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상태에서 살아가는 짐승들에게는
위장병이란 없다고 한다.
맹수가 초식동물을 사냥하지만
배가 부르면 아무리 가까이 있는 동물도 공격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쌓아 두고도 끊임없는 비축을 해대는 인간과 달리
오직 배부르면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이들에게 당연히 위장병이 생길리 없다.
위장병이란 오직 인간에게만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병의 범위는 인간이 강제로 살찌워 키우는 가축에게까지가 한계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위장병이
인간의 소유욕을 나타내는 단적인 결과라고도 한다.
먹고 살만 하니 이제 몸에 좋다면 양잿물 빼고는 다 먹는다며
흥청거리기 시작하던 1982년도에 우리나라는
정력용 지렁이 수입액이 35만 달러를 넘었고,
뱀은 31만 달러... 이 중 코프라는 3만마리였단다.
먹는 분야와는 별도로 인간의 삶이란
자기의 이기를 채우려는 일상이다.
어느 종교를 보더라도
이 무모한 인간의 소유욕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경계를 나타낸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개인의 소유욕에 대한 철저한 거부와 함께
주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것과
이기심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하고 있다.
남이 한 쪽 뺨을 때리면 다른 한 쪽도 내밀라는 뜻도,
자아까지도 완전히 없애버린 무아지경 무소유 개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중학교 다닐때 고승 한 분이 돌아가셨다.
기자가 열반 직전에 찾아가 몇 마디 물었다.
"스님,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놈아! 밥 먹고 지내지. 니는 이슬 먹고 지내나?"
"요즘 정치가 시끄러운데 어떻게 보십니까?"
"빙신아... 눈으로 보지.."
"아니 어떻게 생각하시냐구요?"
"샤꺄! 머리로 생각하지.. 닌 머리도 없나? 이 돌대가리야!"
"스님께서 건강하시길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씨발! 니보기 싫어 나 갈란다."
"스님.. 마지막으로 어지러운 세상 우리 중생들이 해야 할 일 한 마디만..."
"불끄고 애나 열심히 만들어라! 어여 집에 가!"
초중고를 함께 다녔던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가 나를 찾아올 때는 오직 통닭 한 마리에 소주 한 잔 하자는 말이 첫인사였다.
고등고시를 패스해서 입문한 공무원 생활은 화려한 출발이었지만
꾸미기 싫어하는 그의 성품으로 인해 가정적으로는 날이 갈수록 불행해져만 갔다.
주변의 기대가 컷고
이를 감당하기에는 벅찬 나날들이 계속되면서
여러 이유로 급기야 이혼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곁으로 가게 되었고
친구는 아이들이 보고싶어도 정해진 날에만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것은 다 포기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보고싶어서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자신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여도
돌아오지 않는 모든 현실들에 힘겨워 하던 그에게
이러한 심적인 충격과 슬픔은 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작년 초에 그는 병실에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다고 생각하고 자중자애하기로 약속했던 그가
그렇게 갑자기 수술실로 갈 줄은 몰랐다.
심장수술을 한 줄도 몰랐다.
의사가 퇴원하라고 하던 바로 그 전날,
그는 스스로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른다.
일본에 출장 가있던 작년 4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아내가 전해왔다.
그에게는 죽기 전까지도
그에게 향한 주변의 기대와 실망의 눈초리가 따가웠을 게다.
욕심과 허영들이 그를 죽게 한 것이다.
7년 전 그는 말했었다.
웅성거리던 10대.
사연많던 20대.
야심한 밤에 야심찬 의지를 키우는 30대...
그리고 40대에는 소화제가 잘 안팔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고...
그와 내가 속한 모임이 결성된지 20주년이 되는 2005년에는
'티켓 투 더 트로픽'의 흐르는 강물처럼,
경음악처럼 잔잔하게 우리의 삶을 노래하자고 했다.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고 하듯
우리도 다소곳한 수렴청정으로
내내 행복하자고 했다.
통닭과 소주 한 잔이면 족하다며 항상 수수했던 친구는
흙탕물 같은 욕망이 에워싼 세상을 버리고
아늑한 하늘나라로 갔다.
누구를 위한 욕심이었길래 사람이란 존재보다 더 중요했을까...
버리면 더 큰 것을 얻는데도 말이다.
何處來 何處去...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 세상은 큰 병을 앓고 있으니
바로 인간이라는 병이다.
버리자.
모두 버려야 한다.
2002. 6. 송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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