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들중에서 알아주는 음치에다가 박치이다. 노래방가서 노래를 불러도,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그걸 못 느낀다. 난 내가 노래를 음정, 박자에 맞추어서 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춤을 추게 될 때면, 몸은 진짜 박자감각이 없구나 느낀다. 이상하게 음악이랑 괴리된 움직임을 보이다가 리듬이 끝나고 시작되는 부분에서 몸도 같이 맞추어서 움직이어야 하는 데 그것이 안 되니까 힘만들고 지루해진다. 국악이라는 것도 해봤다고 해봐야 장구 몇 번 쳐본게 고작이다. 하지만 난 풍물을 처음 해보고 정말 몸에 흥이 절로 나는 것이어서 계속하고 싶어서 지금도 대학교 과 풍물패에서 장구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좀더 국악에 대해서 배워보자는 생각에 ‘국악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난 국악하면 풍물, 판소리, 창 밖에 없는 줄 알았다. 내가 이제까지 본 국악이라는 것은 저것 세가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니까 국악도 서양음악처럼 여러 악기가 대규모로 웅장하게 합주도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틀리다는 것을 느꼈다.
정읍이라는 고려가요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다. 수능을 공부하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정읍을 안 읽어본 학생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터로 떠난 여인네의 마음을 달에게 기원하면서 노래했다고 배운 기억도 난다. 정읍이 시처럼 책에서 나오는 글의 한종류인줄 알았는데, 정읍이 노래로 그것도 이렇게 합주형태로 듣게 되니까 고려가요인줄 알겠다. 내가 책에서 배운게 글이아니라 연주되어지고, 불러졌었던 노래였다. 책을 통해서 보니까 정읍의 구성은 향피리 2, 대금 1, 해금 1, 장구 1, 북1로 구성된 삼현육각의 구성이라고 한다. 난 저 6개의 악기중에 악기소리를 제대로 들어 본 것은 장구, 북밖에 없다. 처음 들을 때는 향피리와 대금의 음 구분조차 되지않았다. 지금도 솔직히 정확히 되지는 않는 것 같은 데 조금 높은 음을 내고, 청량한 맛을 내는 것이 피리같고, 약간 굵직하고, 장엄한 소리를 내는 것이 해금이라고 생각하고 ‘수제천’을 들었다.
수제천을 벅스뮤직에 가서 검색하니, 2004년 KBS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한 무려 16분이 넘는 곡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틀자 갑자기 ‘탁’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탁’소리가 어떤 악기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꼭 절에서 스님들이 공부하다가 졸면 등어리에 한대 탁하고 쳐서 잠을 쫒는 그것과 비슷한 소리였다. 지금부터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것이라는 신호인 것 같았고, 실제로 음악이 꼭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을 들게 하였다. 처음에 약간은 느린 속도로 음악이 애잖하게 시작되었다. 여인네의 서글픔이 느껴지듯이 징징되는 소리처럼 들렸다. 정읍이 남편의 무사귀환을 달에게 비는 모습을 노래한 것이니까, 정읍의 음악도 어떤 기원을 담아서 그 기원이 하늘에 닿게 하려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내마음대로 상상하며 들어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으로 들으니까, 수제천에 나오는 음악의 스토리 구성이 내생각과 너무 어울렸다. 초반부에 잔잔하고 애절하게 시작되는 음악은 풀었다 조였다를 계속하면서 애절한 느낌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속도와 음량, 음높이가 높아지면서 중반부에는 향피리의 큰 성량을 유감없이 밝히하는 연주가 들렸다. 꼭 내가 구름 사다리를 밟고 걸어오라가는 모습을 초반부에 담았고, -구름사다리를 밟고 올라간다고 생각한 이유는 중반부로 점점 가락이 높여지고, 속도도 그렇게 빠르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빨라져서 내 자신도 점점 올라가는 느낌도 들었고, 정읍의 원래 이야기랑 맞추어 보면 내가 달에 대한 기원은 하늘에 대한 기원이고, 우리는 나의 기원이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예부터 재단을 쌓고, 솟대를 세우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로 향피리의 음량 큰 연주속에서는 내가 하늘위로 완전히 올라가서 구름을 밟고 뛰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종반으로 가면서 음악은 다시 차분해지고 나또한 차분한 마음에 눈이 저절로 감기고, 완전히 음악에 동화가 되어서 까닥하면 잠이 들뻔하였다. 구름속에서 나는 구름의 포금함에 잠의 세계로 빠져들뻔하였는데, 음악이 끝나면서 ‘탁탁탁’ 세 번의 소리는 인간인 나를 다시 현실세계로 돌려 놓으려는 소리처럼 들렸다.
수업시간에 다른 국악도 마찬가지이지만 수제천이란 곡은 격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 격정이란 것이 화가나거나 원초적인 본능, 소위 성욕,에 사로잡힌 격정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오히려 풀어주는 격정이다. 왠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우리 국악이 듣고 나면 사우나를 하고 나왔을 때의 시원함처럼 듣는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는 기능이 있는 것같다. 수제천도 또한 사람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응어리를 풀어주고, 우리의 호흡과 같이 맞추어서 들을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격정적인 면도 조화된 음악이었다.
○ 피리
전통음악 연주에 사용되는 피리는 세 가지가 있다. 즉 향(鄕)피리·세(細)피리·당(唐)피리 가 그것인데, 세 가지 모두 관(管)에다 혀(속칭 서, 舌, reed)를 꽂아 세로로 부는 악기이다. 대체적인 모양과 구조는 같다. 호드기가 발달된 악기이며, 관대와 서(reed)로 구성되는 점에서 태평소도 같은 계통의 악기이다.
■ 향피리(鄕觱篥), 대피리
향피리 관의 길이는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이 쓰이는 것이 약간 차이가 난다. 서를 포함한 피리의 길이는 궁중음악용은 약 26.4㎝, 민요에 사용되는 것은 25.4㎝, 시나위에 쓰는 것은 25㎝ 가량이다. 지공(指孔)은 여덟이며, 음역은 두 옥타브 정도이나, 고음은 배음을 활용한다. 향토적인 느낌의 음색을 지니며, 음량이 커서 합주곡 연주에서는 전체적인 음악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 세피리(細觱篥)
향피리와 거의 같으나 관이 가늘기 때문에 ‘가는 피리’ 즉 세피리라 한다. 관이 가늘어 작은 음량을 내므로 가곡(歌曲) 반주나 줄풍류(실내악)에 주로 사용 된다. 옛 문헌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20세기 이후에 개량된 것으로 보인다.
■ 당피리(唐觱篥)
향피리와 모양은 비슷하나, 관이 더 굵고 음역이 다르다. 《고려사》 악지(樂志)에 의하면 지공(指孔)이 9개이고, 《세종실록》의 그림에도 9개인데, 그 중 2개는 뒷면에 있다. 그러나 《악학궤범》 이후 8개로 고쳐 오늘에 이른다. 음역은 황종(黃)에서 청남려(湳)까지 약 1옥타브 반 이상이다. 당피리는 당악인 <보허자 步虛子>·<낙양춘 洛陽春>, 당악계 악곡인 <보태평 保太平>·<정대업 定大業>·<여민락만 與民樂慢>·<본령 本令>·<해령 解令> 등의 연주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