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눈이 가네 하얀 그 얼굴에 / 질리지도 않아 넌 왜
슬쩍 웃어줄 땐 나 정말 미치겠네 / 어쩜 그리 예뻐 babe
뭐랄까 이 기분 / 널 보면 마음이 저려오네 뻐근하게
오, 어떤 단어로 널 설명할 수 있을까 / 아마 이 세상 말론 모자라
가만 서 있기만 해도 예쁜 그 다리로 / 내게로 걸어와 안아주는
너는 너는 너 / You know he's so beautiful
Maybe you will never know / 내 품에 숨겨두고 나만 볼래
작곡하는 가수 아이유가 사랑하는 후배 설리를 위해 작사‧작곡한 노래 <복숭아>의 가사 앞부분이다.
복숭아는 설리의 발그스름한 볼을 빗대어 그녀의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아이유는 여러 후배 가수
중에 한 살 아래인 설리‧수지와 가장 친하게 지냈는데, 설리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에 얼마나 큰 충격
을 받았을지. 아무 관계도 없는 나 같은 늙은이도 설리의 돌연한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상굿도 비통
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여자 아이돌을 무척 싫어하는 아내에게 그런 얘길 했다간 미친놈 소리 듣기
십상이라 차마 말도 못 꺼내고 애꿎은 참이슬만 열심히 죽이고 있다. 아내는 롯데그룹 부회장 이인원
이 죽었을 때도 내가 눈물을 흘리며 며칠 동안 침울해하자, 그까짓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동기 한
사람 죽었는데 유난을 떤다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았다.
아이유가 2012년에 발표한 노래 <복숭아>는 설리의 돌연한 죽음을 맞은 아이유와 설리의 팬들에 의
해 새로이 순위권에 진입하는 역주행에 돌입했다. 설리를 애도하는 곡진한 마음들이 모인 결과리라.
설리의 예쁜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며칠 동안 아이유가 귀여운 목소리로 부르는 <복숭아>를 들었다.
인터넷에는 누군가 연도별로 정리해 올린 설리의 사진이 있다.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 몇 번 보다
가 그만 보기로 했다. 그러잖아도 8월 이후에는 글을 한 줄도 못 쓰고 있는데, 이제는 설리를 차마 마
음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어 책조차 읽기가 싫다. 소개하려고 책상 위에 펼쳐놓은 자크 브로스의 「식
물의 역사와 신화」도 7월 말경에 겨우 한 꼭지를 쓰고는 덮어둔 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세계적인 전
문가들이 쓴 유용한 정보는 소개하지 못하고 고작 아무도 ‘안궁안물’하는 연예계 이야기나 신변잡기
만 쓰고 있다. 이전에 써놓은 책 한 권을 소개하고 나면 당분간 멍하니 참이슬이나 비워댈 밖에. 시대
에 한발 앞서간 자유분방하고 솔직하고 아름다운 소녀 설리, 악플러 없는 저세상에서 마음 편히 지내
기를…
내가 TV를 보는 경우는 하루 네 번 참이슬을 마실 때, 책을 읽다가 잠시 쉴 때, 두산이 야구경기를 할
때, 잠자리에 들 때 등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프로는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 최근에
본방사수를 한 프로는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마지막이었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외국에 나가 버스킹을 하는 프로도 우연히 맞닥뜨렸을 뿐이다. 그러나 버스킹에 나선 가수들이 인기
정상은 아니지만 실력은 최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연히 포르투갈 버스킹 때부터 흥미롭게 끝까
지 지켜보며 노래에 흠뻑 젖어들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버스킹에 이어 독일 버스킹을 지켜보면서 청중들의 확연한 차이를 발견하고 오랜만
에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았다. 이탈리아 청중들은 정적인 자세로 노래를 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박
수는 기본이고, 가볍게 상체를 흔들거나 전신을 흔들며 춤을 추면서 노래를 감상한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조용히 박수만 치는 사람보다 함성을 지르거나 휘파람을 불면서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사람
이 더 많다. 이에 반해 독일 청중은 엄숙한 자세로 조용히 노래를 경청한 뒤 함성이나 휘파람 없이 박
수만 친다. 함성을 지르거나 휘파람을 부는 사람은 외국 관광객이리라. 이탈리아와 독일 청중의 이
확연한 차이는 국민성 탓이고, 그 국민성의 차이는 기후환경의 차이에서 왔다는 사실은 언제나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이탈리아인들은 따뜻하고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체
질화되었고, 독일인들은 음울한 북극해성 기후로 인해 진지하고 사려 깊은 성격이 고착화된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자면 짜증스러울 정도로 잘못된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첫째는 계속 조수석
에 앉아 있는 사람을 쳐다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운전하는 장면이다. 물론 차를 트레일러에 싣고 가면
서 촬영하고 있는 줄 아니까 저러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하고 염려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연
기력 부족에 짜증이 나서 바로 채널을 돌린다. 둘째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오가는 사람들의 그림자
가 선명한데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장면이다. 촬영시간에 쫓겨 그러려니 이해는 하면서도 감독의
무신경에 짜증이 나서 역시 채널을 돌린다.
의식 있는 개그맨 김원효(아내 개그우먼 심진효)가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남긴 말
“아버지. 지나고 나면 후회할 걸 알면서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아 정말 괴로웠습니다. 잘 도착
하셨지요? 정말 착하게만 살다 가셨어요. 모두 인정할 만큼 순수하게. 왜 그러셨어요? 거친 세상 그
냥 막 한번 살아보시지. 아버지. 낳아주시고 키워주시고 너그럽게 늘 인정해주시고 자랑스러워 해주
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생에는 저의 아버지셨지만 다음 생에는 제 아들로 태어나주세요. 제가 미친
듯이 사랑해드릴게요.”
동아일보에 실린 이 기사를 보고 내 아버지를 생각하며 한참을 울었다. 밀기울 한 됫박을 준다는 감
언이설에 속아 사상이 뭔지도 모르면서 남로당 회의에 단 한 번 참석했다가 빨갱이로 몰려 스물다섯
에 처형당하신 불쌍한 내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죽는 날까지 가난에 쪼들려 고생만
하신 그 짧은 삶이 안타까워 그저 눈물만 난다. 기억력이 워낙 나빠 내가 네 살 때 잡혀가셨다는 아버
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 더욱 죄송하고 슬프다. 마침 아내가 출타중이라 핑계 김에 목 놓아 울
었다.
걸 그룹 오마이걸의 승희(1996년생)가 여러 그룹의 남녀 아이돌과 함께 MC의 동작을 보고 노래 제목
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워낙 재주가 다양한 아이라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혼자서 다 맞히는
중이었다. 딱 한 곡,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을 부르기는 했는데 제목을 몰랐다. 그래서 승희가
언제 나온 노래냐고 물었고, 이수근이 80년대에 나왔다고 대답했다. 다른 아이돌 같으면 그때는 태어
나기 전이었다고 말했겠지만 승희의 어법은 달랐다.
“그때는 저 태어날 계획도 없었어요.”
그가 출연하는 연예 프로를 보고 있노라면 저 아이의 재치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기특하기만 하다.
모차르트(1756~1791)와 베토벤(1770~1827)은 클래식을 작곡한 적이 없었다. 당대 비엔나 시민들의
수준 높은 음악적 기호에 맞춰 최신 현대음악을 작곡했을 뿐이었다. 다만 20세기에 들어와 여러 나라
의 음악평론가들이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 클래식으로 분류했을 뿐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보다 다섯 살 많은 친누나 난네를 모차르트는 동생보다 음악성이 훨씬
뛰어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난네를은 어린 볼프강의 음악적 스승이자 롤 모델이었다. 어린 볼프
강은 누나가 피아노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여 어깨너머
로 연주기법을 배웠으며, 누나가 작곡해놓은 악보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작곡기법을 터득했다. 볼
프강이 여덟 살에 처음으로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는 교향곡도 실은 난네를이 작곡한 것이었으리라고
추정하는 음악史가들이 많다.
그러나 음악의 대가인 아버지는 딸이 음악을 하지 못하도록 엄하게 단속했으며, 결혼과 함께 난네를
은 완전히 음악에서 손을 뗐다. 난네를은 결국 여자를 음악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시대적 한계를 극복
하지 못하여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멘델스존의 누나를 비롯하여 당시 비엔나에 살던 수많은 음악
적 천재 여성들이 이처럼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음악계의 여성차별은 현대에 와
서도 크게 변하지 않아서, 여성 지휘자는 여자 神父만큼이나 희귀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첼리
스트 장한나(1982년생)가 지휘자로 데뷔한 것은 세계 음악사에서도 대단한 사건이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아침 날씨가 쌀쌀하긴 해도 햇살이 드리우니 가을 단풍이 한결 곱게 보입니다. 몇주전 여주 시장통을 다녀올때 사온 여주 고구마 그리고 햇땅콩이 맛을 더해주는 풍성함 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가을을 눈여겨 보는 잔잔함으로 대신 하고 있는 창밖 의 풍경 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