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새벽 아스널 v 리버풀 전을 해설했던 김민구입니다.
지금 기분이 얼떨떨 한데요,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모르습니다.
일단 경기 내용과 관련해서,
1. 채임벌린의 추격골, '물론 잘 찬 슛이지만 미뇰렛도 조금 쉽게 골문을 허락했다'
라는 제 멘트는 슛이 골절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굉장히 근거리에서 찼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적절치 않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죄송합니다.
2. 후반전 전술변화를 전혀 짚어내지 못했다.
사실 후반전 시간이 가면서 양팀의 포백, 그 포백을 보호하는 선수들의 협력수비, 포메이션이 어떻게
시시각각 변해가는지, 지쳐가는지 풀어내고 싶었는데 5골이 터져나오는 흐름속에 저도 같이 흥분해서
해설로써 곁들여야 하는 포인트를 많이 놓쳤습니다. 오늘 경기를 마치고 사실.. 제 자신에 실망도 많이 했는데..
흥분할때 하더라고 항상 냉철하게 전술변화를 주시하는 김태륭 해설의 방송을 볼때마다 많이 배우고 다짐도
하고 했었는데 아직 제 실력이 모자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2.1 김태륭 위원
김태륭 위원은 비선출인 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존중해주고 동갑인걸 알았을 때부터 친해지자, 말 놓자 먼저
배려를 많이 해준 진짜 고마운 사람인데.. 아직 말을 놓는게 조금 어색하네요. 사석에서 이야기할때 느껴지는
전문성이 방송보다 더 대단한 사람입니다.
3. 런던 FA Level 1 코칭 자격증
해설자로써, 선출은 비선출이 가지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편하게 공부할때 훨씬 더 힘든 시간을, 단내나는 땀방울을 흘렸던 분들입니다. 제 아버지께서도 짧은 학교생활 동안 복싱 선수로 뛰셨고, 아버지의 사랑의 교육방침으로 제가 한국나이 고3때 동아대 레슬링부와 3개월동안 같이 운동을 한 적이 있기에 한국 엘리트 체육의 치열함은 어깨너머로 나마 잘 알고 있습니다.
경기를 보는 시야에서 절대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데까지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 된다는 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대학교 졸업장보다, 저 자격증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밝히고 싶은 사실은, Level 1 자격증은 영국 FA에서 공인하는 가장 낮은 등급의, 가장 어린 나이의
유소년만 지도할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시험이며, 누구나 축구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딸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레벨은 UEFA 코치 코스 부터입니다. 축구판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명함도 못 내밀 아주
기초적인 자격증으로 전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4. 에이전트 경력
저는 정확하게는 영국에서 어시스턴트 에이전트로 일했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야심차게 내디딘
스포츠 업계에서의 첫발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29살에 현역 입대를 결심할 때까지, 한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야심차기만 했던 아마추어였고 맨땅에 헤딩만 할 줄 알았던 풋내기였습니다. 물론 여러 값진 경험을
했지만, 결과로 놓고 보면 저는 철저하게 실패했던 낙제 어시스턴트 였습니다.
5. 영국 컨설팅 회사, 연봉 2억설
제가 영국에서 다녔던 회사는 노팅험 소재의 ISO 인증 컨설팅 회사로서 제 연봉은 2억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취업이 굉장히 힘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졸업, 굉장히 낮은 연봉으로 입사하여 단기간에 연봉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1년만에 계약직 > 정직원으로 승급한 탓도 있고, 제가 일주일에 기본 3~4일 정도는
야근할 때가 많아 실수령 연봉이 2배 정도로 뛴것은 맞습니다. 이 '2'라는 숫자가 와전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6. 야구에서 축구로.
저는 작년 MLB 해설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감사합니다) 올해 축구로 전향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MLB 해설 데뷔 전년도에 KFA TV(대한축구협회 TV)의 해설위원으로
초중고 대회, 대학U리그, 3부 챌린저스리그, 여자실업 축구등을 중계하면서 축구로 먼저 데뷔했습니다.
올해 2부 챌린저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을 중계하면서 한국의 거의 모든 아마추어-프로리그를 중계해 본 경험은
제 얼마 없는 자산 중 하나입니다.
7. 저는 영국 20부리그에 해당하는 이슬링턴 미드위크 리그에서 선수로 뛴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동네축구입니다. 하지만 영국 FA가 직접 관리하는 리그이며 팀에 세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1인 이상
없으면 등록자체를 받아주지도 않을만큼 동네축구 치고 살짝 진지한(?) 리그입니다. 당시 팀에 영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하던 선출 선수가 몇명 있었는데 아마 저같은 쌩짜(?) 일반인 선수 때문에 속이 터졌을 겁니다..
우리 팀이 1승을 하는 과정이 네이버 기사로 나간적이 있는데 링크 첨부합니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638717
8. WALCOTT 은 '월콧'이 맞습니다.
놀라시겠지만 저는 유학 좀 했다고 혀꼬는 사람들 싫어합니다. 오늘 경기도 들어가기 전에 '꼭 한국식으로 발음 제대로 해야지'
하고 Theo Walcott 선수를 외래어 로마 표기법을 보고 '테오 왈콧'이라고 적어 놓았는데, 아니 경기에 들어가고 나니
제 정신은 어느새 새하얗게 돼버렸고 앞 이름은 영어식으로 th l 오, 뒷 이름은 적어놓은 데로 왈콧 으로, 정체불명의 발음을
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경기에 몰입하다 보니까 제가 정체불명의 발음을 하고 있는 지도 몰랐습니다. 그 외에도 페예노르트,
톱 레프트 코너...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저는 동네축구만 하다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축구를 제대로 배웠습니다. (영국은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 축구부가 있고
선택된 엘리트만 운동을 하는것이 아니라 일단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취미로 즐기다가 재능이 있는 선수는 상위레벨로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알고 있는 축구용어들을 모두 영어로 처음 배웠습니다. 가끔씩 제가 하이라이트 장면때 멈칫..
다시 말을 이어갈때는 단어가 영어로 먼저 생각이 났다가 급하게 변환되는 오작동 기간입니다. 그래서 제 말투가 번역투로
나올 때도 많아 듣기 거북하실 때가 많으실 겁니다.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내에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두서없는 글이 되었네요. 사실 너무 과분한 칭찬이 많아 너무 쑥쓰럽고 그랬는데 제 실체보다 훨씬 부풀려진
칭찬만큼은 꼭 바로 잡아야 할 것 같아 부족한 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올시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민구 드림
P.S 운영진 님께서 인증 사진을 하나 올려달라고 하시어 이번 시작 개막전 SPOTV 해외축구팀 워크샵 사진을 올립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힘들겠지만 저희 SPOTV 가족도 항상 새벽에 잠을 설치며 스포츠를 사랑하는 열정과 카페인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입니다. 많은 사랑 주시면 꼭 좋은 중계로 보답하겠습니다.

나이스!!
님같은 분은 성공할 수 밖에 없네요 정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후반부터 입소문듣고 중계들었는데 꽤 신선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화이팅!!
파이팅!!
탑승
댓글보시나요?,ㅋㅋㅋ
리버풀 프리킥스페셜리스트 업서여ㅜㅜ 프리킥 코너킥이 약점..
그거 빼곤 아주좋았습니다
올시즌 케클해설하실때부터 해설 잘한다고 알아봤었습니다. 국톡에서도 해설 호평 많았던거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epl에 가서도 호평받으시는거 보니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케클해설을 계속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하신다면 좋은해설 부탁드릴게요~
민구씨 해설 잘 듣고 있습니다 혹여나 초심을 잃을땐 위 댓글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다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계속해서 좋은 해설 부탁드려요! 보이지 않는곳에서 항상 응원합니다^^
MLB해설때 너무 잘들어서 떠나서 아쉬웠습니다. epl뿐 아니라 기타다른 유럽리그 중계할때도 정확한 해설부탁드립니다. K리그두요. 화이팅입니다!
좋은 해설 기대합니다! 혹시 답변해주실지 모르겠지만 영국 현지에서 축구를 배우셨다고 하셨는데 컷백,조깅백,바텀체인지,포어체킹 이런 단어들이 현지에서 쓰이는 축구 전문용어인지 여쭙고 싶네요..
님이 왜 대단한 사람이냐면요 전 님이 김민구라는사람인지 mlb해설자인지도 전혀모르는상태에서 케클중계보다가 이사람 해설 정말잘한다 하며 누군지 알아보려고 검색까지 했어요 그정도로 정말 신선하고 능력있는 사람이에여 앞으로도 경기 잘볼게요
앞으로도 좋은 해설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김민구 해설님 호평 받으셔서 제가 다 기쁩니다. mlb 중계 정말 잘 들었거든요. 해설 다시 듣게 돼서 반갑고요, 당시에 건강이 안 좋으셔서 고생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시즌 부디 무탈하셨으면 합니다. 다만 제가 감히 주제넘게 첨언하자면... 너무 많은 정보를 주시려다 보니 듣는 입장에선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종종 있더라고요. 가끔은 느슨하게 중계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스날 vs 리버풀 경기를 말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mlb중계 한시즌을 다 듣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스포티비 너네는 김민구 해설위원한테 서운하게 하면 가만안둬......
그날 경기때 누구지 처음 듣는 목소리네 하면서 경기 봤는데
키 포인트 찝어 주시고 선수 일화, 구단의 사정 골리의 3요소등 정말 축구 많이 보고 준비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해설 부탁합니다!!!
탑 레프트 코너 할때 약간 으아 하긴했는데 ㅋㅋㅋㅋ잘들었어요
오호잉
축구에 관심가진지 얼마 안돼서 지식이 많이 부족했는데 이번 맨유vs사우스햄튼 해설듣고 완전 반해버렸어요ㅠㅠ 축구도 더 좋아지구요! 정말 많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저같이 축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신세계였네요!! 앞으로도 좋은 해설 부탁드려요 :)
맨유 소튼전으로 김민구 해설위원님 처음 알았는데 해설 정말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