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詩 읽기] 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별이 내린 밤을 보내며
픽사베이
별 하나씩 강물을 이고 걸어가는 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이 내린 보리밭길에서
눈덮힌 보리 씨앗이 되어 보라
흙속에 묻혀 있다고 죽은 줄 아느냐
그들의 맥박은 나보다 푸르고
그들의 심장은 나보다 뜨겁다
별 하나씩 어둠을 열고 빛나는 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이 내린 숲속에서
나무 가지의 푸른 눈동자가 되어
시리도록 차가운 그 빛이 되어 보라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의 가슴이 되어 보라
차디찬 바람 끝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깨닫노라
스스로 비울 수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스스로 추운 자가 될 때,
나는 가장 따뜻하다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될 때,
나는 가장 부유하다
끝이라고 포기 할 때,
그때가 곧 시작이다
새벽 종소리를 듣는 자보다
울리는 자가 되라
이채(1961), 시인
당신에게 편지를 쓰며 새해의 다짐을 적어내린다. 스스로를 비움으로써 비로소 가장 행복하고 따뜻한 자가 될 수 있다. 다짐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채는 시집 '그리워서 못살겠어요 나는',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중년의 그 사랑에는 상처를 피한 흔적이 있다' 등을 냈으며 2010년 노천명문학상 대상과 2008년 한국예총회장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