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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제97편 ※
여포의 출병
이튼날, 여포는 상군부를 모아 놓고 명한다.
"유비가 조조와 내통하여 서주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후환을 없애기 위해, 유비가 있는 소패를 치기 위해 출병을 하겠다.
그러니 장요(張遼)와 고순(高順)은 일만 기병으로 관우진영을 기습하고, 송헌(宋憲)과 위속(魏續)은 일만 군사로 퇴로를 끊어라.
나는 대군을 인솔해 소패를 취하고 내 손으로 장비란 놈을 없앨 것이다 !
그리고 대군이 출정하면 진규와 진등이 서주를 지킨다.
모두 명 대로 거행하라 !"
"옛 ! 알겠습니다 !"
상군부의 장수들은 두 손을 모아 읍하며 여포의 명령에 한결같이 대답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두 군을 정비하고 날이 어두워지면, 남문에 집결해 대기하도록 하라 !"
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장수들은 다시 대답을 하고 뒤로 돌아서 뿔뿔히 흩어졌다.
물론 이 자리에는 진규,진등 부자를 비롯하여 진궁도 있었다.
그러나 여포가 <진규, 진등이 서주를 지킨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진궁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고,
상군부가 흩어지자 여포에게 다가가, 자신의 염려를 말한다.
"봉선 ! 서주에는 내가 남아있도록 하겠소."
하고 말하자, 여포가 곧바로,
"아닙니다. 선생은 병법에 능하시니, 적과 대치할 때에 선생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진궁이,
"허나, 서주의 크고 작은성 모두를 진규 부자에게 맡겨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을 듣고, 여포가 진궁의 곁으로 다가와, "선생 ! 아직도 진규 부자를 못 믿으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진궁은 바로, "못 믿겠소." 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한숨을 쉬며,
"선생 ! 선생도 진가, 그들도 진가 인데, 같은 종친끼리 어째 융화를 못하십니까 ?
하 !... 저들은 선생을 공경하는데, 오히려 선생은 저들을 배척하고 모략하지 않습니까 ?"
그러자 진궁이,
"이보시오, 봉선 ! 당장 진씨 부자의 진실 여부를 가릴 수는 없더라도, 서주를 생각하시오.
서주는 우리의 근거지이며, 명맥이 달려있으니, 잃어서는 절대 안 되오.
허니,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시켜서 지키게 해야 하오.
내가 볼 때에는 장요(張遙)와 고순(高順) 장군중에 한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하는 것이 좋겠소."
"선생, 유비의 군사가 적다해도, 관우와 장비, 조자룡 같은 맹장이 있습니다.
내가 셋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소. 그러니 장요와 고순은 필히 데려가야 합니다."
"정 그렇다면, 진씨 부자를 갈라
놓으시오. 하나는 남기고 하나는 데려가시오."
"음, 좋습니다. 그럼, 아버지 진규를 남겨두고, 아들 진등은 데려가지요.
선생은 진등을 더 싫어하시니, 제가 데려가지요. 이제 됐습니까 ?"
그러자 진궁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소." 하고 대답하였다.
이윽고 날이 저물고 한밤중이 되자, 남문앞에 군사들이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진등이 진규에게 말한다.
"아버님, 진궁이 우리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는 행동에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러자 진규가,
"음.... 진궁이 우리를 의심한다고 해도, 여포가 우리를 신임하고 있으니 괜찮다 !"
"출정한 뒤에는 성 밖의 일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성안의 일은 아버님께서 잘 처리해 주세요."
"그래, 수비를 맡은 장수 두 명과 교위 여섯은 벌써 구워 삶아놔서, 모두 조정에 귀순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잘 됐군요. 여포가 패하고 나면, 미친 듯이 서주로 돌아올 것이니, 절대 성문을 열어주시면 안 됩니다."
"걱정마라, 다리와 성문을 지키는 위병들도 모두 내가 직접 뽑은 자들이다."
"네, 그러면 몸조심하세요."
"그래, 너도 조심해라."
진규와 진등 부자는 이 말을 끝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출전 준비를 끝낸 여포가 방천화극을 높이 치켜 들며 병사들에게 명한다.
"출발하라 !"
여포를 선두로 상군부 장수들이 선두를 형성하며 어둠을 뚫고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서주성에서 소패성까지는 40여 리, 새벽에 동이 터 올 무렵에 여포의 대군은 소패성에 다달았다.
그러나 첩자로부터 여포가 대군을 이끌고 소패를 치러 출발했다는 소식을 미리 알게된 유비는 장비를 비롯, 미방등 장수와 함께 성루에 올라 성밖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여포가 공격해 온다니... 성문을 단단히 잠그고 수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
유비가 뒤따르는 장수들에게 당부하니, 장비가, "걱정마시오. 내가 삼천 철기를 이끌고 나가 여포놈을 없애버리겠소."
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여포의 세력이 막강해, 맞서서는 불리하다 ! 미방 있느냐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미방이 앞으로 나서며 대답한다.
"예, 여기 있습니다."
"저들이 공격하기 전에 우리 성은 여포군에게 포위될 것이다.
지금 편지를 쓸 시간이 없으니, 자네가 속히 성을 빠져나가, 조조에게 원군을 요청해라.
또, 관우 진영을 지날때, 내 명이 있을 때만 군사를 움직이라고 전하고, 조조군이 도착할 때 까지, 절대 출병하지 말라고 전해라. 알겠나 ?"
"알겠습니다."
미방은 대답과 함께 성을 빠져나가, 허창으로 말을 달려갔다.
잠시후, 소패성을 포위한 여포가 선두로 나와 성루를 올려다 보며 외친다.
"귀 큰놈 어디있나 ?"
그러자 남문 성루에 서있던 유비가 대답한다.
"여기 있소 ! 헌데, 장군께서는 어찌하여 군사를 이끌고 소패에 오셨습니까 ?"
그러자 여포가,
"조조와 결탁하여 서주를 취하려고 도모했나 ?" 하고 물었다.
유비는 낙담하며,
"뭔가 오해가 있나봅니다.
나는 장군과 협력하여 서주를 지키려 했을 뿐, 조조와 결탁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서주가 함락되면 소패성도 위험해지는데,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겠습니까 ?"
그러자 여포가 뒤에 있는 호위 병사에게 손짓을 했고, 그가 가져온 밀서를 화살에 매달아 유비가 서 있는 소패성 성루로 쏘아 갈기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밀서는 진궁이 사냥가다가 입수한 거짓 밀서였다.
이것을 본 유비가 낙담한 어조로 성밖에 여포에게 소리쳤다.
"장군 ! 이 밀서는 조작된 것이오 !"
그러자 여포는 어림없다는 어조로,
"보았는가 ? 그것은 조조가 너에게 보낸 밀서인데, 잡아 뗀다고 내가 속을 줄 아는가 ?
귀 큰놈 ! 내가 그동안 후대했거늘, 이렇게 나를 배신할 수 있느냐 ?
겉으론 후덕한 척, 속으론 간신같은 네 놈을 용서할 수 없다 !
성문을 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 그렇지 않으면 성을 함락시켜 모두 몰살시키겠다 !"
그러자 유비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한다.
"조조의 소행이 아니라 이건, 진궁이 조작한 짓 같군,
우리 병사가 숫적으로 절대 열세이니, 여포군과 맞서 싸우지 말고, 방어에만 치중하도록 하라 !" 하고 명하였다.
어쨌거나 여포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적장 고순이 맨 먼저 유비가 있는 남문을 공격해 왔다.
그러나 유비는 성문을 굳게 닫은 채 응전하지 않으니, 아무리 용맹한 고순이라도 싸울 수가 없었다.
다음날은 적장 장요가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서문을 친다.
장비가 성문을 열고 내달아 싸우려하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비가 말린다.
"형님은 어쩌자고 싸움을 못하게 하오 ?"
"장요는 의표(儀表)가 밝은 사람이니 우리가 대항하지 않는다면 그냥 돌아갈 것이니 두고 보아라 !"
잠시 후에 성밖을 살펴보니, 과연 장요는 싸울 생각을 접고, 군사를 거두어 돌아간다.
싸움이란 서로 맞서야 승패를 가릴 수가 있는 것인데, 유비는 성문을 굳게 잠그고 지키기만 할 뿐,
전혀 대항치 않으니 시간만 흘러가고 , 공격하는 군사들은 지쳐가기만 하였다.
더구나 여포군은 넓은 들판과 개활지(開豁地) 싸움에 능한 기마대(騎馬隊) 편성인지라 공성(攻城) 장비가 전혀 없었다.
그러려니 조조군과는 달리 가파른 성벾을 타고오를 전투 마차와 포환 투척기, 긴 사다리 등의 장비가 전혀 없었으니, 높은 성벽으로 갖춰진 소패성을 공략하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한편, 여포의 군막에서는 여포와 진궁이 이런 문제로 논의하고 있었다.
여포가 진궁에게 말한다.
"선생, 벌써 사흘째, 병사들이 성문 앞에서 무슨 욕을 해도, 유비가 성문을 굳게 닫아 걸고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않소이다.
※ 삼국지(三國志)제98편 ※
조조의 출병
한편, 허창의 조조는 모사 곽가로부터 서주성의 진규 부자의 모략을 전해 받고, 소패를 치기위해 성을 비운 여포의 서주성을 공략하기 위해, 대군을 출동하였다.
그리하여 본인이 직접 선두로 나서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군을 이끌고, 서주로 서주로 진군을 재촉하였다.
이러는 가운데 행군 맞은 편에서 한 사내가 달려오며 소리를 지른다.
"조 승상, 조승상 ! 어디 계십니까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워~ 워 ~ ! ..."
조조는 말을 멈추게 하고 다가오는 사내를 향하여 물었다.
"내가 조조다 ! 너는 누구냐 ?"
"진규의 시종입니다. 여포가 대군을 이끌고 소패성을 치기 위해 서주성을 비웠다는 말씀을 승상께 드리라고 합니다."
그러자 조조가 만족한 웃음을 웃으며,
"하하핫, 잘 됐구나. 잘 ~ 됐어 ! 어서 가서 진규에게 전해라.
성을 확실히 지키고 여포를 들이지 말라고 말이다.
사흘 안으로 갈 것이라고 진씨 부자에게 전해라. 일이 끝나면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너도 !" "알겠습니다 !"
"조인 ?"
조조가 측근 장수 조인을 불렀다.
"옛 !"
"이 자가 타고 온 말은 지쳐서 안 되겠다. 바꿔줘라 !"
"옛 !"
"그리고 진군 속도를 올리라고 하여라 !"
"옛 !"
이리하여 조조의 선봉군은 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서주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후, 이번에는 갑옷을 입은 장수 하나가 바삐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조조의 수레로 달려오며 소리를 지른다.
"조 공, 조 공 ! ~ "
조조가 수레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한다.
"내가 조조다, 너는 누구냐 ?"
"여포가 소패성을 치려고 대군을 몰고 왔습니다.
급박한 상황이니, 유현덕 장군께서 조 공께 원군을 청하라 하셨습니다 !"
미방은 자신이 누구란 것도 밝힐 겨를이 없이 급하게 달려온 목적을 말했다.
그러자 조조는,
"알았다, 알았어 ! 지금 소패로 가는 것이 안 보이냐 ?"
하고 말하자 미방이 놀라며 묻는다.
"여포가 소패를 공격하는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
하고 괴이쩍게 물었다.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말한다.
"그러게 말야 ? 내가 어째 그걸 알았지 ? 하하... 내가, 점술을 좀 알아서 예측을 잘 하나 ? 하하하...."
한편, 여포의 공격을 받고 있는 소패성에서는 날도 밝기 전에 장비가 성루에 올라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성루에서 밖의 동정을 살피고 있는 병사에게 장비가 물었다.
"적의 수상스러운 움직임은 없느냐 ?"
"없습니다."
"그래 ? 감시를 더욱 엄중하게 하도록 하라 !"
"옛 !"
이렇게 말한 장비가 돌아서려는 순간, 장비의 옆으로 귀를 찢을 듯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화살 한 대가 날아와 벽에 꼿히는 것이 아닌가 ?
장비는 깜짝 놀라며 화살이 날아 온 성밖을 내다 보았지만, 어둠에 묻힌 성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벽에 박힌 화살을 바라보니, 화살에는 편지 한 장이 묶여 있었다.
장비는 편지를 가지고 곧장 유비에게 달려갔다.
편지는 조조가 보낸 것이었다.
<현덕 아우 보시게. 내가 오만 정병을 이끌고 십이일 오전이면 소패성에 도착할 걸세. 그러니 조금만 기다렸다가, 여포군의 후방에서 소란이 일어나거든 성문을 열고 달려나와 협공(協攻)을 해주게. 조조>
유비가 편지를 펼쳐들고 장비에게 다가서며 말한다.
"조조가 곧 도착할 테니, 안팎에서 여포를 협공하자고 하네."
그러자 장비가 활짝 웃으며,
"잘 됐습니다 ! 그놈이 빨리도 왔군요. 이제 힘좀 쓰겠습니다.
하하하 ! 며칠 동안 참느라고 힘들었소."
장비는 신이 나서 말했지만, 의외로 유비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그러면서,
"이상하군 ? 오늘 안팎으로 협공을 하자고 하는데, 조조군이 이렇게나 빨리 올 수가 있단 말인가 ? 그럼 여포가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출병을 했단 말이 아닌가 ?"
그러자 장비는 대수롭지 않은 듯,
"에이, 형님 ! 두 시각만 있으면 해가 뜰 겁니다. 어서 공격 준비나 합시다 !"
그러자 유비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한다.
"좋아, 장수들을 모두 대기시키고, 날이 밝는대로 여포를 공격하기로 하세 !"
"알겠습니다 !"
장비는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날이 밝자 고순이 남문 앞에 나타나서 큰소리로 외쳐대었다.
"귀 큰놈아 ! 당장 나오너라 ! 쥐새끼 처럼 숨지만 말고, 당장 나와서 나와 붙어보자 !"
장비는 성루에서 고순의 악다구리를 지켜 보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으잉 ? 저 개 같은 놈이 ! 으이구 ! 저걸 그냥 !"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유비가 침착한 말로 장비에게 당부한다.
"셋째 ! 너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게 !"
그 순간, 장비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성밖 고순 군사의 뒤를 가리키며 말한다.
"형님 ! 저기 보시오. 고순이란 놈의 뒤에 조조군이 들이닥치는 것 같소 !"
유비가 장비가 손짓을 하는 곳을 보니, 과연 고순의 군사들이 아득한 후방에 나타난 새로운 군사로 인해 동요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결심이 선 유비가 칼을 뽑으며 군령을 하달한다.
"전 군은 들으라 ! 성문을 열고 여포군을 공격하라 !"
곧이어 남문이 열리고, 장비를 선두로 기마 병사들이 성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한참을 달려 나오고 보니, 고순의 군사들은 이미 저만치 물러나 있고, 그들 뒤에 나타난 사람은 성밖에 군영을 치고 주둔하고 있던 관우가 아니던가 ?
장비가 관우를 발견하고 반가운 소리를 외쳤다.
"둘째 형님 !"
그러자 화들짝 놀란 유비가 관우에게 물었다.
"운장 ! 어찌 된 일 인가 ?" 어째서 여기 왔는가 말야 ?"
그러자 관우가 유비에게 말한다.
"어젯밤, 조조가 밀서를 보내와, 소패성 남문 앞에서 여포군을 협공하자고 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유비가,
"이럴 수가 ? 우리가 여포의 계략에 속았다 ! 어서 둘째는 주둔지로 돌아가고, 우리는 빨리 성으로 돌아가자 ! 이것은 우리를 성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여포의 계략이다 !"
바로 그 순간, 여포가 팔천 철기를 이끌고 나타났다.
"귀 큰놈아 ! 이제 너는 틀렸다 ! 배신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 "
그러자 말릴 사이도 없이 장비가 장팔사모를 꼬나쥐고 여포를 향하여 소리치며 말을 달려간다.
"이놈의 자식 ! 주둥이를 영원히 놀리지 못하게 해 주마 !"
양 군은 무섭게 부딪쳤다.
이런 싸움의 와중에 여포와 함께 출전한 진등은 수행 병사를 이끌고 슬며시 사라졌다.
성밖에선 이렇게 유비,관우, 장비가 여포의 정예군을 맞아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고순은 중간에서 군사를 돌려, 소패성의 열린 남문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그리하여 유비는 안팎에서 공격을 받게 되었으니, 진궁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척척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이로써 소패성은 여포의 수중에 완전히 떨어지고 말았다.
유비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던 조자룡이 여포에게 말한다.
"장군과 더불어 천하를 다투는 자는 오직 조조일 뿐이고, 유장군은 이미 조조와 절연된 상태입니다.
자고로 대장부는 남의 처자를 함부로 해치지 않는 법이니, 그의 가족만은 살려 주시는 것이 대장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여포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현덕은 나의 옛 친구이니, 내 어찌 그의 처자를 해치랴.
그들을 서주로 옮겨 편히 살게 하라 !"
하고 조자룡의 부탁대로 관용을 베풀었다.
이번 싸움에선, 숫적으로 우세한 여포군이 유비군을 압도했다.
그리하여 궁지에 몰린 유비는 필마단기(匹馬單騎)로 싸움터를 벗어나 산중으로 피신하였다.
그야말로 목숨만은 건졌지만 신세가 처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동생동사(同生同死)를 맹세하였던 관우와 장비는 어찌 되었으며, 사랑하는 처자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
유비는 목숨을 건졌다는 기쁨보다는 낙백(落魄)과 고독에서 오는 비애가 훨씬 더 괴로웠다.
그리하여 뒤따라 온 소수의 군사를 뒤로하고, 거진 정리되어가는 전쟁터로 관우와 장비를 찾아 나서려고 하자, 부하들이 극구 말리는 것이었다.
"주공 ! 이미 전세(戰勢)는 기울었습니다 ! 지금은 몸을 피하신 뒤, 후일을 도모해야 할 때 입니다 !"
하고 말리며, 유비의 말고삐를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삼국지(三國志)제99편 ※
여포의 퇴각
한편, 소패성을 점령한 여포 앞으로 진궁이 달려오며 말한다.
"장군, 장군! 조조의 대군이 벌써 도착했다는 소식이오!"
그러자 여포가 흠칫 놀라며 묻는다.
"닷새는 있어야 온다고 하지 않았소?
오늘이 사흘째인데?"
"아이고! 조조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시오? 분명히 미리 움직였을 것이오."
"지금 어딧죠? 안 보이는데!"
"당연히 안 보일 수밖에요! 틀림없이 서주로 가고 있을 것이오!"
진궁의 말을 듣고 여포가 화들짝 놀란다.
"서주?" "그렇소!"
"서주를 노린다고? 그렇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어서 서주로 회군한다!"하고 수하 장수들에게 명령하였다.
"가자 !...."
여포는 군사를 몰아 서주성으로 전력질주 하였다.
그리하여 성문 앞에 도착하여 소리쳤다.
"진규! 어서 다리를 내리고 성문을 열어라!"
그러자 성루의 진규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가소롭다는 어조로 대답한다.
"여포? 서주는 원래 유비의 것이었는데 네가 뺏은 것이 아니더냐? 그러나 오늘 나는 서주성을 조조에게 돌려줄 것이다!"
그러자 진궁이 그럴줄 알았다는 씁쓸한 표정으로 여포를 쳐다보았다.
여포는 진규를 믿었던 배신감이 치밀어 올라,
"간사한 놈! 배신을 해?"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진궁이 여포를 바라보며,
"저 간신에게는 배신이 밥 먹는 것 보다도 쉬울거요!"하고 대답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여포가 주위의 장수들에게 명한다.
"진등, 어딧냐? 당장 잡아와! 그놈의 머리를 베어서 협박을 해야겠다!"하고 말하자, 진궁이 추궁하듯이 대답한다.
"아직도 상황을 모르겠소? 진등은 벌써 자취를 감췄소!"
이 순간, 후방의 병사가 소리친다.
"조조군이 옵니다!"
"조조군이다!"
"응?"
여포를 비롯한 병사들이 순간, 화들짝 놀랐다.
여포는 조조군이 나타났다는 난감한 상황이 닥치자 진궁에게 호소하듯 물었다.
"큰일이로군. 선생! 어떡해야 합니까?"
"서주 각군(各郡)은 이미 조조 수중에 넘어갔을 것이고, 후성 장군(候t成 將軍)이 지키고 있는 하비성
은 함락되지 않았을 것이오.
그 쪽에 잠시 머무는게 좋겠소!"
그러자 잠시 결정을 머뭇거리던 여포는 더 좋은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비성으로 퇴각한다!"
하고 명하였다.
"가자 !...."
여포군은 조조군과 맞서기도 전에 서둘러 서주성 동쪽 산 속에 있는 하비성으로 서둘러 퇴각하였다.
한편, 조조는 대군을 이끌고 유비와 함께 서주성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만치서,
"형님!~"
"형님! ~ 형님!"
조조와 함께 서주로 가던 유비를 향하여 불현듯 나타난 관우와 장비가 반가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아니? 둘째, 셋째!"
두 아우를 발견한 유비는 말에서 뛰어내려 달려오는 두 사람에게 뛰어갔다.
"형님 !"
"형님 !"
"무사했군,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
세 사람은 서로 얼싸안고 재회를 기뻐하였다.
"저는 셋째와 함께 포위를 뚫고 형님을 찾느라고 혼났습니다."
관우가 말한다.
그러자 장비도 한마디 한다.
"형님! 애타게 찾았는데, 이렇게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둘째, 셋째도 모두 무사하다니! 하늘이 도우셨구먼!"
"하하하하 !...."
세 사람은 서로서로를 마주보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내가 형님에게 그랬잖소? 큰 형님은 하늘이 내리신 분이라 어떤 어려움에도 살아날 분이라고, 응?"
장비가 관우를 보며 웃어젖힌다.
그러자 유비가 두 사람을 보며 말한다.
"둘째, 셋째는 진정한 호걸이네, 하하하!..."
이렇게 세 사람이 무사히 만난 것을 기뻐하고 있을 때, 세 사람 앞으로 조조가 조용히 다가와서,
"현덕! 내 말이 맞지 않았나? 형제들도 무사하고 성도 남지 않았나?"하고 말한다.
그러자 유비가,
"형제들이 무사 한 것만 족 할 뿐, 서주성은 조 공께서 가져가십시오!"
하고 말하자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성격 한번 시원하군!"
하고 대답하였다.
이윽고 조조의 대군이 여포가 퇴각한 서주성에 이르자, 남문은 조조를 맞기 위해 활짝 열려 있었다.
성문 앞에는 성안의 관료들이 줄을 지어 나와 있다가 조조가 수레에서 내리자 일제히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특히 진규 부자는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하면서,
"저희 진규 부자가 조 승상을 뵈옵니다."
하고 말을 하니 조조가 손수 진규와 진등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한다.
"수고 많으셨소. 어서 일어나시오. 두 사람은 조정에 큰 공을 세웠소.
내가 천자께 상주하여 그에 맞는 벼슬을 내리도록 하겠소."
그러자 진규 부자는 조조를 향하여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며,
"고맙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조조는 수하 장수들을 이끌고 서주 성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뒤따르던 모사 곽가가 아뢴다.
"주공, 여포군이 하비로 옮겨 갔다 합니다."
그러자 조조가 즉석에서,
"조인?"
"예!"
"병사들을 사흘간 쉬게 하고, 아니 !... 오늘 하루만 푹 쉬게하고, 내일은 하비성을 공격한다!"
그러자 조인이 품한다.
"주공, 병사들이 이미 육백 리를 달려왔습니다.
병사들은 버텨도 전마(戰馬)들이 못 버팁니다. 하루 가지고는 아마..."
그러자 곽가가 조인의 말 중간에,
"여포가 기세가 꺾였으니 이 기회를 놓치면 여포는 원소에게 투항할 것입니니다.
그렇게 되면 원소의 세력만 커질겁니다."
"들었는가, 조인 ?"
조조가 단호한 어조로 조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조인은 두 말없이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한편, 하비성으로 퇴각한 여포는 초선과 함께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잠시후, 여포의 내실로 들어오던 진궁이 이 모습을 보고 기막혀 하면서,
"아이고! ~, 봉선 ! 전쟁을 피해 하비로 피신한지 얼마나 됬다고?... 보시오! 그 새를 못 참고 음주가무를 즐긴단 말이오?"하고 말하자,
여포가 술에 취해 꼬부라진 혓소리로,
"선생, 나도 좀 쉬는 중이오!"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진궁이, "아시오? 지금 밖에는 군심이 어지럽고 부상자들이 가득한
데, 일 군의 통솔자가 이러고 있어서
야 되겠소?
어서 나가서 그들을 위무해 주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벌써 한바퀴 순찰을 돌고 들어온 길이오."
"상황은 어떻습디까?"
그러자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에 찬 어조로,
"하비성은 서주성 못지않게 견고합니다.
성내 양식도 충분해서 백일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정도이고 성밖에는 사수강이 흐르는데, 물살이 거세서 조조의 대군이 온다 해도 성만 사수하면 끝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런 일로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바로 그때,
"보고합니다! 조조군이 성문 앞에 나타났습니다!"
하는 보고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진궁이 여포를 쳐다보며,
"들으셨소? 조조군이 또 왔소! 장군이 음주 가무를 즐길 때, 저들은 한시도 안 쉬고 우리를 쫒아온 것이오."
그러자 여포가 수문병에게 즉각 명령한다.
"성문을 닫고 응전하지 말라!"
"알겠습니다!"
수문병이 명을 받고 물러갔다. 그러나 그 순간 다른 수문병이 달려온다.
"보고합니다!"
"뭐냐?"
"장군! 조조가 지금 성문앞에서 장군을 만나자고 합니다."
"날 만나자고?"
그 말을 듣고, 진궁이,
"봉선! 조맹덕은 교활한 자이니, 절대 상대해서는 안 되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고개를 흔들며,
"만나는 거야 어떻습니까? 어쩌면 화친을 청 할지도 모를 일이고..."
그러자 진궁이 얼굴을 찌푸리며 어림없다는 어투로,
"아이고! 어쩌면 이렇게 순진한 것이오?
엉?"하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머쓱해진 여포가,
"선생은 먼저 가 계시오.
나는 갑옷을 챙겨입고 가겠소."
하고 다른 말로 돌려버렸다.
진궁이 뒤로 돌아서 나가자,
여포는 시종에게 명한다.
"방천화극을 준비해라!"
"예 "
※ 삼국지(三國志)제100편 ※
조조의 회유와 진궁의 의각지세
(倚角之勢)
초선이 여포의 갑옷을 챙겨주며 말한다.
"장군, 공대 선생은 충심으로 말씀하신겁니다.
그러니 선생 말씀대로 하세요."
그러자 여포가 퉁기듯 말한다.
"진궁의 충심은 알지만 너무 오만방자 하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초선이,
"장군은요? 장군은 그렇치 않나요?
소첩이 알기엔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사람은 장군이신줄 알았는데요..."
하고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어서,
"장군, 생각해 보세요. 전에 진규 부자가 장군께 얼마나 겸손했습니까? 그런 겸손 속에 간사함이 있었잖아요?"
그러자 초선의 말을 가만히 듣던 여포가 두 눈을 꿈쩍이며 말한다.
"당신 말이 맞소! 진궁에게 부끄럽군."
그러자 초선이 아름다운 자태를 살랑살랑 흔들며,
"용맹함에 있어서는 장군이 천하무적이고 지략에 있어서는 공대 선생에게 비하면 장군은 어린애에 불과해요.
됬어요, 얼른 가셔서 공대 선생과 어떻게 하실지 상의하세요. 어서요 !..."
"응 !..."
잠시후, 하비성 남문이 열리고 방천화극을 한 손에 꼬나 쥔 여포가 사수강(泗水江) 건너에 서 있는 조조의 앞으로 말을 달려 나왔다.
그러자 망연히 기다리고 있던 조조가 여포를 향해 예를 표하며,
"봉선! 반갑네, 반가워 ..."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
그러자 여포가,
"맹덕 형, 오랜만이오!"
하고 덤덤하게 대꾸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렇군! 동탁 승상부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지? 오랫만에 보니 더 반갑구먼, 하하하!"
그러나 여포는 적의(敵意)를 갖고 대꾸한다.
"솔직히 말해, 내게는 오 만의 군사와 백일 치의 군량이 있소.
보다시피 하비성은 높이가 삼장(三丈)에 두께가 이척(二尺), 삼면(三面)이 강으로 둘러싸여 난공불락이지."
그러자 조조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말한다.
"봉선! 오늘은 그런 말을 듣자고 온 게 아니고, 옛 정을 생각해 회포를 풀려고 온 것이오!"
"회포?"
"그렇소! 나도 솔직히 말해주지. 나는 천하의 제후들 중에 봉선, 자네 외에는 그 누구도 두렵지 않고 그 누구도 존경치 않치! 한 마디로 말해 이 조조가 여포를 경애한다는거요!"
"진심이오?"
"당연하지! 생각해 보시오. 동탁이후, 원술, 원소, 유표, 도겸, 공손찬 등이 있지만 그 누구도 천하통일을 못 한 것이 무엇때문이겠소?
그건 바로, 여포가 있었기 때문이오. 장군이 동탁을 도울 때, 동탁은 수도를 장악했고 또 원술을 도울 때는 원술이 황제를 칭하지 않았는가 말야! 하하하....
유비를 도울때는 심지어 싸우지도 않고 서주를 취하지 않았소?
그래서 사람중엔 여포, 말 중엔 적토마 !... 과언 허언이 아니었소.
게다가 방천화극까지 가지고 있으니 천하 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 .."
그러자 조조의 칭찬에 의쓱해진 여포가 뺀줄뺀줄 웃으며,
"그럼 물론이지!"하고 의기양양하게 대꾸하였다.
조조의 말이 이어진다.
"그것만 보더라도 장군이 나를 돕게 된다면 이 조조의 대업 달성이 쉬울 텐데 안타깝소.
여 장군이 요 몇 년 동안 동분서주 했지만 승패가 불분명했고 행선지도 명확하지 않아서 각지 제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 하하하...
장군을 받아 들이자니 성을 뺏길 것 같고 장군을 없애자니 도저히 힘으로는 못 당할 것 같단 말야, 안 그렇소?"
"그렇소, 맹덕형의 말이 맞소!"
"해서 나도 고민을 해 왔소.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죽기살기로 싸우기 보다는 모험을 하는 것이 어떤지?
그렇다면 어떤 모험을 하느냐? 우리가 동맹을 맺고 대업을 도모하는거요.
우리 둘이 손을 잡으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소! 봉선! 잘 들으시오. 내가 가진 모든 군마를 넘기겠소.
장군이 삼군 대원수가 되어서 전투에 전념하고 나는 군량과 무기를 제공하리다.
내가 싸움은 못 해도 지원은 잘 할 수 있소. 그게 이 조조의 장점이 아니겠나?"
그러자 여포가 호쾌하게 웃으며,
"하하하 ! ... 동탁이 그렇게만 했다면 벌써 황제가 됐을거요."
"그럼, 그럼, 그럼... 옳은 말이오. 동탁이 우둔해서 장군의 진가를 몰라 본 거지,
봉선! 우리 화친합시다. 응?"
조조는 매우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바로 이 앞, 우리 앞에 있는 사수변에서 서로 피를 섞는 혈맹을 맺고 결의 형제가 되도록 합시다. 어떻소. 응?"
그러자 수세에 몰린 여포는 갈등을 한다. 그러자 성루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진궁이,
"조맹덕! 아직 날 기억하시오?"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조조가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소리가 난 성루를 올려다 본다.
"어, 어 ! 공대 형 아닌가? 그동안 내가 보고싶어서 어떻게 지냈소? 그때 술 한잔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
그러자 진궁이 소리친다.
"술은 필요없고, 자, 이거나 받으시게 !"
하면서 화살 한 대를 조조에게 쏘아 갈기는 것이었다.
"피융 ~..."
진궁이 쏜 화살은 조조가 타고 있는 말의 발 앞에 꽂혔다. 그러자 말이 놀라며 요동을 쳤다.
"워 ~워 ! ~..."
이번에는 진궁이 여포에게 소리쳤다.
"봉선! 어서 들어오시오. 어서!"
이렇게 사수변을 앞에 둔 두 사람의 대화는 진궁의 화살 한 대로, 끝나고 말았다.
조조는 군영으로 돌아와,
"괘씸하다, 괘씸해! 진궁이 화살만 쏘지 않았어도 그 멍충이가 넘어왔을 텐데, 진궁이 훼방을 놓았구나.
내 이 자는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그러자 조인이 말한다.
"주공, 여포가 버틴다면 강공으로 밀어 붙이시죠."
그러자 조조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네는 하비성 성곽을 보지 못했나?
여포가 말 한 것 처럼 하비성은 난공불락이야. 강공을 하면 우리 피해가 막심할 것이야."
그러자 모사 곽가가,
"주공, 제게 비책이 있습니다."
하고 말 문을 열었다.
"뭔가?"
"사수를 이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조인이 곽가에게 물었다.
"성을 지키라고 있는 강을 어떻게 공격에 이용한단 말이오?"
그러자 조조가 손을 들어 조인의 말을 막고, 곽가를 가르키면서 계속 말할 것을 표시하였다.
그러면서, "말 해 보게."
"하비성을 둘러싸고 있는 사수강이 여포에게 득이 된다면 실도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우기가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곽가는 손에 들고 있는 주먹돌 하나를 그들의 발 밑에 고인물에 <철썩> 던져 넣었다.
"음 !.... 하늘이 돕는구나!"
조조는 모사 곽가의 말과 행동에서 그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벌써 알아차렸다.
한편, 하비성 안에서는 여포와 진궁이 한자리에서 조조군을 맞아 싸울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진궁이 말한다.
"조조군은 먼 길을 온 지라 모두들 <지금쯤>은 지쳐있을 것이오.
두 달 이상만 우리가 버틴다면 철군할 수밖에 없지."
그러자 여포가 염려를 담아 묻는다.
"성을 공격하지는 않을까요?"
"물론 공격하려 할 것이오. 하지만 지금은 우기(雨期)라 움직이기 보다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이럽시다, 봉선! 조조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장군이 철기를 이끌고 성밖에 고지대에 진영을 구축하고 조조군이 성을 공격할 때에 그들의 뒤를 치고 나는 성안에 남아 대항하면, 의각지세(倚角之勢)를 형성할 수가 있소.
그리고 만약 조조가 장군을 치면 이번에는 내가 조조군의 후방을 치는거요.
그러면 조조는 앞뒤로 둘러싸여 낭패를 겪게 될 것이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생각이군요. 의각지세?
선생 말씀대로 합시다."
"좋소! 지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시행합시다."
진궁은 이렇게 말하며 군사들을 준비시키려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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