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약대 6년제는 한국정부가 신약개발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이를 이끌어 갈 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승인 한 것이다.
또 헬스케어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선진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임상약사를 양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약대 6년제 목표는 어디일까?
한국약학교육협의회(회장 김대경)와 본지는 지난달 24일 미국 약학의 선봉, UCSF약대를 방문, 그 곳의 교육목표를 확인한 가운데 현재 한국 약학교육의 좌표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국약학교육의 시행착오를 예방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기자는 UCSF 약대 학장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정진현 교수 (경희 약대, 약교협 대외협력 위원장) 정호철 박사 (연세대 생명공학과, 전 UCSF 생명약학과 연구원)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시 골든게이트 공원 남쪽 산기슭에 위치한 UCSF 파나서스 캠퍼스를 찾았다.
코다-킴블 약대 학장
금문교의 두 봉우리가 저만치 내다보이는 HSE빌딩 9층 약대 회의실에서 UCSF약대 코다-킴블 학장, 스티븐케이저 글로벌 업무담당 부학장, 수잔 레빙스 기획및 커뮤니케이션 담당부학장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인터뷰에 앞서 정진현 교수는 "한국약대의 대전환을 맞아 약교협은 약대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방도를 찾아나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미국 최고의 UCSF 약대를 방문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알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약대들이 현재 추구하려는 환자케어의 일선에서 일할 임상약사와 신약개발의 첨병역활을 할 약학분야 과학자를 육성하기위한 방법론은
UCSF 약대는 학부 4년을 마친 후에 입학 가능한데, 임상약학을 전공할 학생은 4년 과정의 PharmD 코스를, 약학분야의 연구에 뜻이 있는 학생은 PhD과정(대략 6년여 걸림)에 진학하게 된다.
이 두 트랙을 한국의 6년제 약대 시스템에서 실현하려면 최소한 4학년 말까지는 학생들이 선택해 이후 2년간은 분리된 코스를 밟아야 한다고 본다.
3,4학년 과정에는 약학의 기초가 되는 생물학, 화학등의 과목을 교육하고, 5,6학년에는 PharmD에 해당하는 임상약학 코스의 경우 병원임상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져야 한다.
커리큘럼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과목에 다른 과목을 단순히 더하거나 확장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졸업생들이 환자에게 가장 효능이 높고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각각의 과목이 전체의 목적과 부합되고 여타 과목과 잘 조합되는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 커리큘럼 개발과정은 실로 매우 힘든 일이다. 이 과정에는 약대교수 뿐 아니라 의대 및 다른 관련분야 교수 산업계 리더 그리고 보건 정책 입안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대 졸업생이 환자케어팀의 주요 멤버로서 의사와 함께 국민보건 향상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기여할수 있는가가 커리큘럼의 목표가 돼야 한다.
수잔레빙스 부학장, 정진현 교수, 코다-킴블 학장, 스티븐케이저 부학장, 정호철발사(왼쪽부터)
약사가 환자의 약물치료를 관리하고 복약지도 및 약물사용정책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때 환자의 치료결과가 향상되고 환자케어의 전체비용이 감소된다는 것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PharmD과정 학생들을 모집할 때 어떤 점을 우선시 하고, PharmD과정 지원자가 얼마나 자신들이 선택한 전공을 알고 향후 진로를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PharmD과정의 경우 우리 약대에 매해 정원의 10배수 가까운 응시자가 지원하고 있다. 이 학생을 성적순으로만 선별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우리는 그간 수십년의 경험상 학생들의 봉사정신과 환자 케어에 대한 열정이 졸업 후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믿고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매해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느끼지만 상당수의 지원자가 PharmD에 관한 많은 정보를 이미 알고 있고 의료전문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뚜렷한 목적의식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다.
졸업생들은 잘 세팅된 병원 임상약사로서의 역할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서 약의 전문가로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영역에는 교수들 조차 예상치 못한 것들도 포함된다. 산업계에서 뿐 아니라 식약청 (FDA), 국립 보건연구소 (NIH) 등에서 기존에는 있지 않았던 특정 역할의 자리가 PharmD 학위를 지닌 약의 전문가를 위해 만들어지곤 한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임상약사가 환자케어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뚜렷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와 그 도입된 계기 또는 과정상의 문제점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였나?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임상약사의 시초는 top-down이 아닌 bottom-up의 방식으로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바로 이 헬스 사이언스 빌딩 9층이 45년전 임상약학이 우연한 계기로 탄생하게 된 장소이다. UCSF가 임상약사가 탄생한 곳이다.
60년대 말 UCSF의 병원들에서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제때에 공급하기 위해 병동 곳곳에 위성약국을 두고 약사들이 근무했다.
그런데 이 약사들이 약화사고를 빠르게 진단하고 약물간의 상호작용, 환자의 약물복용 히스토리, 가족의 질병 히스토리 등을 고려한 복약지도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자 점차 그 전문성을 외과의사와 간호사가 인지하게 됐다.
그리고 마침 당시 UCSF 약대 교수들의 리더그룹이 병원약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역할 확대에 대해 논의해 왔고, 외과 학과장 및 교수들 또한 외과 중환자실에서의 임상약사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였다. 약대 리더교수 그룹은 UCSF 커뮤니티에서 신망이 높아 이 아이디어가 잘 받아들여 졌다.
이 사실은 빠르게 캘리포니아 및 전국의 다른 병원들에 전파되어 점차 임상약사을 두는 곳이 많아졌고 그 위치가 공고히 됐다.
임상약사가 의사, 간호사 등 다른 보건 전문인들과 어떻게 소통하여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나?
이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때때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방인으로 여겨 갈등이 많았다.
초창기의 PharmD 학위를 가진 임상약사들이 확고한 전문성과 환자우선주의에 의한 신념으로 이러한 갈등을 이겨나갔다.
저 자신도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전문분야에 대한 자긍심과 불합리한 현실 사이에서 힘들게 보냈다. 하지만 UCSF 약대의 동료들과 이런 어려움을 견뎌낸 결과 임상약학이 미국 의료계에 깊이 뿌리내리게 됐다고 자부한다.
이 사실은 약사의 전문가로서의 지위 확대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임상약사가 환자케어 시스템에 합류하여 전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도 임상약사의 도입기에 전문영역간의 많은 마찰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문화의 유사성이 있는 한국도 이와 같은 영역간 갈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약대생들을 실력 있게 교육시켜 졸업 후 환자케어 시스템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일명 "9층 프로젝트"라고 불리었는데, 시드니 리겔만(Sidney Riegelman) 등 당시의 선구자들의 역할을 담은 내용들이 책으로까지 소개되고 있다.
약대에서의 리서치 관련 프로그램에과 실험적이고 트랜드를 주도해 나가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유독 UCSF 약대에서 많이 나오는 연유는.
UCSF 약대는 지난 30여년간 리서치 관련 프로그램에서 미국약학의 최정상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이는 일찍부터 기초과학을 약학과 접목시킨 덕분이다.
또 우리는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약학 분야와 제약산업에서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일찍 개발하여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한 약대의 책무라고 믿는다.
2000년대 초반 최초로 약물유전체학 PhD 프로그램을 시작 하였고, 2009년 생명약학과와 바이오공학(bioengineering) 프로그램이 합병됐다. 후자의 경우 제약산업에서 약물전달기기 (delivery devices)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어가는 경향에 대한 준비다.
이런 중요한 논의는 매달 한번씩 약대의 리더쉽 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 학과장들, 부학장들, 그리고 제가 자유롭게 약대의 모든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이 회의는 매우 생산적인 토론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약대의 연구영역 확대나 시설투자, 각 실험실들간의 협동, 그리고 커리큘럼에 대한 리뷰 등을 토의한다. 커리큘럼의 경우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기 위해 자주 검토하고 수정해 나간다.
UCSF 약대에서의 리더그룹들이 하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일례로 약화학과 학과장인 웰스 교수 (James A. Wells)는 미래에 대한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있고 교수는 리쿠르트하는데 있어 때로는 약학의 테두리를 넘어서 화학의 발전방향에 맞는 사람들을 영입해오고 있다.
생명약학과 또한 바이오공학 프로그램과의 합병을 통해 그 연구영역을 더 확장시켜 오고 있다. 제 개인의 견해로는 리더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비전을 가지고 있고 친화력이 있는 인물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약대내 프로그램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어떻게 그것을 추진하고 어려움을 극복하셨나
사실 개혁이 항상 무리없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떨 때는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영역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게 고수하려는 경우도 있다.
일본 약대와의 경험에서 짐작하건대 이와 유사한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의 혁신에 있어서 기존의 틀을 깨는데는 과감한 추진성이 요구된다.
UCSF 약대의 세틀라이트 약학교육 프로그램과 미국 약사 평생교육 내용 프로그램 내용은 어떻게 결정되고 운영되나
이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약사의 수가 모자라는 지역을 우선으로 하여 우리 Pham D과정의 학생들이 4년차 실무실습을 수행하여 그 간극을 메꾸고자 한다.
한때 우리 약대도 이 평생교육에 참여 했지만 현재로는 공식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지적하신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제약산업의 신기술을 업데이트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는 예정된 1시간 반을 훨씬 넘겨 2시간여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정진현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약교협에서 준비한 선물들을 UCSF 약대 학장단 일동에 전달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자문 협조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