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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ONE
조인성... 이유있는 목표
신인 권상우가 어떤 배역이 와도 감사히, 열심히 했던 시절이다.
조인성도 그랬다. 처음 만났던 게 MBC 시트콤 '뉴논스톱'출연자 대기실이었다.
담당PD가 "정우성 뺨치는 신인이 있다"며 대기실로 이끌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는 누가봐도 연예인 '깜'이었다.
얼마 후 SBS 드라마 '피아노' 부산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당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김하늘과 고수에게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식당 한 켠에 어색하게 앉아 있다 밖으로
나가는 조인성과 만났다. 그의 나이 아마 고작 18, 아니면 19세였을 때다.
그래도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인지 조인성 역시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좀 그렇지?" 애매하게 말을 던졌더니 "그러니까 제가 잘 해야죠"라고 답했다.
조인성 역시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이었다.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했던 그의 어머니는
조인성이 성공한 이후에도 여전히 일을 하러 다니셨다. 이제는 유명해져 그의 집이
천호동이란 사실이 널리 알려졌고, 스타가 돼서도 그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는게
기사거리가 될 정도가 됐지만 당시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신인이었을 뿐이다.
자신이 뭐를 하고 싶고, 뭐가 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 나이에 조인성의 목표는 분명했다.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성공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물론 조인성은 좋은 기획사를 만났고, 한 단계씩 성장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
처음부터 연기를 잘 했던 것이 아니다. 질책받을 때 마다 그는 또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 조승우와 나란히 출연했으나 심하게 편집돼 잘려나가는 바람에
'특별출연'으로 급히 포스터를 바꿔야 했을 때 큰 상처를 받았다. 그는 누구 탓도 하지 않았다.
시사회가 열렸던 날 조인성과 통화했을 때 "네 위치를 알았을 거고, 네 연기를 알았을거다"라고
대놓고 싫은 소리를 했다.
자존심 상했을 법도 한데 착잡한 목소리로 "잘 할게요. 더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이 반복해 들려왔다.
그리고 그는 '발리에서 생긴 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며, '비열한거리'를 통해 안정된
성인 연기자로 성장했다.
헝그리 정신은 목표를 향해 쉼없이 달려가게 한다.
PART TWO
취중토크 - 제임스 딘처럼 될 수 있다면...
영화 '비열한 거리'가 끝나고 난 뒤 9월 말 오랜만에 조인성과 만났다.
조인성은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취중토크'의 부활인 셈.
조인성과 그의 오래된 매니저 두 명이 함께 자리에 앉았다. 왠지 더 헬쓱해진 모습.
인성은 "요즘 1주일에 나흘 학교 나가는 재미에 산다"고 말했다. 아무 일정이 없기 때문에
그 동안이라도 학교에 열심히 나간다는 것.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이 그의 학교(동국대)에선 스승이다.
육체적으론 고달플 일이 없는데도 그는 왠지 더 말라보였다. 물론 워낙 늘씬한 체격이긴 하지만
그리 편해 보이는 낯빛이 아니었다.
앉자마자 그는 "누나, 죽겠어요. 어제도 사람 죽이는 꿈을 꿨어요"라고 말했다.
깜짝 놀랐다. '비열한 거리'의 후폭풍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나 보다.
"정말 미치겠어요. 어제 꿈에도 아버지랑 같이 한강둔치, 왜 영화 속에서 제가 죽었던 곳 있잖아요.
그곳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날 쫓아와 싸우다가 결국 제가 그 사람을 찌르는 거예요.
아버지한테 '이제 어떡하죠?'라며 막 울었어요"
그 날 뿐 아니다. 종종 그는 그런 꿈을 꾸고 심하게 가위 눌려 벌떡 일어난 다음 잠을 못이룬다.
그러니 안색이 나쁠 수 밖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그 만큼 그에게 '비열한 거리'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물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작품이
없겠지만 배우 조인성에게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정재민과 함께 영화 '비열한 거리'의 김병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인물일 것이다.
1년 여 동안 촬영한 작품. 그는 날 것 그대로의 액션에 밑바닥 양아치 정서를 가슴에 품으며 살아왔다.
드라마에서는 '발리에서 생긴 일'이후 연기력 논란이 쏙 들어갔다. 연기를 못했던 건 아니지만
연기력은 그의 출중한 외모에 늘 가려있었다. 그렇기에 '발리에서 생긴 일'은 조인성에게 아주
의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과 '봄날'을 통해 연기자로
한 단계 올라섰음에도 영화계에서는 그를 믿기 힘들어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유하 감독은 '비열한거리'의 주인공을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권상우를 쓰고 싶어했다.
'조폭3부작'을 만들고 싶었던 유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가 평범한 아이가 폭력에 눈뜨는 것을
보여줬으며, '비열한 거리'를 통해서는 취약한 세력을 갖고 있는 중간급의 조직폭력배가 생존을
위한 야망 속에서 어떻게 소진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에 권상우를 통해 연계 효과를 누리려
했던 것. 그러나 마침 권상우는 다른 영화에 이미 캐스팅돼있었고, 조인성이 그 배역을 따게 됐다.
조인성도 그 사실을 알았다. 행여 자존심 상해 할 수 있는 과정이었지만 조인성은 캐스팅 때부터
"모든 배역엔 운이 있다. 김병두는 어찌됐든 내게 들어온 배역이었고, 난 열심히 잘 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왔다.
그가 영화에서 애를 먹은 건 그의 전작들 때문이다. 데뷔작인 '마들렌'이나 '클래식''남남북녀'에서
그는 영화인들을 실망시켰다. '마들렌'이야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클래식'에서
그는 큰 상처를 입었다.
'남남북녀'는 평도, 흥행도, 가혹한 결과를 남겼다. 그럼에도 그는 "이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연기하는데 목표를 세울 수 있었고 나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겐 소중한 작품"
이라고 말했다.
술을 한두 잔 마시면서 조인성은 "그 분이 왔었어요"라고 말했다.
배우들이 말하는 속칭 '그 분'이란 연기할 때 접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역과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의 느낌을 말한다. '그 분이 오셨다'는 말은 배우에게 크나큰 축복인 셈이다.
'그 분'을 아직까지 못 만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분이 이제야 왔는데, 말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영화 한 편 모처럼 제대로 만나더니 건방지다고
할까봐." 기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로 안도했고, 뿌듯했다.
'학교3'로 데뷔해 '논스톱2'에서 박경림과 파트너를 이루며 화제를 모으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피아노'에서도 여전히 덜 다듬어진, 거칠고 투박하기 그지없는 연기를 보였던
그가 어떻게 기를 쓰고 배우가 되려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키 크고, 잘 생겼다'는 좋은 외적 조건 때문에 조인성이 쉽게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10대 후반 자신의 인생을 '배우'라고 결정짓고 나서 달려온 그의 자기 자신에 대한
채찍질은 상상 이상이다.
좋은 외적 조건은 배우의 노력을 폄하하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생겼잖아'라는
한 마디에 허탈하게 되고 만다. 장동건을 보라.
그는 지금 스타에서 배우가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톡톡히 겪고 있는 듯 했다.
드라마 '별을쏘다''발리에서 생긴 일''봄날'을 하며 연기 잘 하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에 대해 서서히 눈을 떴다. 전도연은 너무 대선배라 이끄는 대로 따라갔던 그가
하지원과는 '주고 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성장통은 또다시 이어진 느닷없는 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워요."
외롭다고 했다.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외롭다'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한때, 아니 지금도 여전히 그는 선배들과 어울리며 배우들만이 느끼는 교감을 나누고 있는데 말이다.
한창 선배들을 따라 모임에도 활발히 나갔을 때 그는 "선배들을 만나면 너무 좋아요.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을 그 분들은 이미 제 나이에 경험해 봤으니까요. 배우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들이죠"라며 좋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여전히 외롭단다.
"사람이 없어요. 주변에 사람은 많은 듯 한데, 제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어떤 자리에 가도 그냥 조인성이 아니라 스타 조인성을 보려 해요. 그리고 뭐 하나 꼬투리 잡을 게
없나,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러면 저는 조심스럽고, 불편하죠. 그러다 보니 사람 많은데
잘 가지 않게 되요."
그래서 학교에 자주 나간다고 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는 많지 않지만 그냥 동료 학생으로 바라봐주는
시선이 편하기 때문이다. 군중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을 수 있어 좋다.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처음엔 그냥 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연기만 하면. 그런데
세상 사는 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부터 고민되요"
화려한 스타의 이면이다. '군중속의 고독'이란 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이고, 극복하기 힘든
감정이지만 수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스타들에게는 이 짐이 더욱 크게 주어진다.
안쓰러웠다. 안쓰럽지만 그가 깨지고 부딪혀가며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기에 해줄
말도 없었다.
그의 솔직한 고백이 이어졌다.
"어느 날 절 되돌아봤더니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구요. 어딘가로 가는 것조차 저는 혼자 할 수
없는 바보가 돼있어요."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힘들어한다. '어느 날 보니 혼자 은행에
갈지도 모르고, 세금을 낼지도 모르고, 여권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말을 씁쓸하게 내뱉는 이들이
꽤 있었다.
주변에 메니저가 늘 붙어 있고, 매니저가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고백일 터. 이런 고민에 대해 '배부른 소리 하고있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로서는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일을 처리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남들 다 하는 것 조차 하지 못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니.
"밖에 나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운동을 하거나 선배들을 만나는 정도. 그러니 일이 없고, 학교에
가지 않으면 늘 집에 콕 박혀있는 거죠. 술도 집에서 마셔요."
그를 또 심적으로 혼란스럽게 한 건 조인성을 정훈탁 대표에게 소개하며 연예계로 이끌어준 친구인
신민아와 정대표의 오랜 파트너였던 박신양이 소속사를 떠난 일이었다.
"신양이 형은 잘 모르겠지만 민아가 회사를 떠난 건 충격이었어요. 우리 회사(싸이더스HQ)가 커지면서
저도 모르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제 일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민아가 어떤 마음 때문에
떠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결정을 내려야했다는 것도 제 마음을 무겁게 해요"
그러나 어쨌든 스스로 "배우가 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그는
천상 배우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의 목표는 뭘까.
"제임스 딘처럼 죽고 싶어요"
이날 참 '죽는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만큼 허하고 쓸쓸한 탓일까. 아니면 쉼없이 달려왔던 그가
모처럼 휴식 시간을 맞아 비록 짧지만 강렬한 자신의 배우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
"제임스 딘처럼 죽어서도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제임스 딘이 많은 작품을 출연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유없는 반항''자이언트' 단 몇 편의 영화로도 그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고,
죽어서도 저 같이 그의 시대를 몰랐던 젊은이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잖아요. 그렇게 단 한
작품이라도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배우로서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그의 말이 이어졌다.
"배우 스스로 확신을 갖는 작품만 할 수 있다면 다작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과연 나와 딱 맞는 작품,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얼마만큼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는 유하 감독과의 작업에서 많은 것을 배운 듯 했다. 감독이란 모든 면에서 영화를, 드라마를
지휘 감독하지만 특히 배우에게 있어 감독은 절대적인 존재다. 백윤식 송강호 한석규 설경구
박해일 조승우 등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조차도 그 연기력이란 쉽게 달라지지 않을 터인데도
어떤 작품에서는 그저 그런 평가를, 어떤 작품에서는 '역시'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건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 감독의 지휘, 그리고 배우의 감독과 작품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유감독님은 늘 별 말이 없으세요. 세상에 대해서는 심드렁한 것 같은데, 관심있는 쪽으로 늘 눈이
반짝이죠. 보지 않는 듯 보고 계시는 거에요." 아무리 스타 배우가 전면에 나서게 된 세상이라도,
그 배우를 조련하는 것은 역시 감독이다.
천호동 스토리
그의 '천호동 스토리'는 너무 많이 알려져 있다. 아직도 천호동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인성이다.
물론 조인성의 뜻도 그렇겠지만, 이처럼 천호동에서 버티고 사는 건 부모님의 판단 때문일 것이다.
아버님이 갑작스레 쓰러지시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어 천호동으로 이사온 이후 20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았다. 숱한 일들이 벌어진 천호동의 그 집은 그의 고향이다.
그는 당당하게 '천호동에 산다'고 말했고, 그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대중들은 의아해했다.
저렇게 말끔하게 부잣집 막내아들처럼 생긴 조인성이 천호동에 산다고?
이젠 외모와 달리 그가 고생스런 청소년기를 보낸 것이 알려지게 됐고, 연기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헝그리 정신'으로 달려왔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청담동, 대치동, 압구정동이 아닌 '천호동'이란
동네는 조인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늘 그랬다.
그와 술자리를 갖거나 개인적으로 보는 자리에서는 그의 친구 '기방이'가 함께 했다.
기방이는 인성이를 통해 배우로 데뷔하기까지 했다. 평범하게 직장다니는 친구, 백수처럼 지내는 친구.
조인성의 단짝 친구들은 여러분들과 비슷한 친구들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술자리가 파할 무렵
기방이가 찾아왔다.
그러니 필자 역시 인성이를 통해서 기방이까지 알게 됐으며 농담까지도 할 정도가 됐다.
나는 단 한번도 만나뵙지 않았지만 조인성의 어머니를 존경한다. 조인성을 통해 듣는 어머니는 어떤
고난에도 흔들림 없는 '어머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끝나고 난 뒤 조인성과 술을 마셨을 때 처음으로 그의 가족사에 대한 풀스토리를
들었다. 아버지가 아프셨던 일, 동생에 대한 미안함, 어머니의 꺾이지 않는 의지 등등. 그 때 참 많이
놀랐던 게 아들이 스타가 됐고, 그래서 수십 억 원을 벌었음에도 여전히 백화점 문화센터에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건 연예계에서 숱하게 접하게 되는 '소년소녀가장'들 때문이었다.
스타들 중 의외로 상당수가 중산층조차 되지 못했던 시절이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헝그리 정신'을
키울 만큼 말이다.
그러다 아들이 딸이 스타가 돼 갑자기 큰 돈을 벌어오는 경우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 덕을 보고 산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이며, 자식의 도리이기도 하다. 자기가 원하는 연예인의 꿈을 이루는 한편
내 식구 잘 먹고 잘 살게 되면 그 이상 뭘 바라겠는가. 그런데 그 중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들의 과도한
씀씀이로 자식들의 허리가 휘는 것도 목격한다. 아무리 벌어다 줘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아버지,
어머니, 언니나 오빠, 동생들이 단 한 사람만을 보고 살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쨌든 조인성의 어머니가 그 때까지 돈을 벌러 나가신다는 건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엄마가 이젠 안나가셨으면 좋겠는데, 얼마 전에 수술도 받으셨는데.."
벌써 3년 여가 지났는데 여전히 조인성의 어머니는 일을 나가신다고 했다. 이번엔 자리를 옮겨
한 관공서에서 상담도 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주기도 한다고 하셨다. 필자가 "어머니가 그렇게
자신의 일을 하시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 줄 아느냐. 어머니께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서
메니저도 같은 말로 거들었다.
그래도 조인성은 "전 싫어요. 제가 왜 아직도 아침에 밥도 못 얻어먹어야 해요"라며 투정아닌 투정을
한다. "아침에 눈 뜨면 어머니가 안계셔서 혼자 라면 끓여먹거나 대충 먹어요. 애들한테 '김밥 좀
사와라'하구요. 아침 좀 제대로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표현했지만 그는 어머니가 걱정됐으리라.
"제 엄마는 너무 자립심이 강하세요. 제가 모델 일 하면서 용돈이라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게
책임을 지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끝까지 고집을 피우시네요. 당신들 돈은 알아서 벌겠다고, 이번에
수술 받은 부위도 사실 너무 일만 하셔서 생긴 거라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연예인이 돼서, 스타가 돼서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돈 벌어서 엄마 수술시켜 드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식구 돈 걱정 안하고 살게 된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아무리 대중 앞에선 스타라도 집에선 부모 걱정하는 아들일 뿐이다.
조인성은 곧 군대에 가야 한다.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뇨, 전혀. 동생도 갔다 온 군대가 왜 걱정되겠어요. 아버지가 공군 출신이라 간다면 공군에 가고
싶다는 말을 누구에겐가 한 적도 있어요."
배우로서 공백기에 대한 걱정도 물었다.
"어차피 제가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 거고, 얼마간 그 일을 못한다고 해도 제 평생 갈 길이
바뀌겠어요?"
맨 처음 만났을 때 소년이 의젓한, 자신의 인생을 똑바로 쳐다볼 줄 아는 청년이 돼가고 있다.
배우란 선택 받는 직업이다. 절대절명의 이 전제로 인해 수많은 배우들이, 아무리 톱스타라 할지라도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이 자리에 있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언젠가 내 대신
다른 배우가 선택될지 모른다는 초조함.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뭐든 해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 한다.
PART THREE
또 조인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비열한 거리'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할 때 선배의 부탁으로 사인을 받아야 했다.
사인을 받을 이가 고등학생인지라 '공부 잘 하세요'라는 글귀를 넣어달라고 했다.
좋아하는 스타가 '공부 잘 하세요'라는 글을 써준 사인지를 받고 진짜 전교 1등을 해버린
경우를 본 적이 있는지라.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조인성은 "제가 공부를 못해서인지 '공부 잘 하세요'라는 말은 쑥스러운데요.
대신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고 쓸게요"라며 그렇게 썼다.
조인성이 공부를 못해 지금 연기도 못하나? 아니다. 조인성은 이미 '잘'과 '열심히'의 차이를
알았던 것이다.
--------끝---------
첫댓글 난 천호동사람은 아니지만 이글보면 좀 기분나쁘겠다...
엄훠 자세히 읽어보니깐 기분살짝 안좋다규 ㅋㅋㅋ
전 천호동사람인데 좀 기분 나쁘네요 천호동살면 못사는건가.. 커..
근데 이거 중복이라규 ;;
다 읽었어 ㅠㅠ 인성이 참 바람직하구나 ㅋㅋㅋㅋ
오 멋진 인터뷰네요^^
신양이 형은 잘 모르겠지만 민아가 회사를 떠난 건 충격이었어요. 우리 회사(싸이더스HQ)가 커지면서 저도 모르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제 일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민아가 어떤 마음 때문에 떠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결정을 내려야했다는 것도 제 마음을 무겁게 해요"
둘이 정말 의남매같은 사인지 사귄건지 답답하다규.....................스아실 둘다 좋아서 잘됬으면 좋겟다규!!!!!!!!! 비쥬얼 기럭지 쵝오 컵흘~~~
근데 진짜 친동생처럼 생각하는거 같다구..나두 둘다 좋은데..
다읽었다.헥헥ㅋㅋㅋ참... 볼수록 생각이 깊고 참 갠춘한 분인것 같아요
정말 말 그대로 마음이 훈훈하네요 ㅠㅜ
내가아침 챙겨줄게.... 너를위해서라면 12첩 반상도 채려줄수있어..
얼굴도 훈훈,마음도 훈훈!!!
당신은 국보급. ㅜ.ㅜ
정말.......... 내스탈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성이 너무 좋아 ㅠㅠㅠ
아... 미치겠따 ㅠㅠ
당신 너무 좋아.....
너무좋아 오빠.... 아진짜 어쩜좋아... 아 내가 정말 고민들어주는 동생 되어줄수있는데... 인간 조인성으로보는.....(과연그럴수있을까)
인성씨^^
저번에 이글보고 살짝 눈물훔쳤다구 진짜 인성이보다도 어머님한테 감동받았다구 진짜 아주 인성이를 강하고 훈훈하게 키워주신다구
외모도 국보급~~ 인성도 국보급~~ 당신은 너무 완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