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사람들 이야기
아빠가 얼마 전에 김영미 PD님의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괜찮게 읽고,
그 분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겠다고 산 책이 있는데,
그 책이 이번에 읽은 <전쟁터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책이란다.
지난번에 읽은 <세계는 왜 싸우는가>라는 책은
세계의 주요 분쟁 지역의 역사와 분쟁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고 하면,
이번 책에서는 그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단다.
분쟁이라고 하면 서로 적이라고 하는 양쪽 진영이 있을 텐데,
김영미 님은 양쪽 진영을 모두 취재하셨단다.
그리고 미국 등에서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사람들도 취재를 하셨는데,
아빠는 무서워서 엄두도 안 날 것 같은데,
김영미 PD님은 그런 분들의 인터뷰를 해서,
그들의 입장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세상에 알리기도 하셨단다.
정말 대단한 배짱이시구나.
아빠가 이 책을 읽을 때
너희들이 이 책의 표지를 보고 한 마디 했잖니.
전쟁터에서 어떻게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냐고 말이야.
그러네, 분명 뒷배경의 건물은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는데,
버려진 욕조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환한 미소를 띠고 있구나.
이런 사진을 보고도 권력자들은 전쟁을 하고 싶을까.
저 아이들이 늘 웃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 곳의 아이들은 늘 미사일과 총포의 공포에 떨어야 한단다.
이건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욕심에 허덕이는 권력자들 때문이 아닐까 싶구나.
지은이 김영미 PD님은 이번 책의 주제는 ‘사람’이란다.
전쟁터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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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쩌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꿋꿋하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에서 그 어떤 무용담이나 모험담보다 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이 처한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그들도 희망을 가질 때가 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류애를 지닌, 가슴이 뜨거운 피디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들도 평범한 그 누군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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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처음부터 이런 분쟁 지역의 PD를 하신 것은 아니라고 하더구나.
2001년 9월 11일, 아빠도 생생히 기억하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 이후
무작정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고 하는구나.
식구들이 걱정을 할까 봐 거짓말까지 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대.
무작정 날아가긴 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시네.
운 좋게도 마음씨 착한 쉬르라는 통역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쉬르는 적극적으로 김영미 님의 취재 활동에도 도움을 많이 주었대.
여러 사람들을 취재하고 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단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동물 취급을 받는다고 했어.
집 밖에 나가면 부르카를 뒤집어 쓰고 다녀야 했고 말이야.
사회 생활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고,
이런 일을 하게 되면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을 했대.
어쩌다 그런 교리가 생겨났는지 참 궁금하구나.
그런 아프가니스탄의 천재 여류 시인 나디아가 있었어.
시(詩)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아픔, 특히 여성들의 아픔을 이야기했는데,
그 시집에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단다.
그런데 나디아의 남편 입장에서는 그런 나디아의 창작 활동이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을 했고,
이 일로 나디아와 여러 번 다툼을 하다가 결국에는 그녀를 죽였다고 하는구나.
분명 살인을 저질렀는데도 나디아의 남편은 처벌을 받지 않았대.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에 죽인 명예살인이기 때문이래.
충격적이더구나.
사람을 죽였는데,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다니 말이야.
그 남편은 나디아보다 더 어린 여자와 재혼을 했고,
그 여자는 집안일만 해서 남편이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충격을 먹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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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남편과 가족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 공개적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집을 낸 나디아를 죽여야 했다. 그런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한 나디아를 명예살인 한 것이다. ‘명예살인’이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죄를 지은 아내나 딸, 여동생을 죽여 가문의 위신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이 천재 시인은 시(詩)와 자기 목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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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탈레반이 음악을 탄압을 했대.
그렇다 보니 음악 하는 사람들도 처벌 대상이 되어
도망 다니면서 음악을 해야 한다고 했어.
김영미 님이 취재를 한 ‘무스타파 밴드’도 그런 사람들이었단다.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무스타파 밴드는 탈레반 몰래
깊은 숲 속에서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연을 했다고 하더구나.
한 지구 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구나.
…
또 어려웠던 취재 중에 하나는 난민촌을 취재한 것이었어.
난민촌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그들의 아픔이 느껴졌어.
김영미 님은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난민촌에서 그들과 함께 3~4주 가량을 생활하셨다고 하는구나.
전기도 없고, 먹는 것, 씻는 것 모두 불편한데도 그곳에서 난민들과 함께 어울렸다고 하는구나.
처음에는 취재에 거부를 하던 난민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취재를 해주었대.
특히 난민촌의 여성들을 취재할 수 있었다고 하는구나.
난민촌의 생활은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아이들이 더욱 힘들었단다.
아이들은 얼어 죽기도 하고, 지뢰를 밟아서 죽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아이는 변소에 빠져 죽기도 했대.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들의 정이 있었고, 사랑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구나.
2. 이라크 사람들
이 책은 전쟁터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전쟁터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 두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앞서 이야기한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이고,
이제는 이라크에서 만난 사람들을 몇몇 해줄게.
이 책에 실린 이라크의 이야기는 2002년부터 시작한단다.
2002년 이라크는 후세인 독재 시절이었고,
미국에서 대 이라크 전쟁을 선포해서 전운이 감돌고 있던 시절이었단다.
그러니까 김영미 님이 이때 이라크를 들어간 이유는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는 평범한 이라크 사람들을 취재하려는 것이었어.
그런 사람들 중에 무스타파라는 평범한 가족들을 취재했단다.
앞서 이야기한 아프가니스탄의 ‘무스타파 밴드’와 이름이 우연히 같지만
그들과는 관련 없는 이라크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이라크 내에서도 후세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아서,
내심 미국이 쳐들어와서 후세인을 몰아내면
자신들의 삶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하는 이들도 많았단다.
그런 기대가 있어서인지 곧 닥쳐올 전쟁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준비하는 듯 했어.
기름 등을 사두고 먹을 것들을 사 두는 등
그들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러나 속으로는 무척 무서울 것 같구나.
포탄과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전쟁이니 말이야.
…
김영미 님은 전쟁이 점점 임박하면서 더 이상 머물 수 없어서
이라크를 빠져 나오셨단다.
그리고 예정대로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벌어졌고,
미국의 승리로 돌아갔단다.
그와 동시에 후세인 독재도 끝이 났지.
이라크 시민들 대부분도 처음에는 미군을 반겼단다.
그 동안 오랜 후세인 독재의 시달림으로부터 벗어나
제대로 된 나라가 되겠다는 희망이 있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런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단다.
친미 세력으로 만들어진 이라크 정부가 민심을 잘 읽어서 나라를 이끌어 갔다면 좋았겠지만,
독단으로 일관했단다.
특히 이슬람 지도자를 무단 체포를 하면서
이라크 백성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어.
그 외에도 미군들이 여러 가지 잘못들을 저지르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미군은 정복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단다.
그러면서 미군에 저항하는 저항군이 생겨나기 시작했단다.
김영미 님은 다시 이라크에 들어가서 이들을 취재를 했는데,
그들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는 독립군과 마찬가지였단다.
누가 그들을 탓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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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미군에게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이들은 말하자면 독립군인 셈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독립군들이 만주 벌판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이 떠올랐다. 테러리스트냐 독립군이냐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독립군도 일본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이다. 이라크 저항 세력도 미군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이다. 하지만 우리의 독립군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사람들에게 그들은 독립군이다. 역사의 평가는 후대에 한다지만 내가 그때 그들에게서 받은 인상은 애국심에 불타는 독립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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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미 님은 이라크 반군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도 취재를 했단다.
연령층이 다양했는데, 십대 후반의 어린 군인들도 있었대.
미군 또한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그들은 또 누가 이곳으로 오게 했는가.
정말이지,
전쟁이란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한
너무 위험하고 무모하고 쓸데없는 권력자의 욕심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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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303)
이라크는 인간이 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이 피폐해지는지 너무도 잘 보여 준 곳이다. 이라크 사람들도 전쟁으로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전쟁터에 내몰린 미군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전쟁에는 승자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되고 나서 얻는 승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쯤 마이크가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엄마가 해 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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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책의 첫 문장: “세상에는 왜 이토록 많은 슬픔이 있어요? 사람이, 왜 아파야 하는 거죠?”
책의 끝 문장: 아마도 더 많은 루비나가 학용품을 받고 행복해하며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책제목 : 전쟁터에서 만난 사람들
지은이 : 김영미
펴낸곳 : 그러나
페이지 : 316 page
책무게 : 514 g
펴낸날 : 2019년 11월 13일
책정가 : 14,800원
읽은날 : 2022.01.16.~2022.01.18.
글쓴날 : 2022.0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