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보다 한국에 이득... 현대차 휙 뒤집는 "150cm의 거인"(2) / 6/11(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이 로봇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동차 산업이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산업군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로봇은 지난해 10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세계 산업용 로봇 3대 중 1대가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설치 대수를 뜻하는 '로봇밀도'는 2022년 기준 한국이 1012대를 기록해 세계 1위가 됐다.
◇ 산업용 로봇 밀도 1위는 한국…2025년까지 인건비 33% 절감
부품이 적은 전기차 생산이 늘면서 로봇을 통한 공장 자동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제로봇연맹 마리나 빌 회장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로봇이 맡고 있다. 장시간에 걸쳐 완성된 제조 방식과 기술을 탈피하는 데 로봇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은 "그동안 기본 조립라인을 중심으로 로봇을 운용했던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에는 최종 조립과 마감 공정에도 로봇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립하는 자동차가 먼 미래라면 웨어러블 로봇은 가까운 미래다. 지난해 개설된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는 근로자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일한다. 몸에 장착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자동차 조립 과정에서 노동자의 체력 부담을 덜어준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셀 기반 생산 시스템으로 웨어러블 로봇으로 생산성을 높인다.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특정 모델을 대량 생산하지만 셀 시스템에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하반기 울산 3공장에서 베스트형 웨어러블 로봇을 확대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차 산하연구조직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X-ble 숄더다. X-ble 숄더는 600~700g으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로봇은 언제쯤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로봇 시장의 성장에 달렸다고 말한다.
박종오 전남대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는 "로봇시장은 195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산업용 로봇이 여전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시장이 크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려면 스스로 지능을 갖춘 유연성이 필요하다. 로봇과 함께 AI 기술도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수준의 작업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박 교수의 설명처럼 자동차 조립라인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담당하는 작업은 아직 산업용 로봇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기업의 투자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명예교수는 "공장에 있던 로봇이 점점 생활밀착형 혹은 사회형 로봇으로 막 전환할 시기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물류 로봇이 대표적이다. 로봇 시장은 가장 절박하고 필요한 곳에서 먼저 열릴 것이다. 로봇청소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게 그렇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가장 절박한 분야에서 관련 시장이 가장 먼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