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텔레포트를 사용할까 했지만 오늘같은 날은 피하는것이 좋았다. 성에는 적지 않은 마법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흠..역시 전생의 기억에다가 마법까지 다 그대로여서 그런가...'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나는 뒤를 잽싸게 돌아보았다. 그리고 큰소리로..
"누구냐?"
어린아이답게 살기를 내지는 않았지만 최대한으로 위엄을(?)살려 말했다.
묵묵부답..쳇 그냥 봐준다.
아무리봐도 시녀인듯한 여자인것같지만 별로 해될것 같지는 않으니깐..맘대로해라,
나의 뒤를 밟고있는 시녀는 삭 무시해버리기로 결심해서인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걸었다.
하란오라버니와는 오래전에 헤어지고 시녀가 뒤따르지 않은 틈을타서 나는 이렇게 성을 탐험하고 있었다.
챙-
"..."
챙-챙..
"이건...검소리잖아!!"
아~ 얼마나 오랫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리인가.
지체할것 없이 검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다다 뛰어갔다. 이럴때 어린아이의 몸은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불평도 잠시 나는 보고야 말았다.
서로 검을 맞부딪치는 기사들을..근데 이상한 점이 있다.
기사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린티가 팍팍 난다.
"소년..들?"
큰목소리로 말한것은 결코아니었다. 근데 저멀리 단상위에있던 교관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훗. 내가 것도 혼자서 여기있어 놀랐겠지.
천천히 빠르지도 결코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가 내앞에 와서 인사를 했다.
"이런곳에 공주님께서 어인일로 오셨는지요?"
"아..데일경이군요. 그냥..음..걸었어요"
"길을 잃으신 겁니까?"
"아..아뇨"
윽.난 이자가 매우 불편하다. 테인드제국의 다섯공작가중에서 무가로 유명한 하루아드가의 장남이자 하란오라버니의 오른팔이라고도 할수있는 데일 하루아드공작. 무뚝뚝함이 철철 흘러넘치고 포커페이스의 무표정.
아마 하란오라버니는 이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싶다. 아니 확실하다.
"근데..저기 사람들은 기사인가요?"
훗..물론 기사가아닌줄은 안다. 하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내가 길잃은 철부지 공주가 될것같아서 제빨리 화제를 돌렸을 뿐..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내말에 곧 대답했다.
"저들은 아직 기사는 아닙니다. 기사가 되기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까요.."
"과정?"
"네. 몇년후면 저들은 자랑스런 테인드제국의 훌륭한 기사가 되어있을 겁니다."
자뭇 뿌듯하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던 데일공작은 곧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마냥 살짝 놀라더니 다시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처음으로 하루아드공작에서 데일경으로 호칭을 바꾼것은 그리오래 되지 않았다. 두달전 하란오라버니와 나는 데일경 호위하에 소풍겸 말을타고(물론 나는 아직 어려서-신체적 조건이랄까..- 중심을 잘 잡지 못해 하란오라버니와 같은 말을 타야했다.)나드리를 갔었다. 그때 하란오라버니는 하루아드공작의 명칭을 데일경으로하라고 나에게 아주 다정히 말했다. 데일경도 별 불만이 없어보였고 나는 오라버니의 제의를 받아들였었다.
그러나..제의는 제의고 호칭을 바꿨다고해서 갑자기 데일경이 좋아지거나
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변할리는 없고 그렇다고해서 애초에 데일경에게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험합니다."
"뭐?"
퍽.
"윽.."
눈물이 핑돌았다. 그렇다. 옛일을 회상하느라고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부딪쳐 버린거다. 그것도 엄청 큰 아름드리나무에 말이다.
나는 머리를 감싸쥐며 아르이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