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6.30, 목)에 이은 연속 종주. 백두대간 23구간을 넘었다. 7월의 첫날이었다. 장맛비를 흠뻑 맞으며 진행. 등산화는 물론 속내의까지 물 범벅. 이틀 전 집에서 출발할 때 확인한 일기예보는 그렇지 않았었다. 누굴, 무엇을 탓해야 하나?
비 덕도 있었다.
종일 혼자였다. 안개에 젖은 황장산의 비경도 혼자서 독차지했다. 혼자 보기에 아까운 비경, 누군가 그리웠다.
종주를 마치고 마을로 내려갔을 때, 나그네를 맞는 후한 인심을 확인하였다. 경북 예천군 용두리마을에서다. 용두리 마을은 해발고지 8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있다. 충북 단양과 경계지점이다.
산행을 마치고 빗속을 달려 내려선 용두리마을. 5~6세대 정도가 살고 있다. 그것도 띄엄띄엄 흩어져서. 교통편을 묻기 위해 빗속을 뚫고 무작정 어느 집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빨리 처마 아래로 들 것부터 권했다. 비를 피하라고. 60대 주인 아주머니였다. 빗물에 잠긴 나를 염려해서다. 뜨거운 커피를 내왔다. 온몸이 물 범벅인 것을 보고서다. 이후 설탕물에 옥수수 알갱이 삶은 것을 내왔다. 시장기부터 달래라고. 초라한 몰골의 나그네를 의심하고 경계할 만도 했겠지만, 용두리마을은 달랐다. 사람이 우선이었다. 산골에서 인생의 스승을 만난 것이다. 또 한 수 배운 하루였다. 비 덕분이다.
문복대에서부터는 앞만 보고 질주했다. 정확히는 앞이 아니다. 바닥만 보고 내달렸다. 비 때문이고 빽빽한 숲 때문이다. 때문에 주변의 많은 것을 놓쳤다. 그 중 가장 아쉬운 것은, 소백산관광목장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다. 대간 종주자라면 누구나 언급할 정도로 유명한 곳인데도.
옛저수령길을 저수령으로 착각해서 30분정도를 알바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빗속에서 엎친데덮친격이었다.
어제부터 알바가 연속이다(알바는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을 허비한다는 종주자들의 비표준어임). 망조의 조짐일까? 아닐 것이다. 나이 탓일까? 아닐 것이다. 비 때문이다. 비, 그놈 때문이었다.
*
*
*
7.1(금). 백두대간 23구간은 차갓재에서 저수령까지이다. 차갓재는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에서 명전리로 넘어가는 잿등이고, 저수령은 경북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와 충북 단양군 대강면 울산리를 잇는 잿등이다. 충북과 경북의 도 경계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23구간에는 작은차갓재, 황장산, 감투봉, 황장재, 985봉, 1004봉, 폐백이재, 벌재, 돌목재, 문복대 등 높고 낮은 산과 잿등 그리고 수많은 무명봉이 있다. 이번 구간도 특별히 위험하거나 어려운 지점은 없다. 다른 구간과 비교해서 비교적 구간 거리도 짧다. 암릉 지대가 있기도 하나 그런 곳마다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종주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이 구간에는 통제구간이 많다는 것, 그래서 표지기가 없는 곳이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통제구간인 황장산에서 감투봉으로 넘어가는 지점은 철망으로 꼼꼼하게 막아버렸을 정도다. 이런 정황으로 봐서는 아마도 주말에는 감시인이 직접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한 가지는 지금과 같은 여름철에 이 구간을 종주할 때는 숲이 무성하여 등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 점만 주의한다면 23구간도 무난하게 마칠 수가 있을 것이다.
전날 22구간을 마치고 안생달 마을로 내려가 민박집에서 보낸 후 새벽 05:15분부터 종주를 시작하였다. 종주 내내 민박집 주인께서 베푼 따뜻한 배려가 생각났었다. 새벽에 떠날 때 갈증 생기지 말라고 챙겨주신 진한 오미자 차 한잔은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오고가는 교통편은 산행기록 맨 뒤에, 또 산행기록 중간 중간에 자세하게 부기하였음을 알려드리며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후기를 올린다.
백두대간 제 23구간(2016. 7. 1, 금. 오전 내내 흐리다가 오후 1시부터 계속 비)
차갓재에서(05:35)
날이 몹시 흐리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다. 민박집 주인께서 일부러 챙겨주신 진한 오미자차를 마신 후 황장산 민박집을 나선다(05:15). 문 밖을 나서면 바로 우측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가 있지만 이 길은 작은 차갓재로 올라가는 길이다. 계곡을 건너면 두 번째 시멘트 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 도로가 차갓재로 오르는 길이다. 두 번째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도로 끝 지점에서 좌측의 산으로 오른다. 초입은 풀이 무성해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산속의 등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산속 길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면 어제 내려온 차갓재에 도착하게 된다(05:35). 차갓재는 짙은 안개로 앞 뒤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어제 확인한 백두대간 중간지점 표석을 다시 한 번 촬영하고 바로 오른다. 초입부터 낙엽송 지대를 걷게 된다. 처음에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오를수록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뀐다. 갈수록 안개는 짙어진다.
원형의 공터와 잡목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넘고(05:50) 내려간다. 내려가면 다시 낙엽송 지대가 나오다가 잠시 후에는 작은 차갓재에 이른다(06:01). 작은 차갓재 공터를 진입하는 곳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듯 철망이 설치되어 있다. 우회하여 차갓재 공터로 들어간다.
작은 차갓재는 넓은 공터에 이정표, 출입금지안내판, 황장산 탐방로안내도, 목의자 4개가 있다. 평소에 등산객들의 출입이 많은 듯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이정표는 황장산까지 1.8킬로미터임을 알린다.
좀 전의 차갓재와 지금의 작은 차갓재가 확연하게 대비된다. 차갓재에는 백두대간 중간지점임을 알리는 표석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편히 쉴 수 있는 공터도 없었다. 그리고 보면 구간을 끊을 때는 차갓재가 아닌 작은 차갓재에서 끊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휴식을 취하는 것도 그렇고, 안생달 마을로 내려갈 때도 이곳 작은 차갓재가 더 유리할 것 같다.
작은 차갓재에서 오른다(06:05). 50미터 정도를 진행하면 바로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면 잣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어서 긴 인조목 계단길로 연결된다. 인조목 계단길이 끝나면 주변은 잡목이 나타나고 이번에는 철재계단으로 이어진다.
안개는 갈수록 짙어지고 이젠 시야가 아예 사라져 버린다. 잠시 후에 전망대에 이른다(06:23). 이곳 전망대에서는 날씨만 좋다면 우측 아래 안생달 마을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일텐데, 지금은 휘날리는 안개만 보일 뿐이다. 많이 아쉽다.
다시 오른다. 암릉은 계속되지만, 위험하다싶은 곳은 철재 계단이나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오르기에는 지장이 없다. 암릉은 계속된다. 이정표도 주기적으로 나온다. 이젠 황장산이 0.6킬로미터 남았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오른다. 이곳에도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다시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진다. 잠시 후에는 황장산 정상에 이른다(07:05).
황장산 정상에서(07:05)
황장산은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의 북부에 있는 산이다(1,077m). 월악산국립공원 동남단에 있는 산으로, 조선 말기까지 작성산이라 불렀고, 또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천황의 정원이라 하여 황정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조선시대인 1680년(숙종 6)에 대미산을 주령으로 하는 이 일대가 봉산(나라에서 궁전·재궁·선박 등에 필요한 목재를 얻기 위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기에 적당한 지역을 선정하여 국가가 직접 관리·보호하는 산)으로 지정된 데서 산 이름이 유래하였다고도 하며, 그 이유로 황장봉산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원군은 이 산의 황장목을 베어 경복궁을 지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정상은 넓은 공터로 이루어져 있고 공터에는 정상석과 목의자 6개 그리고 이정표가 있다. 공터는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으며 특이한 것은, 이정표에 대간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가 있다. 이곳에서 대간 방향은 통제구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만 좋다면 이곳에서 주변의 조망이 환상적일텐데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정말 아쉽다. 내려간다(07:14).
정상에서 좌측은 투구봉으로 가는 길이고 대간길은 우측이다. 우측으로 내려간다. 암릉으로 이어지고 또 철계단이 나오더니 잠시 후에는 갈림길에 이른다. 갈림길에는 이정표와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다. 이곳에서 직진 방향은 대간길인 감투봉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안생달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런데 직진방향으로는 철망으로 봉쇄되어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다. 철망을 넘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다. 이곳에서 대간길 방향을 얼마나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법. 길은 있다. 우측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 약간의 틈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가서 암릉을 따라 오르면 된다.
감투봉으로 오르는 길은 초입부터 암릉이 시작된다. 잠시 후에 감투봉에 이른다(07:40). 주변 조망이 불가해서 바로 내려간다. 계속되는 암릉이다. 일기가 좋지 않아 암릉 걷기에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직벽 내리막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감투봉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우회하여 진행한다. 잠시 후에는 넓은 공터가 있는 황장재에 이른다(07:53).
황장재는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에서 단양군 대강면 방곡으로 넘어가는 잿등이다. 좌측은 문안골로 내려가 방곡으로 가게 되고, 우측은 생달리로 가는 길이다. 직진으로 진행한다.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더니 잠시 후에 헬기장에 이른다(08:12). 헬기장은 동시에 전망암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은 불순한 일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계속 오른다.
985봉 정상에서(08:17)
이어서 985봉에 이르고(08:17), 이곳에서도 암릉은 계속된다. 잠시 후 안부에 이르러 직진으로 오른다. 안개가 갈수록 심해진다. 시야는 여전히 제로 상태다. 가늘은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 주변은 단풍나무가 많다. 잠시 후에는 암봉인 1004봉에 이른다(09;40). 역시 조망이 불가해서 그대로 진행한다. 신기한 바위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거대한 짐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바위, 층층이 겹으로 쌓인 바위 등이 있다. 이 중 하나가 치마바위인 모양인데, 어느 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계속 내려간다. 여전히 암릉길이다.
잠시 후에 표지기가 많은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지도상으로는 대간길이 직진으로 이어질 것처럼 표시되어 있지만 직진 길은 대간길이 아니고 방곡리로 내려가게 된다. 대간길은 직각으로 우틀하여 내려가야 한다. 우측으로 내려간다(10:05).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은 약간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이다. 10여분을 내려가면 안부에 이르는데(10:15), 이곳이 폐백이재이다. 폐백이재는 넓은 공터가 있고 이곳에서 대간길은 직진으로 오르게 된다. 이곳에서 아점을 먹기로 한다. 아점으로 20여분 정도를 지체한 후 다시 출발한다(10:36).
폐백이재에서 능선길로 오르면 바로 작은 봉에 이르고, 작은 봉에서 내려가다가 바로 오르면 928봉 직전 봉우리에 이르는데, 이곳에서는 치마바위와 동로면 일대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계속 진행하면 잠시 후에는 928봉에 이르고, 계속 진행하면 928봉보다 더 높은 봉우리에 이른다(11:01). 이곳에는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는 작은 돌들이 많이 있다. 주변에는 상수리나무가 많다. 표지기도 많다.
이곳에서는 우측 내리막으로 진행한다. 이곳에서부터 낮은 봉우리를 3개 정도 오르내리면 헬기장 표시가 뚜렷한 곳에 이르고, 계속 진행하면 벌재에 설치된 터널처럼 생긴 동물이동로를 지나게 된다(11:30).
벌재에서(11:30)
벌재는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와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을 잇는 잿등이다. 이 잿등 아래로는 지방도로 59번이 지나고 있다. 이곳 벌재는 1930년 도로가 개설된 이후 83년 동안 산맥이 단절되었으나 산림청의 백두대간 마루금 생태축 복원사업에 따라 2013년 7월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도 출입금지 안내판과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우측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 잿등 아래를 지나는 도로가 보인다. 바로 오른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식생복원 시범사업지’라는 대형 안내판이 나온다. 이어서 잠시 후에는 돌계단이 이어진다. 돌계단을 넘고 내려가면 아치형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는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다리 아래로는 시멘트 도로가 지나고 있다. 다리를 건너 우측 아래를 내려다보면 벌재 아래를 지나는 59번 지방도가 보이고 정자도 보인다. 바로 산으로 오른다.
묘지 1기가 나오더니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잠시 후에 이정표가 나온다(문복대 3.2킬로미터). 완만한 능선 오르막은 계속되고, 잠시 후에 무명봉에 이른다(문복대 2.5킬로미터). 정상에는 상수리나무가 많다. 내려간다. 처음에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시작하다가 급경사 내리막으로 변한다. 좌측은 낙엽송 지대이고 우측은 잣나무 지대가 나온다. 잠시 후에 돌목재에 이른다. 돌목재 좌우는 지금은 숲으로 덮여 있지만 과거에는 길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겠다. 자세히 살펴보면 희미한 흔적을 느낄 수가 있다. 직진으로 오른다.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정맥과 대간을 종주하면서 경험한 오르막 중 가장 긴 오르막인 것 같다. 그러나 가파르지는 않은 게 다행이다. 한참을 오른 후에 무명봉에 이른다(13:05). 이렇게 높은 봉우리인데 산 이름이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내려간다. 바로 앞에는 또 다른 무명봉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전의 무명봉 보다 더 높은 봉우리다(13;12). 무명봉 정상에는 약간의 공터가 있다. 바로 내려간다.
5분 정도를 내려가니 안부에 이른다(13;17). 안부에는 바위가 있다. 바로 오른다. 오르는 등로 주변에도 작은 바위들이 있다. 오르막 끝에 전망암에 이른다(13:20). 전망암에서 우측을 내려다보면 문경시 동로면 석항리 일대가 정말 아름답게 다가선다. 계속 진행한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암봉에 이르러 우회하여 통과한다. 숲이 무성하여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헤쳐 나아간다. 우위를 착용했지만 바지는 이미 다 젖었다.
문복대 정상에서(13:57)
잠시 후에 문복대 정상에 이른다(13:57). 정상 주변은 온통 숲으로 덮여있고 바위 위에 정상 표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석을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정상석은 왜 이런 곳에 서 있을까? 자신을 위한 것일까, 남을 위한 것일까? 이곳 문복대를 옛날에는 운봉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빗방울은 갈수록 굵어진다. 서둘러 내려간다. 이곳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길이다. 두 손 두 발로 헤치면서 나아간다.
주변의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앞의 숲만 보일 뿐이다. 큰 바위가 나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우회한다. 봉우리를 넘고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갈림길에서 오르다가 다시 봉우리를 하나 넘고 내려서니 아치형으로 된 시설물이 등로에 설치되어 있다. 길이는 약 5미터 정도는 될 것 같다. 그 안으로 통과한다. 지난번 하늘재에서 이화령을 내려설 때도 이런 아치형 시설물이 있었다. 그때 그 시설과 거의 비슷하다. 아마도 문경 오미자를 홍보하기 위한 시설물인 것 같다. 아치형 시설물을 통과하니 넓은 임도처럼 보이는 안부에 이른다(14;30). 안부는 넓고 좌측으로는 넓은 도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또 실수를 하게 된다. 이곳이 이번 구간의 종점인 저수령으로 착각하고 좌측으로 난 넓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간 것이다. 시멘트 도로 끝에 넓은 2차산 포장도로가 나오고 포장도로 좌측으로 내려가니 소백산 관광목장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관광목장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운영이 중단된 것처럼 보인다.
길을 잘못 들었음을 확인하고서 다시 조금 전의 안부로 되돌아 와서, 숲속에 매달린 표지기를 발견하고 능선으로 오른다(이곳 안부가 옛 저수령길임).
능선으로 올라서서도 한참동안을 올라간다. 비는 계속 내리고 마음은 급한데 오르막 능선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몰아치는 비 때문인지 길게만 느껴진다. 한참동안 올라가서 내려간다. 용두산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도 나온다. 좀 더 내려가니 아래쪽이 내려다 보이더니, 바닥에 깔린 ‘해맞이 제단’이라고 적힌 표석이 나타난다. 앞쪽으로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에 ‘용두산등산로 2.7km’라는 이정표를 다시 발견하고 내려서니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저수령에 이른다(15:20).
비는 계속해서 내린다. 저수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속내의와 등산화까지 물 범벅이 된 상태다. 빗속에서도 앞에 보이는 저수령 표석 그리고 표석 옆에 있는 정자와 예천군 관광안내도 등을 촬영하고서, 일단 비를 피해 주변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도로 건너편에 있는 정자로 들어간다.
저수령은 경북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와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를 잇는 잿등으로 지금은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고 있다. 충북과 경북의 도 경계지점이기도 하다. 저수령 표석, 표석 옆의 정자, 예천군 관광안내도가 설치된 곳에서 단양 쪽으로 약간 오르막 정상에는 거대한 건물들이 있다. 주유소인지 휴게소인지 빗속이라 확실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비는 계속 내리고, 빗물은 갈수록 굵어진다. 좀처럼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오늘은 이곳에서 마치기로 한다. 7월이 시작되는 첫날, 장맛비를 흠뻑 맞으며 진행한 백두대간 23구간을 이렇게 마친다. - 끝 -
* 저수령에서 예천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서(2킬로미터 정도), 용두리 음달 마을버스 종점에 도착하였으나 버스 종점에는 비를 피할 곳이 없어 20분 이상을 비를 맞고 있다가, 견딜 수 없어 근처 주택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가 17:10분에 출발하는 예천 군내버스를 타고 예천 터미널로 나와서 18:50분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귀경.
(교통편)
* 갈 때
1. 서울에서 점촌, 점촌에서 동로면(안생달)까지
ㅇ 동서울터미널에서 문경 행 버스 이용 : 06:00부터 23:0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자주 있음.
ㅇ 점촌터미널에서 동로면(안생달)까지 : 점촌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동로면행 버스이용(06:00부터 18:00까지 10회. 어떤 버스는 안생달까지 가지 않는 버스도 있음. 사전에 다시 확인 필요)
2. 동로면(안생달)에서 차갓재까지 : 도보로 이동(20분 정도 소요)
* 올 때
1. 저수령에서 용두리 음달마을까지 : 대중교통 없음 도보로 이동(약 2킬로미터 정도)
2. 용두리 음달마을에서 예천 터미널까지 : 예천 군내버스 이용(06:00부터 19:20까지 7회 운행)
3. 예천 터미널에서 서울까지 : 동서울행 버스 이용(06;40분부터 19:40분까지 15회 운행)
(관련 사진) 붙임에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