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가정
이영은
함께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 사이좋게 서로의 음식을 나누며 어린잎을 쪼개고 잘라 뒤섞으며
온 마음을 기울여 키운 이파리는 제멋대로의 형태로 자라났다
천장까지 솟을 때는 왜 옆으로 크지 않는 거냐고 무수한 곁이 보이지 않느냐고
그러다 곁으로
뻗어 나가면 위를 보라고 새보다 먼저 닿으라고 집안의 어른들은 자주 화를 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둥글게 흔들리는
초록이 입 없이 키득키득 웃는 것만 같고
점차 부피를 넓히며 울창해지던
커다란 잎 아래 커다란 그림자가 있어
화분은 늘 그늘이었다
어느새 거실부터 복도까지 침범해 버린 식물이
방 안에 흙 묻은 발을 끌고 걸어 들어올까
무섭기도 했지만
방문을 닫는 것은 이 집의 규칙이 아니다
낳고 기른 마음이 나를 해치는
이 비좁은 안전지대 같은 곳에서
흰 타원형 식탁이 오래 빚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원 바깥에 앉은 우리는 모두 가족이니까 이유를 알 수 없어도 전부 따를 뿐이었고
각자의 몫 없이 각자의 역할 없이 각자의 바람 없이
그런 구분 없이
살아가라는 식전 기도가 끝나 가고 있을 때
의자 뒤편에서 뻗어 나와
잘 세탁된 식탁보를 잡아끄는 손
창밖에는 전통적 생활양식을 곁들인 해가 떴다
—계간 《시와편견》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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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 / 1998년 인천 출생.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22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