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권하는 사회’ 가 부추기는 중남미의 사막화
아랍의 우화집인『칼릴라와 딤나』(이 우화집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도서관에서 이동은 씨가 우리말로 옮기고 ‘강’이 펴낸『칼릴라와 딤나』를 빌려 보시기 바람)에는 ‘쇠를 먹는 쥐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마을에 사는 상인이 자신의 친구에게 쇠붙이를 맡겨두고 먼 길을 떠났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맡겼던 쇠붙이를 돌려달라고 요청하자 그 친구가 “쥐들이 쇠붙이를 다 먹어치웠다.”라는 거짓말을 해서, 일부러 친구의 아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간 뒤 친구에게 “매가 자네 아들을 낚아챘네.”라고 둘러대 결국 쇠붙이를 돌려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요즘은 쥐가 쇠붙이를 갉아먹는 게 아니라 소가 나무를 먹어치운다(나뭇잎이 아닌 ‘나무 그 자체’를 먹어치운다는 얘기다!). 중남미에서 “미국과 유럽의 햄버거용 고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목장을 만드는 데 광대한 열대 우림이 파괴(남경태씨의 책인『위기의 지구』에서)”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자면 서기 “1966~1978년에 브라질에서만 100만 ha(:헥타아르)의 열대 우림이 목장 용지로 없어졌(『위기의 지구』에서)”고 “코스타리카에서는 지주(地主)층이 불과 20년 만에 적도 삼림(열대 강우림 - 옮긴이)의 80%를 개간하고 사유지화하면서 이용 가능한 국토의 절반을 목초지로 탈바꿈시켰(제레미 리프킨의 책인『육식의 종말』에서)”으며 “온두라스에서는 육우(肉牛. 고깃소 - 옮긴이)용 목초지로 사용된 경작지가 1952년 40%에서 1974년에는 60%로 증가했다(『육식의 종말』에서).”
또 “니카라과에서는 같은 기간인 20년 동안(중남미의 여러나라는 서기 1960년대부터 ‘미국에 쇠고기를 내다 팔려고’ 목장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 옮긴이) 쇠고기 생산은 3배, 쇠고기 수출은 5.5배 증가(『육식의 종말』에서)”했는데, “소의 사육은 지금 전 대륙에서 진행 중인 사막화 확산의 주범이며, 남아 있는 지구 열대우림의 파괴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육식의 종말』에서).”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니카라과의 농장주들도 목초지를 넓히려고 열대강우림을 베어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까지는 목장을 넓히지 않던 메히코(멕시코는 ‘메히코’를 영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현지인들은 우리가 ‘멕시코’라고 부르는 나라를 ‘메히코’라고 부른다)도 서기 “1987년 이후 육우용 목초지의 추가 조성으로 3,700만 에이커(1 에이커 = 약 4제곱 킬로미터)의 삼림이 훼손되었다(『육식의 종말』에서).”
이러니 중남미에서는 ‘소가 나무를 뜯어먹는다’는 말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열대 삼림의 토양은 일단 나무가 없어지면 쉽게 침식되어 버린다(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에서).” 따라서 “나무가 없어지면 비가 좀체 오지 않고, 내린다 하더라도 토양을 유실(流失. 어떤 물건이나 물질이 원래 있던 곳에서 먼 곳으로 떠내려가는 일 - 옮긴이)시켜 적토가 노출(『위기의 지구』에서)”되며 “적토(赤土. 붉은 흙 - 옮긴이)가 고온에서 완전히 말라 버리면 생물이 살 수 없는 나쁜 토양이 되고, 사막화(『위기의 지구』에서)”된다.
결국 그들은 열대 강우림을 망가뜨리고 나서 만든 목초지에서 “불과 3~5년 동안 목축을 하고 나면 토양이 고갈(『육식의 종말』에서)”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천연림을 개간(『육식의 종말』에서)”하며, 이를 놔 둘 경우 지구에 산소와 목재, “새로운 식량, 의약품, 섬유, 에너지(『육식의 종말』에서)”를 대 주는 곳(리프킨의 말에 따르면 “모든 약품과 의약품의 1/4은 열대 우림에서 추출된 것이다.” 게다가 “열대우림에서 추출되는 천연 고무, 라텍스, 수지, 아교, 염료, 왁스, 기름은 산업 원료로, 또한 립스틱과 탈취제(脫臭劑. 냄새를 없애주는 약 - 옮긴이)부터 셀로판과 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자 제품들의 화학적 주성분으로 사용된다.”)을 없애 인간이 훗날 약이나 산소, 종이, 가구, 집 짓는 재료, 연료, 고무를 구하지 못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쥐는 실제로 쇠를 먹어치우진 않았지만, 오늘날의 소는 나무를, 아니 숲을 먹어치우고 있고 그것도 자신이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억지로 시켜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인 미국이 중남미에서 햄버거/핫도그용 쇠고기를 사 가는 경제구조와, 그 문화를 당연하다는 듯이 따르는 한국과 일본, 최근에 이 문화를 따라하기 시작한 중국, 애초부터 육식문화를 유지했던 유럽이 있다.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지키려면 열대강우림을 베어나 목장을 만드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목장이 줄어들 것인지 안 줄어들 것인지는 ― 우리가 쇠고기를 사 먹지 않으면 쇠고기를 만들려고 소를 죽일 필요가 없어지며 수요가 줄어들면 목장 주인들이 새 목초지를 만들거나 소의 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고 그럴 경우 숲을 없애는 행위는 누가 막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 우리가 시장에서 쇠고기를 사느냐, 안 사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여, 미래를 살리고 싶거든 쇠고기를 사지 마라. 그리하여 중남미 사람들이 한국과 구미, 중국, 일본에 고기를 팔기 위해 숲을 베어 없애고 소를 기르는 목장을 만드는 짓을 멈추게 하라.
그들에게 고무나무와 나무, 카사바(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농작물)를 돌려주고 소 대신 볍씨나 고추 씨앗을 주어야만 우리도 살고 그들도 살 수 있을 것이다(논은 물을 저장하고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목장과는 달리 숲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땅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첫댓글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행복하소~~소. (작은 소리로~~ 펌해도 될가요?)
지극히 온당한 말씀 입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소멸되는 것이 어디 이것 뿐이겠습니까? 스칼렛님, 사랑속에서 서로 공존하고 그사랑을 전파 하는 것 만이 존재 할 수 있다는 님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대단히 유익한 내용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