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 들어섰습니다.
담양=대나무의 등식 속에 이 동네는 무엇을 담아야하는지....
담양 어귀에 대나무 수풀에 온갖 포옴을 다 지으며 필름을 낭비해보아도 뭔가 석연치 않는 느낌.... 아는 만큼 보게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뼈저린 오늘 같은 날, 자운영님은...... 천사입니다.
십여일 동안 깍지않은 수염과 십여일만에 시컴다못해 불디붉은 토인이 되어버린 몰골과, 십여일 동안 온갖 풍파 다 묻은 옷꼴로 해서, 사람을 만나는 건 죽는 것 보다 싫었지만... 아니,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머쓱이며 돌린 전화번호에, 왜 지금에 와서 전화하냐는 욕아닌 욕을 기분좋게 얻어먹으며, 죽물 박물관 앞에서 우두커니, 담양 관광 지도 쳐다보면서 십여분을 기다려봅니다.
역시... 날렵한 애마의 브레이크 소리가 상쾌한 그 처음 만남.
면앙정, 소쇄원, 식영정.... 한국의 팔도유람지리지에나 나올 듯한 판에 박힌 배경지식으로서의 담양 산천 구경을 기대했던 저에게, 교과서 밖의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그 멋진 애마에 시승시켜 보여주신 자운영님.... 천사입니다.
용면에서 담양골까지 이어진 울창한 가로수 길, '전설의 고향'과 '봄날은 간다'가 공존했다고 일컬어지는 담양 대나무 테마마을..... 그걸로 내 눈은 충분히 배불렀고 호강에 겨웠습니다. 만약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고놈의 시에프 삼탄이 한국의 브라운관을 다시 점령하는 일이 또 있게 된다면, 난 그 감독한테 담양 가로수 길을 악착같이 추천하겄습니다.
자운영, 봄날 남도의 논밭을 뒤덮는 보랏색의 조그마한 들풀, 남도에선 그걸 갈아엎어 한해의 퇴비로 쓴다고 한다는데....
사람은 아이디를 닮아가나 봅니다. 아니 아이디는 사람을 닮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