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수의 산 이야기] 살아서 세 번 오르면 ‘極樂往生’ 전설…속리산 ‘문장대’ 화강암의 奇峰과 울창한 山林의 조화 [진경수의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여행] - 경북 상주시 편 ▲ 속리산국립공원 문장대.ⓒ진경수 山 애호가 문장대(文藏臺, 해발 1054m)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 위치한 산으로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은 화강암의 기봉(奇峰)과 산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산림의 아름다운 조화가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명산이다.
이번 산행은 ‘화북오송주차장~등산로입구~쉴바위 쉼터~문장대-신선대 갈림길~문장대~신선대~오송폭포~성불사~화북오송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코스다.
화북오송주차장(해발 389m)을 출발하여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이동해 오송교와 반야교를 건너 속리산성지성불사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오송폭포(0.1㎞)와 문장대(3.1㎞) 갈림길의 이정표를 만난다.
오송폭포는 하행하면서 다녀오기로 하고, 문장대 방향으로 몇 걸음 옮겨 주차장 기점 0.3㎞ 지점인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 쉴바위 쉼터.ⓒ진경수 山 애호가 이제부터 속세를 떠나 신선이 사는 곳으로 들어서는 다리는 건넌다. 이후 완만한 경사의 돌계단이 반듯하게 조성된 모습이 속세의 흐트러진 마음을 되잡게 한다.
계곡을 건너 돌계단, 이어서 청록의 숲이 울창한 흙길을 걷는가 싶더니 이내 돌계단이 이어진다. 길가로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삶을 정리하는 듯 울부짖는 매미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화북주차장 기점 0.9㎞ 지점까지 오르면 너른 공간 한가운데 쉼터 바위가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잔뜩 열기가 오른 몸을 식히고 2.4㎞ 남은 문장대로 부지런히 이동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돌계단의 정연함이 서서히 느슨하게 놓인 자연석 계단을 모습을 바꾼다. 화북주차장 기점 1.5㎞를 지나면서 산이 허리를 세우자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무심하게 오른다. 계단 양옆으로 무성한 조릿대도 무심하게 눈을 맞춘다. ▲ 쉴바위 쉼터를 지나 오르는 바윗길.ⓒ진경수 山 애호가 이어서 가파른 계단과 자연석 계단을 오르자 맑고 신선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하지만, 심장은 요동치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며 온몸은 흐르는 땀으로 흠뻑 적는다. 계속되는 가파른 계단을 힘차게 올라서 해발 708m의 쉴바위 쉼터에 도착한다.
쉼터에서 잠시 거친 숨을 고르고 열난 몸을 찬물 다독거린다. 조망 바위에 올라 멀리 펼쳐지는 파도처럼 너울대는 산등성이 아름다운 전경을 연출한다. 힘든 산행 뒤에 주어지는 이런 즐거움에 산을 오른다. 이곳은 화북주차장 기점 1.7㎞ 지점으로 문장대 코스의 중간쯤에 해당된다.
쉴바위 쉼터를 지나면서 매우 가파른 바윗길과 계단이 이어져 오르는 내내 종아리가 뻐근함을 느낀다. 쉴바위 위 200m 지점인 해발 792m 표시판에 ‘최대심박수 162bpm, 2분 쉬면 123bpm’이라고 적혀 있어 잠시 쉬어 간다. ▲ 속리산 계류를 건너는 데크로드.ⓒ진경수 山 애호가 화북주차장 기점 2.1㎞ 지점을 이르러 집채만 한 바위들 사이를 비집고 조잘대며 흐르는 계류를 건넌다. 계속된 계단을 오르면서 만나는 아름다운 변화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해발 806m 지점을 지나면서 조릿대가 무성한 돌계단을 계속해서 오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자니 마치 욕심이 끝이 없는 듯하다. 그 욕심을 덜어내고 헐떡이는 심장이 안정을 찾도록 몸에 잠시 휴식을 준다.
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매우 가파른 계단 구간을 묵묵히 쉬엄쉬엄 오른다. 이렇게 20m 정도 올라 해발 888m까지 오르면 계곡을 건너 완만한 경사의 탐방로를 걷는다. 산은 여러모로 굴곡진 삼과 닮았다.
문장대까지 0.6㎞를 남겨두지만, 계곡은 산행 내내 동행한다. 이런 산이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신선이 노닐 던 곳인가 싶다. 계곡으로 가서 청류에 손을 담그려다 소금쟁이에게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워 멈칫한다. ▲ 마당 바위에서 바라본 문장대.ⓒ진경수 山 애호가 잠시 철계단을 오르지만 이내 조릿대가 무성한 돌계단을 오르고 나서 평평한 돌이 깔린 탐방로를 걷는다. 드디어 화북주차장에서 3.1㎞ 떨어진 문장대 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0.2㎞를 이동하면 문장대에 오를 수 있다.
우선, 문장대 공원 좌측으로 해발 1006m인 마당 바위에 올라 문장대를 올려다보니 산 정상에 바위로 석대(石臺)를 쌓아 놓은 듯한 형상이다. 법주사를 내려다보니 산등성이 뒤로 살짝 가려있고, 저 멀리 눈높이로 펼쳐지는 신선대와 천왕봉을 조망하니 그야말로 절경이다.
눈으로 문장대 감상을 끝내고 직접 체험에 나선다. 마당 바위에서 공원으로 내려와 돌계단을 통해 해발 1054m의 문장대를 오른다. 문장대는 구름 속에 감춰져 있다 하여 운장대(雲藏臺)라 불리었으나, 세조가 이곳에서 시를 읊었다고 해 문장대(文藏臺)로 바뀌었다고 한다. ▲ 문수봉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한글과 한문으로 새겨진 두 개의 문장대 고스락 돌을 만난다. 2단의 철계단을 거쳐 문장대에 오르니 바위에 움푹 파인 웅덩이에는 물이 고여있다. 마치 신선이 마시던 신선주가 남아 있는 듯하다.
동쪽으로 자유분방하게 놓인 바위들 뒤로 칠형제봉이 일렬로 줄을 잇는다. 그 뒤로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왕봉이 이룬 산등성 위로 아우라가 펼쳐져 신선의 땅임을 알리는 듯하다.
서쪽으로 관음봉과 묘봉 및 상학봉이 솟았으며, 그 옆으로 비켜서 낙영산과 도명산이 자리한다. 남쪽 아늑한 곳에 법주사가 앉아 법맥(法脈)을 잇고 있다.
문장대에서 공원으로 내려와 천왕봉과 신선대 방향으로 길을 떠난다. 등산로 초입부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 문장대에서 바라본 관음봉, 묘봉 및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이후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이동하니 피로가 더 빨리 누적된다. 대부분 숲이 이룬 그늘로 이동하지만 가끔 강렬한 햇빛을 고스란히 받는 구간도 종종 있다.
신선대로 가는 도중에 바위를 쪼아 계단을 만들고 난간도 설치된 탐방로를 지나는데, 옆으로 커다란 기암이 솟아 있다. 이곳이 아마도 청법대(聽法臺)가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신선대를 바라보니 지척이다. 청법대에서 한 고승이 불경 외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건너편 산봉우리 바위에서 신선들이 앉아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보았는데, 아무도 없어 다시 돌아와서 그곳을 보니 여전히 신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 후로 그 봉우리는 신선대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 청법대 아래서 바라본 신선대와 천왕봉 산등성.ⓒ진경수 山 애호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스럽게 갈비뼈에 실금이 간 것처럼 한가운데가 가늘게 갈라진 바위를 지난다. 사람 사이에도 신뢰가 깨지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조릿대 숲을 지나 계단을 오르자 신선대휴게소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 상쾌한 자연 바람에는 그다지 반가운 친구는 아니다. 휴게소 앞 바위 밑에는 신선대 고스락 돌(해발 1026m)이 세워져 있다.
휴게소 앞에 있는 조망 바위에 올라 칠형제 바위, 청법대, 문수봉, 문장대를 차례로 조망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청법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고 단지 칠형제봉 끝자락에 있는 어느 암봉 이러니 추측할 뿐이다. ▲ 신선대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칠형제 바위 .ⓒ진경수 山 애호가 신선대에서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간다. 조릿대가 무성한 돌계단을 내려와 돌계단과 철계단, 암릉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청법대 아래에 이르러 신선대, 비로봉, 천왕봉 산등성에 눈을 주고 마음을 준다.
문장대 사거리를 향해 오르락내리락 이동하다가 어떤 동물이라 특정할 수 없지만, 아마도 상상 속의 동물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동물 머리를 닮은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동하면서 많은 복덕과 반야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에서 유래된 문수봉(文殊峰)을 찾으려 탐방로 부근을 두리번거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안내 표지판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쉽기 짝이 없다.
문장대 사거리에서 화북주차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자연 속을 신선처럼 거닐며 속세에 두고 온 일들을 잠시 미뤄둔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며 속세로부터 일탈을 즐긴다. ▲ 등산로 입구에서 100m 떨어진 오송폭포.ⓒ진경수 山 애호가 쉴바위 쉼터를 지나 점점 크게 들리는 청량한 속리산 청류에 이끌러 손을 담근다. 천천히 하행하였는데 어느덧 등산로 출입문을 빠져나온다.
성불사를 방문하기 전에 100m 떨어진 오송폭포(五松瀑布)를 찾는다. 높이 15m의 5단으로 층을 이룬다. 예전에 소나무 5그루가 있어 오송폭포라 불렀고, 폭포 주변에 오송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송폭포에서 내려와 속리산정지 성불사를 향해 급경사의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른다. 반야해탈교를 건너 사찰경내를 두루 살펴보는데 콘텐츠가 풍부하여 많은 시간을 보낸다.
황금빛 대왕불전을 끝으로 속리산관음성지를 내려와 화북주차장에 도착하니 선인에서 속인이 된 듯하다. 비록 오탁의 세상에 살지언정 속리산 선인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며 10.25㎞ 산행을 마무리한다.
출처 뉴데일리 진경수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