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깎으면서
2026.07.13
금년에 감자를 수확해보니 알도 잘고
큰 것은 가운데가 갈라지고 해서 잘 안되었습니다.
감자 옆에 옥수수를 심었는데 응달이 져서 일조량이 적고
비가 자주내린 탓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요즘 입맛이 없다는 아내가
감자를 삶아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마을 회관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토마토와 감자를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토마토와 감자를 한 상자씩 구매했습니다.
감자박스를 열어보니 검은 흙이 묻어있는
모슬포산 감자였습니다.
당근도 제주도 흙 당근이라고 해서
검은 흙이 묻어있는 당근이 인기가 있습니다.
마침 옥수수를 수확할 때라
옥수수 박스 밑에 감자를 조금 넣어서
육지에 있는 딸에게 보냈습니다.
딸은 이웃들에게 옥수수를 조금씩 나누어 주었는데
마트에서 사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맛있다고 극찬을 하며
이제까지 먹어본 옥수수중 제일 맛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합니다.
아내를 위해 감자깎기로 감자를 깎다가
불현듯 옛날 어릴 때 어머니와 누이들이
숟가락으로 감자 껍질을 벗기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기구로 쉽게 벗길 수 있지만
놋쇠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기던 시절엔
감자 양도 많아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나도 숟가락을 하나 꺼내서 감자껍질을 긁어 보았는데
잘 벗겨지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감자를 벗기던 감자전문 숟가락은
주구장창 감자의 껍질을 긁어내다보면
감자와 닿는 부분에 숟가락 잎사귀가 슬슬 파먹어 들어갑니다.
마치 보름달에서 하현으로 가는 단계의 모양으로~
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은 사진이 있더군요.
옥수수를 따고난 후 옥수수 대를 베다가
또 어린시절 추억에 잠겼습니다.
당시에는 간식거리가 변변치 못한 때라
옥수수대 맨 아랫부분을 조금씩 벗겨 씹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있었습니다.
입으로 조금씩 벗기다 껍질에 입술을 다쳐
피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김장철에는 배추 꼬랑지를 벗겨 먹고
칡뿌리를 캐서 껌씹듯 질겅질겅 씹어
입안이 거므스레 변하기도 하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씹기도 했습니다.
오디, 산딸기, 메뚜기, 방아개비, 개구리는 물론이고
우리가 꿀꽃이라 불렀던 사루비아꽃을 따서
쪽쪽 빨아 꿀처럼 단물을 먹던 기억도 납니다.
젊은 시절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던 일들이
현직에서 은퇴하고 농촌에 살다보니
자주 어릴 적 생각에 잠시 젖기도 합니다.
사는 것은 힘들고 먹을 것도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던 때가 그리워집니다.
아래의 숟가락이라는 시를 읽다가
문득 군대생활이 생각납니다.
저도 군대에서 숟가락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
숟가락의 중요성을 깨달아 그후부터는
숟가락을 상의 주머니에 넣고 다니곤 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소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에서
숟가락을 신발에 넣고 다녔다는 대목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추억이 꼬리를 물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숟가락
- 이영백 -
식구들 하고 간단한 외식을 나가면
내가 제일 먼저 시작하는 일이 있다.
식당의 상에다 먼저 낱장짜리 휴지 한 장씩 놓아두고,
곁들여 수저통에서 숟가락 수저를 놓아 준다.
내자는 이렇게 하는 모양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식구들이 함께 가면 자녀들이 솔선수범하여
부모가 먹을 수 있도록 수저를 놓는 것이 상식일 텐데,
자리에 앉아서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을 스스로 찾아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것을 몰라서 먼저 놓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을 외식하는 식당에 가 보아도
그런 서비스를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솔선수범 시범을 보이고 그렇게 하라는 신호였는데,
자식들이 하라고 넌지시 좀 더 기다려 보란다.
그러나 때마다 아무도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군대훈련에 들어가서 보급품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숟가락 겸 포커처럼 생긴 군대숟가락이었다.
군대숟가락은 숟가락총에 구멍이 나 있다.
아예 배부하면서 숟가락은 고무줄로 상의 포켓에 묶어 두라고 하였다.
숟가락 잃어버리면 밥을 굶거나 손으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군대숟가락이 가장 중요하였다.
시골 숟가락은 감자를 많이 긁어 한쪽 면이 닳아서 감자만 긁었다.
▲ 군대숟가락 변천사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50~60년대 민무늬→ 별표 →육군별표,
70년대 손잡이가 길어짐
맨아래: 포카락 또는 삽수저
첫댓글 읽다보니
감자 찌시려고 감자를깎으시는
엄마의 모습에 가만히 있기 그래서
잘 하진 못해도 숟가락들고 거들던
제 어린시절이 떠 오릅니다.
단장님덕에 어린시절을 소환하고
미소짓습니다~
감사합니다.
올리브님, 오랫만에 들어 오셨네요.
종종 들어오셔서 놀다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