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탐험
원제 :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
1959년 미국영화
감독 : 헨리 레빈
원작 : 쥘 베른
음악 : 버나드 허만
출연 : 제임스 메이슨, 팻 분, 아를렌 달
다이안 베이커, 데이어 데이비드, 피터 론슨
알란 네이피어
프랑스의 과학소설가 쥘 베른 원작의 작품중 소설로도 영화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해저 2만리'와 '80일간의 세계일주' 입니다. 두 작품은 소설로도 유명하고 영화에도 유명 스타배우들의 출연하여 꽤 유명한 고전입니다. '해저 2만리'는 커크 더글러스와 제임스 메이슨이 출연하여 50년대 영화임에도 멋진 수중촬영의 묘미를 보여주었고,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자이안트' '십계' '왕과 나'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세계 각국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까메오 출연'이라는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이 두 작품 외에도 제법 흥미로운 쥘 베른 원작의 개봉영화가 있는데 바로 '지저탐험' 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구속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동화책 버전이 출판되었는데 영화로는 '지저탐험'이라는 제목으로 1960년 개봉했습니다. '보이 헌트' '광야의 여인' '백년전쟁' 등의 영화개봉으로 알려진 헨리 레빈 감독의 1959년도 작품으로 '해저 2만리'에 네모선장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영국의 명배우 제임스 메이슨이 출연합니다. 그리고 당시 25세의 인기 가수 팻 분이 함께 출연하는데 팻 분은 1957년 '에이프릴 러브'라는 영화를 통해서 큰 인기를 얻은 가수 겸 배우로 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청춘의 우상으로 떠오르며 노래와 연기로 함께 인기를 모았던 팔방미인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도 중견 명배우 제임스 메이슨보다 크레딧에서 앞에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당시 팻 분의 인기를 짐작케 합니다. 이들과 공연하는 주인공 여배우는 아를렌 달 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여배우입니다. 팻 분의 연인으로 다이안 베이커 라는 배우가 비중이 낮게 출연합니다.
팻 분이 감미롭게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상한 광물로 인하여 결국 지하탐험까지 하게 되는데....
50년대에 보기 드물게 만들어진 SF 탐험 영화인데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유치한 만화같은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1880년을 배경으로 만든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놀라운 상상력이 묘사된 흥미진진한 모험영화입니다. 일단 그 시대 과학자가 지구속을 탐험한다는 사실 자체가 과학소설의 1인자인 쥘 베른 작품 다운 상상력입니다. 자동차, 비행기가 나타나기 전 시대에 지구속을 탐험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니요.
1880년 영국 애든버러 대학에서 저명한 과학분야 교수로 재직하던 린덴브룩 교수(제임스 메이슨)는 Sir 칭호를 받는 축하 자리에서 제자인 알렉(팻 분)으로부터 광물을 선물받습니다. 공동품 가게에 있던 그 광물이 지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으로 짐작한 린덴브룩 교수는 그 광물을 분석하려다가 폭발이 일어나고 광물속에 들어있던 300년전의 탐험가가 쓴 글을 발견합니다. 아이슬란드의 과학자 사크누셈이라는 인물이 300년전에 지구속을 탐험했고, 돌아오지 못했는데 죽어가면서 남긴 내용이었습니다. 린덴브룩 교수는 알렉과 함께 사크누셈이 끝내지 못한 지구속 탐험을 직접 할 생각으로 아이슬란드의 괴테버그 교수에게 연락을 하는데 그곳에는 사크누셈의 후손이 먼저 와서 괴테버그 교수와 머무르고 있었는데 의견 충돌로 인하여 괴테버그 교수는 사크누셈에게 독살당합니다. 남편을 만나러 온 괴테버그 교수의 아내 칼라(아를렌 달)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이 이루지 못한 지하세계 탐험을 대신 할 생각으로 린덴브룩 교수에게 합류합니다. 이들은 건장한 아이슬란드 청년 한스를 데리고 목숨을 건 지하세계 탐험이라는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탐험중 여러 난관에 부딫치기도 하고 이들 몰래 따라온 사크누셈의 후손의 방해로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온갖 역경을 뚫고 지구속의 비밀을 향한 모험은 계속되는데.....
너무 세트티가 팍 나는 산 장면
지구 속 탐험 출발 준비 완료!
석유탐사, 지하철 운행 등 21세기 과학은 꽤 깊은 지하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북극과 남극의 중심이 되는 지구 중심까지의 여정입니다. 뭐 사실 블가능한 모험이지요. 그렇자만 19세기에 쓰여진 소설 답게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온갖 희안한 내용들이 펼쳐집니다. 과학적 기준으로 보면 꽤 황당한 이야기들이죠.
지하에서도 바람이 불기도 하고 무슨 반짝이는 보석들로 채워진 듯한 공간도 있고, 아주 맑은 물이 흐르기도 하고, 심지어 거대한 공룡 모양의 괴수들도 등장합니다. 거대한 버섯 등 식물이 자리기도 하고 반딧불처럼 빛을 발광하는 생물도 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지하세계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지점이 바로 북극과 남극에서의 거리가 동일한 지구 중심이라는 점이죠. 심지어 가라앉은 고대 도시인 아틀란티스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영화속에서는 몇 달 정도의 기간 동안에 벌어지는 설정이지만 사실 그 정도 기간이라면 지구 중심은 커녕 서울서 부산거리도 못갈 것 같지요. 더구나 지구속이 컴컴한 어둠이 아니라 환한 곳도 있고 바다도 있다는 설정은 좀.... 그리고 꽉 막혀 있지 않고 뚫린 통로가 있다는 점도 그렇고. 그냥 등산하듯 지구속을 내려갑니다.
지하에 이런 낙원같은 곳이 있다니...
캄캄한 어둠이어야 할 지하세계지만
반딧불처럼 빛을 발산하는 생물체가 있었고...
거대한 버섯지대가 나름 상상력이 동원된 배경이었다
과학적 설정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볼 경우 아주 흥미로운 아날로그 시대 SF영화입니다. 과학자, 조수, 청년, 아름다운 과부 등 4명으로 구성된 탐험대의 모험이고 거기에 악당이 한 명 추가되고, 도마뱀같은 거대한 괴수도 등장하고... 19세기에 쓰여진 소설을 50년대 영화기술의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지요. 이것저것 거대한 세트를 만드느라 제작비가 꽤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거대한 버섯 세트도 그렇고.
60년대 '마이크로 결사대'라는 영화가 사람 몸 속을 탐험하는 내용이고 '해저 2만리'는 깊은 바다속을 탐험하는 내용이었는데 인간이 갈 수도 없고 도달할 수도 없는 지구속을 탐험하는 내용이라는 점 자체가 흥미롭고 과연 어떤 상상력이 펼쳐질까 기대하면서 보게 되는 묘미가 있습니다. 대부분 보여지는 내용들은 과학적 관점으로는 아주 황당하지만 상상력 자체는 꽤 다양하고 기발한 편입니다.
쥘 베른은 프랑스 소설가지만 '80일간의 세계일주'도 그랬듯이 이 작품도 영국이 배경인 영화인데 제임스 메이슨을 제외하고는 감독, 주요 배우들 모두 미국인들입니다. 영국을 배경으로 만든 미국영화인 셈이죠. 아마도 이만한 규모와 세트를 영국에서 만든 여력이 안되었을 것 같고, 꿈공장 할리우드에서나 실현 가능한 영화였을 것입니다. (소설은 원래 주인공 교수가 독일인이라지요)
지하세계에 괴수도 있고, 바다도 있고... 이런 황당함
지하세계에 아틀란티스라니...
거대한 붉은 괴수도 등장
"인간은 아직 지구에 대해서도 완전히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우주를 연구할 수 있냐'라는 대사가 인상적인데 수백미터 지하까지는 갈 수 있어도 수천킬로미터가 넘는 지하에는 21세기 과학으로도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지구를 구성하는 지하세계입니다. 물론 환경 보존을 위해서 굳이 지구를 뚫고 지하에 갈 이유는 없지요. 오로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1950년대에 이런 영화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이며 비록 지금 시점에서는 매우 투박한 작품이지만 그 시대의 기술과 상상력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재미난 작품입니다.
ps1 : 죽은 과학자의 미망인이 탐험대에 합류할때 이미 제임스 메이슨과 뭔가 썸씽이 있을거라는 느낌이 옵니다. 처음에는 투닥투닥 다투다가 친해지는 과정은 우리나라 드라마와 설정이 비슷하지요.
ps2 : 인체탐험을 하는 '마이크로 결사대'보다는 그레도 덜 황당한 작품이지요.
ps3 : '레이더스'의 오프닝 액션에서 굴러내리며 쫓아오는 거대한 바위덩이를 피해 도망가는 아슬아슬하고 흥미로운 장면이 바로 이 영화에서 참고하여 인용된 장면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레이더스'는 이것 저것 패로디를 한 영화네요. 해리슨 포드가 연인에게 손가락으로 얼굴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키스해달라는 장면도 복싱영화 '육체와 영혼'에서 가져온 것이고.
ps4 : 애완견이나 애완고양이가 아닌 애완오리가 등장하여 여러 재미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독특한 설정입니다. 실제 아이슬란드에서 오리를 많이 키우는지.
ps5 ; 팻 분이 감미로운 음성으로 사랑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ps6 : '마그마 탐험대' 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좀 많이 황당한 제목이지요.
[출처] 지저탐험(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 59년) 쥘 베른 원작 모험물|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