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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생일축하모임을 가졌습니다.
필리핀사람인 세를리나와 홍콩사람인 앨리스, 두 사람의 생일축하.
제가 전에 살던 아파트에 그들은 아직도 살고 있기에
그곳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그들을 만났습니다.
키가 아마 145cm쯤 밖에는 되지 않을 것같은 피오나와 앨리스 자매
세를리나, 저
이렇게 네 사람.
원래 토니할머니와 앤 할머니가 있었는데
97세인 토니가 이제 혼자 살 수가 없어 시니어홈으로 갔기에
토니의 친구인 앤도 모임에서 빠졌습니다.
그날 세를리나의 얼굴이 훠언합니다. 방실방실 웃고.
몇 주 있다가 인도로 여행을 간다는군요. 3주간.
식당으로 가면서 '이거 쓸 수 있겠냐'며 제게 갖고 있던 천까지 전해줍니다???
속셈이 있었던 거지요.
이달 마지막 토요일에 자기 교회에서 기금모임저녁식사와 다문화행사가 있는데
제 작품을 좀 기증해달라는군요.ㅎ
몇년전에도 그런 모임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제가 그 행사장에서 돈을 내고 테이블을 빌려 작품을 팔았고 솔로로 노래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기증받은 물건들을 경매로 파는 일만 있다네요.
작품을 기증하면 20달러짜리 입장티켓을 주겠다...
기증을 하면 어떻게 물건을 전달하냐고 물었더니
다음 화요일 마종게임시간에 오겠답니다.
게임 멤버인 마리아에게서 받을 기증물건도 있어서...???
바빠서 우리게임에서 완전히 빠지겠다고 했었는디
이제 자기가 필요하니 오겠다고라?
와서 게임을 할 것인지 그냥 물건만 가져갈 것인지는 모르지만
흠...
스케줄을 체크해보마고 대답을 했습니다.
세를리나...
못말립니다.
글쎄요, 필리핀사람들의 특징일까요?
안정감이 없는 것 말입니다.
갖고 있어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쫒기다...
싸구려, 공짜 좋아하고 말이지요.
아무래도 나라가
치안도 불안하고
너무 찢어지게 가난해서 그럴까?
그녀는 50년 가까이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선생하다가 퇴직해서 받는 연금도 많고
단독주택을 팔아 아파트로 이사를 했기에 여윳돈도 있건만
일년에 비행기 타는 여행을 아무리 못해도 3번은 하며 수천달러씩 쓰면서도
몇달러 푼돈을 아끼려고 주변 사람들을 쥐어짭니다.
애처로운 표정으로 부탁해대며 말이지요.
자기에게 필요하다 싶으면 정말 친절하게 대하고
필요없다 싶으면 고개를 돌리고.
제가 그런 그녀의 실체를 몰라 2년 넘게 이용을 당했었군요.
그러고나서 보니 저처럼 이용을 당한 사람들이 또 많구요.
알고나서는 거리를 두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생글거리며 친절을 떠는 것이
제게서 얻어내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겁니다.
흠...기증을 할 수도 있긴 하지요.
선교활동을 위한 기금모음일 겁니다.
선교활동...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자기들 가진 종교이론으로 채울 작정.
우리나라에도 그런 선교활동이 들어왔기에
이렇게 기독교, 천주교가 번성을 했지요.
기여를 한 것이 왜 없을까요?
하지만 폐혜도 엄청났음을 보다.
어느 나라에 같은 상황이 벌어지도록
그런 활동에 도움을 줘?
고개가 흔들어졌습니다.
세를리나의 그 약삭빠른 처신에
동의해줄 마음도 없구요.
오늘 아침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알고보니 같은 날 우리 교회에서도 행사가 있어
못가겠다.
사실 행사가 있긴 있거든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정오부터 5시까지 하는 행사
그리고 저녁 파트락파티와 카드게임하는 모임.
그곳에도 아마 안갈 겁니다. 제가.ㅎㅎ
그러면서도 그것을 핑계 삼아 세를리나의 요청을 거부한 거지요.
이제 우리나이 73세가 된 세를리나.
평생 그녀의 얄팍한 생각과 짧은 안목의 처신을 못벗는군요.
왜?
그녀는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모르고 있거든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얼마나 계산적인지
얼마나 짜디짠지
모르고 있더라...
모르니
고칠 수 없지요.
그래서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대놓고 화를 못내는 겁니다.
본인이 모르고 그러니
화를 내봤자
상대방은 억울하다는 반응밖에 안할 것이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을 파악하는 일임을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이 모른다.
그래서 남들이 나에게
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이해를 못하다.
생각해보면 도인이란
이 파악을 잘 하는 사람같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다.
그래야만
남들을
제대로 보지요.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운한 것이 많고
억울한 것이 많고
다른 사람들이 온통 이상하게 느껴지다.
이 세를리나
코웃음이 쳐지고 화가 나다가도
측은해지곤 합니다.
한숨이 나구요.
저렇게 살다 갈 것이구나...싶고.
에고,
사돈 남말 하는 것이겠지요?
너는 어떤데???
휴우...
이제 일어나 노래하러나 가야쓰것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그녀의 요청을 이렇게 거절을 했으니
다음 번에 만나면 세를리나 얼굴이 어떨꼬???
벌써부터
웃음이 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