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1 대림 제1주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25-28.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5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
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참 고마운 사진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해마다 원통 재가복지 공동체의 봄과 가을 효도잔치 때 멀리 서울에서 와서 우리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찍어 액자에다 넣어주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그가 찍은 모든 영정사진들 속의 어르신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연스럽게 환하게 웃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마치 남아있는 식구들에게 "참 행복하게 잘 살았다. 고맙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가 찍어준 행복에 겨워 활짝 웃는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액자에 잘 끼워진 이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의 삶의 기쁨과 희망을 잘 표현하고 있어 좋습니다.
이 기쁨과 희망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의 중심 메시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ιχθύς 희랍어 '물고기')의 강생과 재림을 기념하는 대림시기의 기쁨과 희망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하느님 나라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종말의 시기를 선포하시고, 구원의 역사가 완성되는 종말의 때, 그리스도의 재림을 예고합니다.
대림시기의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제2차바티칸공의회문헌 사목헌장)은 이세상에 부르심을 받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참모습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대림시기의 이 기쁨과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4박5일 동안 사도들의 가르침을받고, 친교를 이루며, 감사와 찬미의 성찬례를 거행하며, 기도하며 봉사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관구 수련소와 피정센터의 순수하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초대교회 공동체처럼 형제들과 함께 산 시간이 아름답습니다.
"공감(Compassion)과 연대(Solidarity)와 나눔(Mission)으로!"
좋은 이웃 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바오로 사도처럼, 글라렛 사부처럼 '그리스도 안에 뿌리내리고 담대하게' 땅끝까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기를 다짐합니다.
기도하고 봉사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합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기쁨과 희망으로 깨어 기도하기를 다짐합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속의 자연스럽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삶의 이 기쁨과 희망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식구들에게 말합니다. "참 행복하게 잘 살았다. 고맙다." 마치 천상병 시인이,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