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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정보원
 
 
카페 게시글
농촌사회사업 스크랩 인사하고 배우고, 감사하고 감동하고.
이주상 추천 0 조회 52 09.09.01 00:14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안남의 산은 나지막합니다.

골짜기 안 동네,

안남을 둘러싼 산줄기는 낮지만 너르게 마을을 품고 돕니다.

 

햇살 아래 산기슭의 잔근육이 드러납니다.

산의 음양이 햇살따라 꿈틀거립니다.

 

 

10시 반,

어머니학교 어르신들이 오십니다.

 

평소보다 이른 듯 하여

인사하고 여쭈니,

어머니학교 특별수업이 있는가봅니다.

 

들어오는 얼굴 중에 낯이 익은 분이 있습니다.

괴산 신기학교 목윤지영 선생님이 계십니다.

 

알고보니 어머니학교 월요일 수업에서

어르신들 자서전을 만드신다는군요.

 

농촌 어머니들 삶을 여쭙고,

정리하고 세워드리는 일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6. 25 후 폐허가 된 국토에서

기적처럼 자식을 보란듯이 키워내고

나라를 발전시킨 일등공신이신 시골 어머니들,

 

농촌과 농민을 하대하는 세상 속에서도

꿋꿋히 농민의 삶을 지켜온 농촌 어머니들.

 

이분들을 평범한 촌로로서 삶을 세워주길 기대합니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길 부탁합니다.

 

어머니학교 어르신들이

수업이 끝나고 급히 가려는 신기학교 실무자들을 붙잡습니다.

 

기어이 된장찌개, 감자찌개 한 솥 가득 끓이시더니

먹이고 보냅니다.

 

"그래도 점심 먹이고 보내니, 흐뭇하네. 암."

 

 

 

김미희 선생님이 원래 근무시간(오후2시)보다 일찍 오셨습니다.

 

지출결의서 처리하는 방법도 배우고

결산하는 법도 할 겸

면소재지 다녀오자십니다.

 

배바우손두부 식당,

농협,

새마을금고,

우체국을 들립니다.

 

가는 곳마다 인사드리고 반김을 받습니다.

 

후임자 소개시켜주고

잘 이어주시는 김미희 선생님, 고맙습니다.

환대해주시는 마을분들, 고맙습니다.

 

 

오후에는 주교종 관장님 따라

면사무소에 갔습니다.

 

예비군 훈련 때문에

전입신고를 해야해서 가려 했는데,

관장님이 인사도 할 겸 같이 가자십니다.

 

면사무소 직원분들을 뵙고

한 분 한 분 인사나눕니다.

 

따뜻한 악수 건네는 손길과 격려하는 마음, 고맙습니다.

 

마침 면사무소 2층에

안남면 상수도 개발 사업 주민설명회가 있어

마을 이장을 비롯한 안남 마을 어른들이 오신 자리가 있답니다.

 

관장님이 면장님께 인사를 시켜주십니다.

 

주민설명회 시작하고

면장님 말씀 후,

안남 어른들 앞에서 인사드릴 기회를 주십니다.

 

"안녕하세요, 이 주 상 입니다.

 도서관 실무자로 일하게 됐습니다.

 부산이 고향이고 고등학교까지 부산서 다니다가

 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했습니다.

 

 시골이 좋고, 아이들 만나는 일이 좋아

 안남에 일하고 싶어 이사왔습니다.

 종종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

면사무소 옆 새빨간 고추 말리는 아주머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추가 참 탐스럽게 익었네요."

 

활짝 웃으며 반기는 얼굴,

어디서 지내는지 궁금해하시는 말씀

고맙습니다.

 

 

도서관에 돌아오는 길,

안남식당이 보입니다.

 

김미희 선생님이 소영이네 식당이라고 얘기해준 곳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도서관에서 일하게된 이주상 이라고 합니다.

 김미희 선생님한테 소영이네 라고 얘기들어서요,

 면사무소 다녀오는 길에 인사 드리러 왔어요."

 

"아~! 선생님. 아유, 반가워요. 고마워라...

 우리 아저씨도 도서관 어른 일반서적 제일 많이 빌려봐요.

 어여 일어나봐요."

 

소영이 어머니는 한 눈에 봐도

소영이와 쏙 빼닮았습니다.

 

소녀같은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어머님께서 소영이 어머님 맞으시죠?"

 

(옆에 계신 아주머니)

"소영이하고 똑같죠? 하하"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십니다.

"선생님, 커피 한 잔 잡수세요."

 

고향 소개를 하고 전입신고하는 길이라 하니

지금은 어디서 묵고 지내는지 물어보십니다.

 

도서관서 당분간 먹고 자면서

앞으로 살만한 집 찾겠다고 하니

안남초등학교 앞 사택은 어떨까 하십니다.

 

"여보, 우리 그 사택 있잖아요.

 그거 좀 알아보면 안 돼요?

 

 선생님, 내 친구가 학교운영위원이거든요.

 그 쪽에 알아보는 게 제일 빠를 거에요."

 

"고맙습니다, 어머니.

 이렇게 마음써주시니 제가 고맙지요."

 

인사하고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일,

사회사업 뿐 아니라 사회사업가의 앞가림에도 큰 힘이 됩니다.

 

깎던 생밤도 건네십니다.

"이거 먹어봐요. 이거 진짜 맛있는건데..."

 

(아주머니)

"자기 신랑도 안 먹으라 그러는 거에요, 호호."

 

"고맙습니다. 어머니. 생밤, 맛있네요.

 도서관에서 소영이 덕에 잘 지냅니다.

 동생들도 소영이가 곧잘 챙겨요."

 

"소영이가 그래요?

 집에선 오빠가 하도 장난쳐서

 바깥에서도 그럼 어쩌나 걱정했는데,

 김미희 선생님도 그렇고 잘 한다니 고맙네요."

 

"지난 번에 소영이가 떡볶이 만들어서 동생들 먹였는 걸요."

 

"하이고, 맛없던 거 아닌가 몰라."

 

"아뇨, 세 그릇씩 비운 아이들도 많았는걸요~"

 

"그래요? 집에선 식당이라 불이 세서

 요리를 잘 못 하게 하거든요.

 그래도 잘 하나보네요."

 

"네, 그럼요. 뒷정리도 참 잘 도와줘서

 제가 소영이 덕을 많이 봅니다."

 

행여 소영이 기가 죽진 않을지 염려하셨다는 어머니.

대견하신지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십니다.

 

아이들 인품, 인성 칭찬하면

부모님은 더없이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공부도 잘 하면 좋지요.

그래도 사회사업가기에 공부보다

우선, 아이의 됨됨이를 세워주고 싶습니다.

 

돕는 일 마다않고

이웃 동생들 보살필 줄 아는 소영이.

 

소영이 어머니가 자식농사 잘 했다는

보람과 자긍심 느끼도록 돕고 싶습니다.

 

 

"찬규가 성격이 좀 따지는 편이에요.

 도서관에서 공은경 선생님한테 

 가방을 제자리에 안 둔다고 꾸중하니까

 도서관 규칙을 몰라서 그랬다고 따지고선

 며칠 도서관을 안 나가더라고요.

 

 그래도 며칠 지나니까 자기가 심심한지 결국 다시 나갔는데,

 애 마음에 공은경 선생님한테

 안 좋게 보였을까봐 지레 겁먹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평소처럼 대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애들이 오늘 누구한테 혼났다고 들으면

 감싸고 편드는게 아니라

 

 어른들이 이유없이 혼내는 게 아니라

 다 나름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텐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요.

 

 그래서 찬규한테 물었죠.

 

 너네가 학교에선 안 그러는데,

 집이나 도서관에선 왜 어지르냐고.

 

 학교 따로 집 따로 도서관 따로가 아니라

 당연히 학교에서 정리하는 것처럼

 도서관에서도 정리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생각해보더니 자기가 잘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소영이 찬규 어머니께 아이 키우는 지혜를 배웁니다.

 

공공질서, 규칙을 지키는 마땅함,

 

장소와 시간을 구분하지 말고

것을 지키는 게 당연하니까 지키는 거지 않니?라고 물어보고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소영이 어머니.

 

제가 크게 배웁니다.

마땅한 바를 아이에게 잘 걸언하는 일.

 

이미 가정에서 그리 하고 계시니

저를 돌아보고 다듬게 됩니다.

 

앞으로 아이들 만나며

조언듣고 싶은 일,

어머니께 여쭙고 지혜를 얻고 싶어집니다.

 

인사드리러 왔다가

크게 배우고 갑니다.

 

"어머니, 덕분에 제가 아이들 만나는 지혜를 배우고 가네요.

 고맙습니다."

 

 

오늘 간식은 아이들이 김치부침개를 해먹습니다.

 

만드는 도중에

무얼 만들어 먹고 싶은지,

평소 고마운 마을 분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분께 선물해드리면 어떨지

아이들과 의논합니다.

 

의선이는 어머니한테 드리고 싶답니다.

 

작은 과자 하나도 선생님 먼저 챙겨주는 의선이,

어머니가 생각났다는 그 마음이 귀합니다.

 

의선이 깊고 단단한 효심이

저를 감동케 합니다.

 

"의선이가 어머니 갖다드리면 정말 좋아하시겠다.

 얼마나 감동받으실까."

 

크린백이 어디있는지 물어

미리 곱게 구워둔 김치전을 담아 묶어둡니다.

 

아이들 손길 담긴 간식에

감사와 인사가 담겨 전해지길 바랍니다.

 

부모자식 관계,

사제 관계,

이웃 관계가 아이들 손길 담은 간식으로

감동하고 깊어지길 바랍니다.

 

 

설거지가 많이 생겨 곤란해하자,

소영이가 설거지를 해줍니다.

고맙습니다.

 

다은이한테 부탁합니다.

 

"다은아, 다은이는 선생님 바닥 닦을테니 식탁 좀 닦아줄래?"

 

행주 빨 동안 닦겠다며

휴지 먼저 떼어 열심히 닦는 다은이.

 

주방일 잘 돕고, 잘 거들어주는 언니 다현이 모습을

다은이도 닮았습니다.

 

아이들 싹싹하고 부지런함에

매일같이 감동받고 감사합니다.

 

요리 할 줄 모르는 도서관 선생님이지만,

마음써서 거들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소영이를 바래다 주기로 했습니다.

소영이는 자전거를 타고

저는 영빈이가 소영이 어머니께 전할 김치전 한 봉지와

소영이가 어머니께 드리고픈 김치전 한 봉지를 제가 듭니다.

 

면소재지 들어가는 길 자색 하늘,

누에고치 실 같이 엉킨 구름 사이

노오란 달빛이 새어 나옵니다.

 

가게 간판 불이 반은 꺼지고 반은 켜진 마을 어귀,

소영이와 걸으면서 얘기 나눕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요.

 잔소리는 하셔도 한 번도 저희를 때린 적이 없어요.

 매를 손에 쥐긴 해도, 그걸로 저희를 때린 적이 없어요."

 

싹싹하고 살가운 소영이.

친구, 동생들이 혼자 설거지하는 내내

돕지 않고 놀고 있어도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는 소영이.

 

그 이유가 부모님이셨구나 싶습니다.

 

"소영이가 선생님한테 살갑게 대하고

 동생들 잘 챙기는 성격이 부모님 덕분이었구나.

 소영이 부모님이 존경스럽다."

 

안남식당 도착해서 인사드립니다.

 

여전히 낮처럼 환한 미소로 반기시는 어머니.

 

"어머니, 소영이가 김치전을 만들었는데 어머니를 드리고 싶대요."

 

"엄마, 내가 잘 못 구워서 맛이 없을 수도 있어."

 

(소영이 어머니가 한 점 똑 떼어 드시면서)

 

"괜찮아, 맛있는데 뭐"

 

인사드리고 나오는 길,

소영이 어머니가 배웅 나오십니다.

 

"소영이가 늦게까지 있어서 죄송해요.

 좀 일찍 오지 그래"

 

"아뇨, 소영이가 도서관 정리 도와줘서

 제가 오늘도 얼마나 편하게 정리한걸요.

 소영이 아니었음 치우는데 한참 걸렸을 겁니다.

 저 도와주느라고 늦었어요."

 

"아유, 그랬어요? 이쁜 내 새끼"

소영이를 껴안는 어머님.

 

아름다운 모녀를 보며

마음이 저밉니다.

 

인정많은 소영이,

인정많은 어머니 덕분입니다.

 

 

돌아오는 밤길,

구름보다 높이 떠오른 달이 고요하게 발길을 비춥니다.

 

발길 비추는 달빛에서

시골 어머니들 모성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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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9.01 11:20

    첫댓글 소영이와 어머니, 행복했겠습니다. 두루 다니며 관계를 살리고 정을 소통시키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세상은 정 붙이고 살 만하겠습니다.

  • 09.09.02 21:32

    주상이가 신나게 다니는 모습이 선합니다. 귀한 주상이의 걸음걸음.... 축복이 늘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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