들이 성남 저지를 벗었다. 주요 선수만 살피더라도 이동국과 김상식(이상 전북) 김동현(경남) 김영철(전남) 박진섭(부산) 남기일(천안시청) 최성국(광주) 두두(미계약) 김해운(은퇴) 등이 팀을 떠났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었지만 신태용 감독의 대대적 전력 개편 작업에 의해 뜻하지 않게 성남을 떠난 선수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선수 당사자 입장에서는 분루를 삼킬 일이다.
이들 중에는 성남에 대한 설욕 아닌 설욕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실례로 10여 년 간 성남에서 뛰면서 주장을 맡기도 했던 김상식은 지난 주말 성남을 대파 한 뒤 은퇴 전까지 성남을 상대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 여러 이유로 밀려나듯 팀을 떠난 사례가 성남에 국한한 일은 아니다. J리그로 진출한 조성환(콘사도레 삿포로)이 포항 시절 수원을 만날 때마다 격정적으로 플레이했고 이번 시즌 강원으로 이적한 이을용이 서울에겐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을용은 3월14일 서울 원정 경기에서 몸을 던지는 플레이로 강원의 승리를 이끌었다.
해외에서도 종종 목격하는 일이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레알 마드리드에서 AS모나코로 임대됐던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발렌시아)가 2003-04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키는 연속골을 넣은 일이나, 마찬가지 이유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에스파뇰과 마요르카 임대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적을 옮긴 사무엘 에투가 '레알 마드리드 킬러'로 불리는 것이 예다.
올 시즌 K리그는 경제 위기와 강원 창단 그리고 성남의 대대적 선수단 개편 작업으로 어느 해보다 선수 이동 폭이 컸다. 제2의 김상식과 이을용의 출현은 때문에 성남과 서울만의 문제이지는 않다. 이적생들의 리벤지, K리그 판도를 흔들 작지만 지나치지 못할 파열음이다.
첫댓글 우린 을용이형 내친거 아닌데 ;;;;; 물론 출전 시간이 줄어들긴 했었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