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전
원제 : Safety Last!
다른 제목 : 안전 불감증
1923년 미국영화
감독 : 프레드 C 뉴메이어
출연 : 해롤드 로이드, 밀드레드 데이비스
양복을 입고 채 높은 건물의 시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남자, 이 영화 제목을 모르더라도, 이 영화 주인공 해롤드 로이드 라는 배우를 모르더라도 이 사진을 낯익에 보신 분들은 제법 있을 것입니다. 슬랩스틱 코미디 시대를 상징하는 1920년대 무성영화를 거론할 때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이 사진은 찰리 채플린이 기계속에 빨려들어간 '모던 타임즈'의 사진과 함께 꽤 유명한 장면의 사진입니다. (물론 '모던 타임즈'는 무성영화 시대가 이미 지나간 1930년대 작품이지요)
무성영화와 슬랩스틱 코미디 하면 우선적으로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외에도 뿔테안경과 친근한 웃음으로 서민적 코미디를 안겨준 해롤드 로이드 또한 무성영화 시대의 코미디를 이끈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오늘은 그의 대표작이자 시계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진으로도 많이 유명한 '마침내 안전'이라는 영화 이야기입니다.
'마침내 안전'은 우리나라 DVD 출시 제목이고 네이버 영화에서는 '안전 불감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둘다 뭔가 좀 애매모호한 제목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무튼 이 영화에서 도대체 왜 주인공 해롤드 로이드는 높다란 시계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을까요?
해롤드는 도시에 가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하고 도시에 옵니다. 반드시 성공하여 집을 살 돈을 마련하여 당당히 결혼하려는 생각으로 그는 열심히 일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애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성공한 것처럼 편지를 쓰고 근사한 목걸이까지 사서 보냅니다. 하지만 실상은 방세까지 밀려 있었고, 아주 힘든 판매직을 하며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걸이를 사려고 밥까지 굶는 신세입니다. 목걸이 선물을 받은 애인은 남자가 혼자서 큰 돈을 도시에서 관리하는게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여 해롤드를 만나러 직접 도시로 찾아옵니다. 해롤드의 직장에 예고없이 찾아온 애인, 해롤드는 매니저인척 하면서 애인을 속이지만 눈치없게 빨리 가지 않고 사무실을 구경하겠다는 애인 때문에 난감한 상황을 겪는데 기지를 발휘해서 위기를 잘 넘깁니다.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회사에서는 손님을 많이 끌고 오는 직원에게 1,00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하고 해롤드는 높은 빌딩에 잘 오르는 친구가 떠올라 그 친구를 홍보로 이용하려고 합니다. 기자들에게 연락하여 판매행사로 높은 빌딩 오르기 묘기를 보여주겠다고 홍보한 해롤드, 하지만 많은 군중이 모인 상황에서 친구는 악연이 있었던 경찰에 쫓겨서 사라지고 어쩔 수 없이 해롤드가 대신 빌딩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도 그랬지만 슬랩스틱 무성영화의 묘미는 타이밍을 척척 맞추는 재미입니다. 이 영화도 초반부부터 절묘하게 타이밍을 맞추어 실수연발을 하는 묘기(?)가 보여지면서 주인공 해롤드는 수난을 겪습니다. 1920년대 영화지만 그 당시의 미국은 이미 거대한 건물과 자동차, 군중, 전차 등 복잡한 도시로의 외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1920년대 초반 미국 대도시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흥미거리입니다.
영화 초반부터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실수와 수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특히 월세금 독촉을 하러 찾아온 집주인을 피해서 '인간 옷걸이'가 되는 장면이 재미납니다. 회사에 지각할 상황이 되어 환자로 가장하여 구급차로 가는 장면을 비롯하여 슬랩스틱 코미디의 묘미가 가득한 재치있는 장면들이 가득한데 특히 하일라이트는 후반부 20여분 동안 벌어지는 건물오르기 장면입니다. 원래 친구가 오르기로 했던 것인데 대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고층건물을 한층 한층 아슬아슬하게 오르는데 온갖 난관이 펼쳐집니다. 창문에서 막대기를 쑥 내미는 일꾼을 만나기도 하고 그물에 걸려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난데업이 비둘기들이 날아들기도 하고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하고... 그리고 유명한 사진처럼 거대한 시계에 대롱대롱 매달리면서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이 작품도 서민 주인공이 돈을 벌어서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고달픈 수난을 당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결말이야 극적으로 애인과 결합하는 훈훈한 엔딩이지요. 찰리 채플린이 사회성이 강한 부분을 담고 있고, 버스터 키튼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묘기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한다면 해롤드 로이드는 그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친근한 외모와 감정에 맞에 움직이는 표정으로 좀 더 가까운 이웃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해롤드 로이드는 1910년대 단편부터 시작해서 1920년대에 슬랩스틱 코미디로 맹활약한 무성영화 시대 스타입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에 비해서 거론이 덜 되는 이유는 그들보다는 다소 소박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감독을 겸한 두 사람과 달리 온전히 배우로 활동하였다는 점이 그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1920년대 코믹 무성영화를 이끈 대표적 인물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입니다. 그는 1930년대 유성영화 시대에도 활동했지만 아무래도 무성영화 시대보다 활동력이 떨여져서 30년대에는 그다지 두드러진 활동을 하진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1920년대를 대표하는 무성영화 배우입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작품을 벗어난 1920년대 무성영화중 대표적 작품인 '마침내 안전'은 이러한 해롤드 로이드의 진면목을 많이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귀중한 무성영화 고전이지요.
ps1 : 여기서도 경찰은 반갑지 않은 존재로 등장하네요
ps2 : 해롤드 로이드의 촬영중 폭발로 손가락이 날아간 사건은 유명합니다. 그게 1919년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흰 장갑을 끼고 계속 영화를 찍었고 위험한 장면도 직접 연기하는 프로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ps3 : 이 영화에서는 물론 실제로 맨땅에서 높은 건물로 올라간 것은 아니었고 교묘한 옥상 세트와 카메라 위치를 통해서 원거리의 바닥 도로가 보이게 찍은 것입니다. 그 촬영의 비밀은 아래 영상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출처] 마침내 안전(Safety Lat!, 1923년) 해롤드 로이드 슬랩스틱 무성 코미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