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부가 처음으로 부서져내리기 시작한 것은 미군 부대에서 근무할 때이다. 그때가 가장 심한 경우로서 일주일정도 전신에서 눈이 내리듯 했으나 그것이 고엽제가 신경을 파괴해서 그렇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하였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르고 미군부대 캠프캐롤에 고엽제를 묻고 자신들도 중독이 되어 인생을 망치고 미군과 미국에게 동시에 버림받은 미군 병사 둘이 한국에 돌아와 폭로하면서 피부가 부서져내리는 일이 고엽제 후유증의 전형적인 증상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신체가 고엽제의 독성 상태에 적응하면서 피부가 부서지는 일은 사라져서 고엽제 후유증이 최악의 상태로 치달아 일상이 불가능해지던 스물 아홉의 첫번째 발병 시기에도 피부 부서져 내림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다 오십초반에 두번째로 일상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서 피부 부서져 내림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주로 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겨울에 특히 심하여 바지를 걷으면 눈처럼 가루가 떨어져 방바닥에 층을 만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순한 자연식과 더불어 그 증세는 점점 약화되다 작년에 서울로 이사와 다시 한 번 생존의 기로에 서서 무양념 극저염 순한 자연식으로 바꾸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무릎의 아픔도 잡고 피부에서 가루가 날리지 않는 첫번째 겨울을 맞이 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봄에는 정말로 기이한 일을 하나 더 경험하게 된다. 지난 겨울이 시작되면서 왼쪽 어깨의 신경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날씨가 풀리는 최근에 와서야 통증이 완화되었다. 그래서 겨울 동안 하지 못했던 헬스를 한 번 해보게 되었는데 하는 도중 어깨가 많이 아프고 잠을 잘 때엔 귀까지 아픔이 찾아왔다. 어깨가 아픈데 괜히 헬스를 했다며 기가 죽어 있다가 낮잠을 한 잠 자고 나니 몸에 힘이 뻗치고 어깨까지 다 나은 것처럼 멀쩡하였다. 그래서 만세를 부르며 한 번 더 헬스를 했더니 어깨 아픈게 훨씬 덜하고 힘이 훨씬 더 좋아져서 이번에는 운동 덕을 보는가 보다며 좋아했다. 잘 때 다시 한 번 귀가 아픈 증세는 불안을 야기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치질이 다시 터지고 심지어는 생전 처음 겪는 극히 사소한 이유(잠복 결핵 검사를 위한 채혈 아니면 점심때 먹은 물에 행군 깍두기 한 조각인데 어느 경우든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다. 신체가 허약해지면 일상이 공포로 변한다.)로 배탈까지 나면서 그 댓가를 치른다. 더더욱 놀라운 일은 왼쪽 팔의 피부가 아토피 환자처럼 변하며 가루가 펄펄 날렸다는 점인데 이는 이번 헬스할 때 아픈 신경이 군시절 고엽제만큼의 타격을 받았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번 경험을 통해 꼭 고엽제같은 화학 약품이 아니더라도 신경을 지나치게 고통스럽게 하면 피부가 부서져 내린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게 된다.
노화라고 알려진 거의 대부분의 증세는 신체가 뭔가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뭔가를 찾아 제거하면 아주 빠르게 노화 증세들이 사라져간다. 건강 관리를 잘하면 늙어서도 젊었을 때의 건강을 누리며 살 수 있다. 체력은 안되겠지만 건강은 당연히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그 무엇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찾더라도 그 무엇을 하지 않기는 더더욱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