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딸의 죽음과 다시 만남
어린 자식의 죽음은
부모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다.
말 못하는 아기보다는 한창 재롱을
부리며 재잘대는 귀여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더 크다고 한다.
함께한 세월이 길수록 정은 더 깊어지고
이별과 상실의 슬픔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죄 없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고통과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하늘도 참 무심하다" 라는
의문과 원망을 품기 쉽다.
30대 초반의 민정숙 씨는
나를 처음 찾아오기 한 달여 전에
다섯 살 된 외동딸 주희를 잃었다.
어느 날 오후 유치원에 다녀와
피곤하다며 방에 들어가
곤히 낮잠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이
살아 있는 주희를 본 마지막이 있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와
아이가 너무 오래 자는 것 같아
깨우러 들어간 그녀는 잠든 듯
죽어 있는 딸을 발견했다.
그날 이후 그녀의 삶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인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갑작스런
돌연사로밖에 볼 수없었지만,
그녀는 엄마로서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주희가 죽었다는 생각에 빠져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편과 친척들의 위로도 소용없이
슬픔에 잠겨 지낸
한 달 동안의 괴로움은
그녀의 얼굴과
몸 전체에서 풍겨 나오고 있었다.
임신 4개월의 몸으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몸과 마음이 축나는 것을
보다 못한 친지의 소개로 찾아온
그녀는 지치고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이 괴로움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왜 이런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왜 그 아이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죽어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주희와 제 인연을 알고 싶고
우리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이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요.
최면 전생퇴행 요법으로
그런 것들을 알 수 있다고 해서
희망을 가지고 찾아왔어요"
"지금 같은 상황은
누구나 견디기 힘들 겁니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최면은 우리 내면에 있는 깊은 지혜와
통찰력을 일깨워 의식적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깨닫고 이해하게 함으로써
견디기 힘든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게 해줍니다.
필요하다면 전생퇴행 요법을
쓸 수도 있겠지만
어떤 방법이 가장 도움이 될지는
앞으로 봐가면서 결정해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그녀의 상태가 빨리 호전되지 않으면
뱃속의 태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최대한 빠른 날짜에
최면 치료 약속을 잡아주었다.
며칠 후 약속 시간에 다시 온
그녀는 처음보다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나는 최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김: (환자의 긴장을 충분히 풀게 한 후)
주희가 죽은 것을
발견했을 때로 가 보세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해봅니다.
민: 울기 시작하며
제가 주희를 안고 있어요.
흔들어도 반응이 없고 ...
저는 어쩔 줄 모르고 있어요.
아이는 이미 죽었어요..
김: 긴장을 풀고 그 상태에서
주위를 잘 들려보세요..
주희가 어디가 있을겁니다.
찾아보세요.
민: (놀란 듯) 네... 정말 그래요...
제 옆에 서서 저를 보고 있어요..
이럴 수가....
저는 죽은 주희를 안고 있는데...
제 옆에 있는 것은
주희의 영혼인가 봐요....
김: 주희가 뭐라고
하는지 잘 들어보세요.
민: (흥분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저보고 슬퍼하지 말래요.
죽을 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해요.
꼭 이렇게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고요
어떻게 죽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대요
김: 계속 들어보세요. .
민: .....그것은.... 자기 영혼이
가야 할 길이었고....
엄마와 아빠와의 인연도
자기가 죽어야 할 이유 중 하나였대요...
자기의 죽음을 겪음으로써
우리 부부가 풀어 나갈 수 있는
문제가 있대요....
그럴 이유가 있었으니
슬퍼하지 말고 받아들이래요.
자기는 엄마 곁에
꼭 돌아갈 거라고 해요....
아.....뱃속에 있는
아기가 되어 돌아올건가 봐요.
(기쁜 듯 밝은 목소리로)
네....그래요... 주희가 제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들어올 것 같아요...
(흥분하여) 동생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
엄마 아빠 곁으로 돌아가겠대요.....''
김: 죽은 주희가 어디로 가는지 보세요....
민:( 만족스러운 듯 안정된 목소리로)
제 옆에 서서 죽은 자기를
안고 있는 저를 지켜보고 있다가...
밝은 빛을 따라갔어요...
그 참 어른스럽고.. 평화로워 보여요...
가면서 제게 꼭 들아온다고 했어요.....
죽은 어린 딸이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통해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럴 리 없다' 고
환자와 입씨름을 벌이는 것 또한
이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일이다.
죽은 어린 딸의 영혼이
정말 그런 의사를 전한 것인지
'그랬으면' 하는 환자의 소망이
그런 착각과 환상을 불러일으킨 것인지는
아무도 분명히 말할 수 없다.
환자가 겪었다는 주관적 현실에 대해
치료자는 함부로 판단하거나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 현상과 경험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게 의논하며
환자 스스로 가장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 치료자의 역할이다.
최면에서 깨어난 그녀는
곧 나를 바라보며
아직도 놀라움과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정말 놀라웠어요.
주희가 죽었을 때 그 아이 영혼은
제 옆에서 저를 위로하려고 했어요.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태도로
저를 안타까운 듯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날 왜 저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의 저는 오늘처럼 그 아이 영혼을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선생님이 '주희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라' 고 하셨을 때
저는 순간적으로
그런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의심을 품고 반신반의하며
마음을 집중했는데.....
정말 주희가 제게 말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또렷이 그 아이의
말과 생각들이 전달되기 시작했어요....
저도 마음속으로 그 아이에게
/'엄마는 정말 너를 사랑한다.
너를 죽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 는
말을 했어요.
그 말 에 주희는 밝게 웃으며
엄마 탓이 아니라고 했어요∙..
너무 신기한 일이에요
이제까지의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안에 있는 아이가 주희라는
확신이 아주 강하게 들어요.
주희가 죽은 후 저는 혼자서
'이 아이를 통해 주희가
다시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죠.
그런 생각을 해서였는지 몰라도 정말
그럴 거라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어요.....''
''최면 상태에서의 느낌과 경험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만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죽은 이의 영혼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그 같은 존재와의 만남과
교류를 많이 경험합니다.
아직 과학과 정신의학은
이 방면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나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사람의 영혼에 관한 문제들은
앞으로 풀어야 할 큰 과제 중의 하나죠.
몇 달 후에 태어날 아기가 되어
주희가 부모 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환생과 윤회의 개념에 익숙한
문화권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현대부분의 현대인에게는
미신이나 동화 같은 애기겠죠.
현대 과학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어머니로서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믿는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죠.
오늘의 작업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그간의 슬픔과 상실감,
억울함 등의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감정과 고통을 없애고
새로운 깨달음과 희망을
얻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정리해주였고
너무나 안정되고 밝은 모습으로
갑자기 변해버린 그녀에게
"일단 그냥 지내면서
계속 힘들면 다시 만나자'' 고 했다
몇 달 후 그녀는 병원으로 전화하여
아기를 무사히 낳았고
그 아기를 다시 태어난 주희라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단 한 번뿐이었지만 그 최면 치료는
정말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며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가족은 별 문제없이 잘지내고 있다.
카페 게시글
맑은 자유게시판
어린딸의 죽음과 다시 만남 ----김영우
고구마감자
추천 0
조회 94
25.05.18 09:56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