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폭탄에 원유 무기화 검토
하루 400만 배럴 흔들면 美 경제 직격탄
캐나다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맞서 전례 없는 '석유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 수출은 캐나다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경제적 지렛대지만, 연방정부와 앨버타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캐나다는 현재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량을 넘어 미국 정유산업 구조와 직결된 문제다.
미국 중서부와 로키산맥 주변 정유시설 대부분이 캐나다산 중질유 처리에 특화돼 있어 수출 제한 조치가 실행될 경우 즉각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의존도는 1980-90년대 미국 정유산업의 전략적 선택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 정유업계는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처리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1999년 차베스 정권 등장 이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급감하자, 캐나다산 원유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
대체 공급원으로 거론되는 러시아나 이라크산 원유도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 미국 내륙 정유시설들은 캐나다 원유 공급을 위해 구축한 송유관에 의존하고 있어, 해상 운송이 필요한 다른 국가들의 원유를 받아들이기에는 인프라 제약이 크다.
콜롬비아의 카스티야유나 멕시코의 마야유도 기술적으로는 대체 가능하지만, 생산량 제약과 자국 내 정제 계획으로 실질적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정유사들이 자국산 셰일오일 처리를 위해 시설을 개조하는 방안도 있지만, 수억 달러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필요해 단기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더구나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규모 시설 투자는 위험성이 크다.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30년간의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센트 오를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평균 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대선에서도 경합주 유권자의 30%가 휘발유 가격을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다.
캐나다의 원유 수출 제한이 실행될 경우 정유사 원가는 20% 상승하고 주유소 판매가격은 10%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비용을 미국 정유사, 소비자, 캐나다 생산자가 어떻게 분담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 북부 주들이 의존하는 전력 수출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는 이 문제가 캐나다 전체의 국익과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앨버타주의 대니엘 스미스 주총리가 연방정부의 석유 수출 제한 검토에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실제 시행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를 압박 카드로 활용하되, 실제 시행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