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수, 이혜령
<무한도전>(MBC)의 ‘깨알’ 같은 웃음, ‘불’ 같은 애드리브를 담당하는 CG와 자막, ‘무도’의 화룡점정이라 평가받는 미술 파트는 오랜 시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과는 요원한 분야에 속했다. 출연자들의 멘트를 강조하기 위해,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기 위해 부수적인 장치로 사용되던 자막과 CG는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 계보의 첫 장을 장식한 <무한도전> 내에서 ‘웃음의 화수분’을 자처하며 독보적 위치를 선점하게 되었다. 하고픈 말은 기어이 하고 마는 ‘직설적인 성향’과 현재의 트렌드와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 ‘시대’성을 기치로 예능 코드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무한도전>. 이제 자막과 CG가 제거된 <무한도전>은 ‘웃음기’를 고사시킨 미완성 방송으로 간주될 만큼 프로그램의 절대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무한도전>의 ‘거성’, <무한도전>의 ‘정중앙’인 미술 파트의 실무자 최윤수, 이혜령을 만나 ‘하찮지 않은’ 그간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김민주 기자 | 사진 조준우 기자| 디자인 이은호
현재 담당하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이외에 또 무엇이 있나?
최윤수: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와 <그분이 오신다>
이혜령: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와 <PD수첩>
2월 14일에 방영된 ‘쪽대본 드라마 특집’의 일명 ‘발 CG’를 보고 정말 많이 웃었다. 오리가 떠다니는 장면이나, 여학생들이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 등 일부러 어설프게 작업한 CG가 인상적이었다.
최윤수: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평소에 CG 작업을 하기에 앞서, 입사 동기인 박진경 조연출과 담배 회동을 한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솟아나곤 하는데 이번 주는 이렇게 한 번 해보자든가, 포인트로 둘 부분은 어디라든가 식의 논의를 거쳐서 보통 목요일 오후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쪽대본 드라마 특집’의 경우 ‘어설픔’의 극대화가 콘셉이긴 했다. 제3화에서 오리 떼가 놀라 급히 도망가는 부분은 내 아이디어였다. 화면에서 자연스레 빠지게 하려고.(웃음)
일반적으로 <무한도전>의 작업 방식은 어떻게 되는가? ‘네 멋대로 해라’ 편에도 나왔지만 직접 종이로 의뢰를 받더라.
최윤수: 일단 미술 쪽은 특수영상, CG, 문자 디자인까지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촬영이 워낙 타이트하게 진행되어서 CG 작업을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서 일을 진행하고, 담당 PD의 최종 확인을 받는다. 공식적으로는 A4 용지에 손으로 쓴 ‘복고풍’ ‘모노톤’ 등의 콘셉이 적힌 의뢰서를 전달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꼼꼼히 읽은 후 동기인 조연출과 상의를 하며 제작진의 보다 자세한 생각을 듣고, 여러 의견을 기탄없이 교환하는 가운데 기발한 것들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혜령: 자막은 목요일 오전부터 방송 당일인 토요일까지 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수정이 굉장히 많다. <무한도전>에는 작가들을 비롯해 AD 3명과 PD 2명이 있는데 이들과 기본적인 작업을 공유하고, 최종 편집이 있는 토요일에 김태호 PD의 마지막 수정을 거쳐 완성하게 된다.
요즘은 자막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무한도전>은 자막의 영향력이 상당해서 부담이 클 것 같다. 어떠한 원칙으로 자막 작업을 하나?
이혜령: <무한도전>의 자막들은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황당한 상황에선 해골이 사용되고, 글씨도 빨간색이나 검정색 위주다. 요즘 버라이어티들 보면 예쁘고 깜찍한 자막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나? <무한도전>은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을 추구한다. 현재 사용하는 자막은 담당 PD가 굉장히 좋아하는 형태이다. 자막 모양에 눈길이 가기보다는, 내용이 잘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제1의 원칙이다. 지금 사용하는 자막 모양은 꽤 오래 사용한 것들이다. 보통 개편이 되면 자주 바뀌는 편인데, 이 서체는 얼마간은 더 쓸 것 같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네티즌들의 반응이 매우 즉각적이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등에선 방송에 대한 호불호도 분명하고.
최윤수: 나도 그곳의 반응을 자주 살피곤 한다. 솔직히 예전에는 CG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촌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CG가 <무한도전>에서 코믹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것 같다. 굉장히 빨리 지나가는 장면까지 일일이 거론해 주실 땐 희열을 느낀다. 예를 들어 ‘YOU&ME 콘서트’ 특집에서 정준하가 자장면과 관련된 노래를 할 때 LA 다저스 모자를 패러디해서 ‘LA 갈비’로 만들어서 잠깐 방송되었는데, 이를 캡처해 ‘센스 짱이다’라고 칭찬해 주는 댓글들을 보았을 땐 만든 사람 입장에선 꽤나 뿌듯했다.
<무한도전> 특유의 정신이 되살아났던 ‘무한도전 봅슬레이 도전하다’ 편에서는 마치 컴퓨터 게임 같은 3D 애니메이션 CG가 눈에 띄더라.
최윤수: 그것은 정식 의뢰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 혼자 만들어 본 것이었다. 봅슬레이를 주제로 한다고 하니까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라, 다른 작업을 하면서 4주 동안 틈틈이 만든 것이다. 사실 먼저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 아니라서 만들더라도 쓸지 안 쓸지도 몰랐다. 16초 분량으로 만들어서 줬는데 반을 잘라 내보내더라. 8초로 압축시키다 보니 속도감도 더 살고, 의도했던 것보다 멋지게 연출되었다.(웃음)
여러 특집들을 거쳐 갔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이혜령: ‘네 멋대로 해라’라고 일명 ‘PD특공대’ 편이 있었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취재, 편집 등 대부분을 출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만든 영상이었는데, 실제로 그들이 내게 의뢰도 하고 상의도 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노홍철의 경우 ‘위인 노홍철’을 위해 ‘아주 강렬하고 자극적인’ 자막을 원했기 때문에 요구한 대로 작업을 해 주었다.(웃음) 또한 ‘다찌지리와 리-영웅들이여, 런던행 금메달 열차를 타라!’는 평상시보다 회의도 길었고 서체 수정도 많아 다소 고생스러웠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운 특집이었다.
참, 최윤수씨는 ‘네 멋대로 해라’ 편을 통해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일명 ‘전차남’으로…(웃음). 주변의 반응은 어떠했나?
최윤수: TV에 나올 무렵, 방송이 된 시점부터 이후까지 문자메시지가 정말 많이 왔다. 학교 친구들, 잊고 지냈던 지인들에게 연락이 와서 얼떨결에 ‘친구 찾기’를 하게 되었다.(웃음) 정말 잠깐 출연했는데도 폭발적인 수준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무한도전>의 인기와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막의 홍수 시대’라 일컬어질 만큼, 방송 안에서 자막이 과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담당자로서 어떠한 점들을 유념하고 있는가?
이혜령: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막말’ 혹은 ‘비속어’ 등이 걸러지지 않은 채 방송되면서, <무한도전>의 자막에 대한 비판도 일정 부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청자들에게 좀 더 재미있게 보여 주기 위해 다소 강하게 표현한 말들이었는데, 때로는 나쁘게 인식될 수도 있다고 하니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더라. 특히 <무한도전>은 방송 당일 또는 이튿날이면 인터넷 뉴스를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리뷰가 나오기 때문에 누구보다 꼼꼼히 챙겨 보게 된다. 사실 <무한도전>의 한 회 방송을 만들기 위한 의뢰서는 약 200페이지, 두꺼운 책 한 권이 될 정도로 굉장히 많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세세하게 한다손 치더라도 가끔씩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네티즌들이 오타를 발견했다고 뭐라고 할 때는 마음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워낙 시청자들의 수준과 기대치가 높아졌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지난 연말엔 MBC 직원들의 파업으로 제작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그 바람에 외주제작에 의한 <무한도전>이 방영되면서 자막, CG가 상당 부분 축소되었다. 기분이 어땠나? 시청자들도 이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표했다.
최윤수: 사실 식사 중에 그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하는지 다 알고 있기에. 특히 ‘YOU&ME 콘서트’는 다른 특집보다 더 오래, 더 많이 준비했기 때문에 자막이나 CG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미완성으로 방송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정말 아팠다. 시청자들 또한 아쉽다는 반응을 많이 보여서 다시금 ‘CG나 자막이 <무한도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다음 주 ‘콘서트 2탄’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등을 비롯해 엄청난 분량의 CG를 그야말로 마음껏 퍼부었다.(웃음)
CG 작업을 담당하면서 업무적으로 보강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최윤수: 촬영 일정에 쫓기다 보면 어떤 장면은 CG로 커버하기를 원하는 샷들이 있다. 그럴 경우엔 현장에서라도 연락을 주었다면, ‘내 아이디어도 보태 더 멋진 영상을 만들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기회가 된다면 촬영 이후가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부터 함께 회의를 해 보다 기발한 CG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문자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혜령: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감상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엔 채 1초도 나오지 않은 장면에 대해서 오류를 지적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그럴 땐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웃음) 너무 집요하게 파고들지 말고 이것 또한 <무한도전>의 스타일이고 이러한 부분들이 모여 유쾌하고 기발한 예능 프로그램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여러모로 모니터링 해 주고 알려주는 부분은 감사하지만, 지나치게 관찰하는 입장으로 본다면 프로그램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
첫댓글 아하.. 프로의식이 투철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무한도전의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군요.
CG와 자막을 만드는 모습~ 역시 무한도전은 노력과 함께~^^ 그리고 도니형과 함께~
..역시 ..무한도전은. .. 땀과 ..노력에 베어있는 프로그램이군요 ..ㅎㅎ
정말 무도를 사랑하시며 만드시는 모습을 보니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밖에 없네요 앞으로도 더욱 힘써주세요 도니의 부분도 이쁘게 해주시고요... 부탁해요 오늘은 도니의 생일이잖아요 ....
이런분들이있기에.. 무도가 잘되는것이죠.. 크아.. 그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올까..
최고의 프로그램에서 그에 걸맞는 수준 높은 CG와 자막을 만드시는 분들이시군요^^ 무한도전때문에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 때문에 부담도 되시겠지만, 또 보람도 크실 듯하네요.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정말 조그마한 자막 하나로도 우리를 웃기는 프로는 드물지요!!!그대들은 최고입니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